오늘 25일 올리뷰 숙제 마감일, 겨우 동네 카페에서 마지막 장을 닫았네요
올리뷰 당첨 도서 도착한 날 반갑게 펼쳐보니 굉장히 낯익어
서문을 읽어보고 나서야 이번 책은 2003년도 출간되어 절판된
‘화가와 모델’을 더하고 빼고 새롭게 재구성해 복간한 책이더군요
내용은 읽지도 않고 저자 이주헌과 표지만 보고 무조건 신청했거든요…
2003년도 화가와 모델엔 25쌍, 그리다, 너를엔 17쌍으로 줄었지만
그림은 더 많아지고 12년이나 지나 복간된 책답게
화가와 뮤즈라는 명확한 카테고리로 보듬고 윤기를 더했다 했네요
저는 책 두 권을 펼쳐두고 비교하며 읽었습니다
작가의 서문에서 일부 옮겨봅니다
(… ….)
새로이 책을 복간하려니 20세기 미국 추상표현주의의 대가 잭슨 폴록이 한 말이 떠오른다. 그는 “그림은 그 나름의 삶이 있다”라고 말했다. 화가가 어떻게 의도하고 표현하든 그림은 그림 자체의 숙명에 따라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말로 “나는 한 번도 애초에 내가 구상한 대로 그림을 완성해본 적이 없다”라던 피카소의 말도 떠오른다. 미술가들이 나름의 영감을 받아 작품을 시작하지만, 그 끝은 항상 계획한 대로 마무리 되지 않는다. 의식으로 모든 것을 통제해서 완성한 사물은 기능물이지 예술 작품이 아니다….
그리다,너를 서문 7~8p
이어서 <화가와 모델> 서문을 다시 인용합니다
서양미술은 그 어느 미술보다 인간 표현을 중시해왔다. 동양에서 문인산수화를 회화의 꽃으로 여겼다면, 서양에서는 역사화와 인물화를 최고의 회화 장르로 생각했다. 인간과 인간의 드라마를 어떻게 표현할 것이냐 하는 것이 서양미술의 최대 관심사였다. 모델을 앞에 두고 그리는 관습은 이런 전통에 힘입어 오랜 세월 굳건히 유지되고 발전해왔다. 화가와 그림 사이에는 모델이라는 결정적으로중요한 창조의 ‘도우미’가 존재했던 것이다. – 화가와 모델 서문 7p
(… 중략….)
예술 행위라는 것은 그 위대한 창조 활동을 통해 결국 인간의 본질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이다. 그렇다면 모델을 통해 예술에 접근하는 것 역시 그만큼 살 냄새나는 미술 감상, 곧 인간 읽기의 기회를가지려는 노력이라 하겠다.
– 2003 6월 이주헌 ‘화가와 모델’ 서문 9p
이어서 그리다. 너를 서문에서
(… ….)
그 기대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미술 감상은 무엇보다 인간 읽기다. 우리는 인간을 이해하고 나 자신을 이해 하기 위해 미술작품을 본다. 인간을 이해하고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우주를 이해한 것 아니겠는가. 조형 양식을 구별해 보고 사조를 따지고 시각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우리 자신의 삶과 투쟁을 통찰해볼 수 없다면 그 작품은 우리에게 그다지 큰 의미로 다가올 수 없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인간 냄새라고는 전혀 없는, 절대적인 예술작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예술작품의 아름다움은 그 작품과 어우러진 인간 존재를 통해 드러난다. 그가 그림의 주인공이든 배경에 머무는 주변 인물이든 심지어 작품을 제작한 작가이든 말이다. 설령 아무런 인간의 자취가 보이지 않는 듯한 작품이라 하더라도 미술가나 제작 과정에 관여한 사람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게 되면 우리는 보다 확대된 연상과 통찰로 인해, 작품 속에 내재된 보다 풍부한 의미를 캘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인간 이해를 통한 미술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하려는 책이다 –그리다, 너를 서문 7p
저자는 개인적으로 티소를 좋아하나봅니다.
표지화 두 권이 모두 캐슬린을 담았데요
겨울 산책 (1878년경)
허기사 티소는 캐슬린이 죽은 후에도 사기꾼인 강신술사에게 속아
몇 차례 키스와 악수도 했다는 살떨리는 경험도 했답니다.
오죽하면 ‘영매의 환영’이라는 그림까지 그렸을까요.
– 이 그림이 궁금했지만 망실되고 말았다네요.
캐슬린이 티소에게 어떤 의미의 모델이었는지
잘 말해주는 눈물겨운 에피소드지요.
티소에 관한 포스팅은 여러 번 해서 생략하고
작은 도판 갑갑해서 찾아 본 그림들 일부만 두서없이 모아봅니다
James Tissot (Reading the News (detail), 1874
Portrait of James Tissot by Edgar Degas, c.1866-67
# 연애의 시작부터 죽음의 기록까지
신분을 초월하고 죽어서도 사랑한 모네와 까미유 커플
모네 부인 까미유 ..모델과 화가로 만나 죽는 순간까지 모델이된 경우도 드물지 싶네요
붉은 스카프의 까미유, 영면하는 까미유
까미유 죽은 후 그녀를 그리워 하며 두번째 부인에게
비슷한 포즈를 취하게 하여 다시 그렸지만
얼굴 부분은 일부러 정확하게 그리지 않았지요
개인적으로 후의 ‘ 파라솔…’ 은 습작같은 느낌이듭니다
이후로 마네는 지베르니 정원 등 풍경화에만
몰두하게 되었다고…두서없이 생각나는대로
저자는 이번 복간을 앞두고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으며
얼마나 많은 그림과 자료들을 찾았을까요
다시 추가한 작은 도판 그림들 갑갑하여
넷서핑 하느라 저도 시간 많이 보냈습니다.
The Loge, 1908, oil on canvas, Musée d’Orsay at Paris
2011년 오르세 展에서 특석으로 소개된 보나르의…
그 많은 자료들 다 올릴 수는 없고 제가 조블 시작 후 처음으로
조블 대문에 오른 포스팅이 목욕만 하며 살다간 여인. 마르트여서…
폰트체 바꾸면서 오타 수정만 대강하여P.S로 올려두려구요
-오래되어 X박(배꼽)이 많아 다시 찾아 바꾸기도했습니다
렌과 빨간 블라우스를 입은 마르트
피카소에게는 혹평을 받은 보나르지만 이번 책에도 실린 보나르 커플에
가장 관심이 많아서 그간 몇 개 올린 제 포스팅에서 찾아본 그림 일부도 남겨봅니다
Bonnard, Pierre, Early Spring, 1908, Oil on canvas
86.995 x 132.08 cm.. Acquired 1925. Paintings, 0161, French.
비밀에 많은 마르뜨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한 보나르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그린 건 단 한 장도 없습니다
Bonnard, Pierre, Nude in an Interior, ca. 1935, Oil on canvas
73.025 x 50.165 cm. Acquired 1952. Paintings, 0171, French.
( 필립스 컬렉션 한국 첫 전시에서 만난 후 2014/12/29 )
미모사가 피어있는 아틀리에. 캔버스에 유채, 55×37.5cm,1939~46년작
( 2008 덕수궁에서 만난 … )
Pierre Bonnard’s beautiful nude, La Sieste.
화가와 모델, 복간되면서 추가된
그리고 몇 번 올린 이 그림
보나르 작품 국내에서볼 수 있는전시 소식 있으면 가 보려고 애를 쓰지요
예당에서 열렸던 ‘고흐에서 피카소까지’ 다녀온 후 찾아본 작품들인 듯?
Pierre Bonnard (French, 1867-1947) The Dessert, or After Dinner, c. 1920
oil on fabric / Gift of the Hanna Fund, 1949.18
Les Femmes au jardin, 1891
나비파에 속하는 보나르, 한 때는 자포니즘에 빠져
‘자포나르’라는 별명까지 얻지요
Pierre Bonnard (French, 1867-1947) The Dessert, or After Dinner, c. 1920
oil on fabric / Gift of the Hanna Fund, 1949.18
마르뜨 곁에 무심한 듯 담배피우는 남자는 4년 전에 죽은 남자
저랑 비슷한 이유로 보나르를 좋아하는 친구 후배는
이 그림을 도자기에 그리기도 했고
고양이도 좋아해서 선물 받은 것도 자주 쓰고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관심이 많았던 화가와 모델…
복간된 이번 책을 계기로 다시 11년 전 포스팅을 찾아보게 되었네요
P.S
목욕만 하며 살다 간 여자 2004.11.25 | 블로그명 : 아름다운
보나르의 영원한 연인마르트
무기력 (침대 위에서 선잠이 든 여인) 캔버스에 유채, 92 x 108cm. 오르세 미술관
Pierre Bonnard,(French, 1867-1947) Self-portrait, 1889,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이주헌 著”화가와 모델”을 오래 전에 읽고 그림을 찾아봤습니다.
좀 게으르고 싶은 이런 날 환상 속에서 나랑은 다른 방식으로 살다 간
그녀가 부러울 때가 ‘가끔’은 있으니무슨 심사인지…;;
한 미술사가의 통계에 의하면 색채의 마술사 피에르 보나르의 그림에 나오는
마르트 부르쟁( Marthe Boursin 1869~1942)의 이미지만 무려 384점에 이른다고 합니다.
심신증을 비롯해 피해망상, 강박증, 신경쇠약등 정신질환을 앓는 그녀가 목욕을 즐기는 것도
결벽증과 관련이 있는 것이었다지요. 그녀가 목욕하는 장면을 본 한 친지는
“마르트는 섬세하고도 감각적인 손길로 몇 시간이고 계속해서
비누 거품을 바르고, 몸을 문지르고 맛사지를 해야 직성이 풀렸다…” 라고
현모양처형은 절대로 아닌 그녀…마치 새장 속의 새처럼 새장 문이 열려도
절대로 나가지 않았을 그녀와 그를 두고 한마리 작은 새와 새장 주인의 관계는 아닐까
라고 쳅터 소제목을 [사랑의 새장에 스스로를 가둔 새] 라고 했네요
빛을 받는 누드 1908. 캔버스에 유채. 124.5 x 109cm. 브뤼셀 왕립 미술관.
취미는 목욕, 최고의 소원은 수돗물이 콸콸 나오는 목욕실
그 당시는 요즘처럼 목욕탕을 갖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답니다.
그녀의 소원은 한 참 후에 이뤄지고 그 목욕탕은 그 집의 성소(聖所)였다고 합니다.
유난히 목욕하는 풍경이나 나부의 모습이 많습니다
Pierre Bonnard’s Nude Crouching In The Tub
Bathing Woman, Seen from the Back (1919 )Baigneuse, de dos
보나르의 나이 26세 때 처음 만난 마르트의 나이는 24세 그들은 새와 새장의 관계로 한평생을 자신이 꾸민 상상의 세계 속에 깊이 침잠해서 살았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모델로 적격이라는 차원이었지만 신분-장례용 조화를 만드는 가게의 점원- 뿐 아니라 이름까지 속이며 자신에 대한 환상의 세계에 숨어드는 데 익숙한 그녀가 맘에 들어 늘 곁에 두고 그녀를 그리며 연인으로 뜨거운 사랑은 나눴지만 공식적인 반려로 삼지 않고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린 것은 1925년이었다니무려 32년 간 예술을 위해한 지붕 아래 함께 살고 일하면서도 합법적인 부부의 연은 맺지않았답니다.
보나르로 하여금 앵티미스트(Intimist)란 별명을 얻게 한 것도 마르트의 남다른 목욕 취미 등 그녀의 사생활을 깊히 사랑하고 즐겼기 때문이라지요. 말년까지 그녀의 정신질환을 위하여 온천여행도 자주하는 배려를 했지만 결국 결핵성 후두암 때문에 세상을 먼저 떠나자 그녀의 침실 문을 잠그고 다시는 열지 않았다고 합니다.
성소의 주인이 사라졌으니 그 공간을 바라보는 것마저 견디기 힘든 일이었을 거라고…
새를 잃은 새장 주인의 심사가 그대로 묻어나는 일화라 했네요
Femme Etendant du Linge c.1892 /Oil on paper on panel,13.3 x 14.6 cms
빨래를 널고 있는 이 그림의 여인은 왠지
마르트는 아닐 것 같은… 제 생각입니다만…;;
Dining Room in the Country, 1913 oil on canvas, 64 3/4 x 81 cm.
The Red Checkered Tablecloth or The Dog”s Lunch 1910
젊은 날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눈 뒤 서로의 상념 속으로 깊이 빠져드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화면왼편침대에 여자가 앉아있고 남자는 오른편에 서서 옷가지를 추스르고있다. 두 사람 사이에 병풍이 가로놓여 있는데, 이는 사랑하는 사이에도 넘지 못할 간격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두 사람이 방금 전까지 뜨거운 사랑을 나눴던 침대는 햇빛이 밝게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햇빛을 받는 여자는 다소 쓸쓸해 보인다. 그림자가 드리운 남자의 육체도 그나름의 고독을 안고 있다. 고양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여자는 뭔가 움츠러드는 듯한 모습이고 옷을 추스르는 남자는 앞으로 나가가려는 듯한 인상이다.
고독을 대하는 남녀의 차이를 보여주려는 것 같기도 하다. 혹은 전제적인 힘을 가진 화가와 심리적으로 물질적으로 그에게 의존적인 모델릐 상태가 부지불식간에 표현된 것일까? 함께 살면서도 가끔 바람을 피운 보나르, 그럴 때마다 자기 안으로 침잠했던 마르트, 그들 삶의 그림자가 느껴지는 듯한 그림이다 (이주헌- 화가와 모델 189p)
Man and woman, o/c 115 x 72.5 cm,1900,courtesy of Musée d”Orsay, Paris
Nude in the Bath (1941~46년경) 122x 151cm 카네기 미술관-피츠버그
그가 마지막으로 그린 “욕조 속의 누드” 는 욕조 속에 편안히 누워영원히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모습이지요
‘물 속으로 풀어진 그녀의 몸은 보석보다 더 영롱하고 그녀로 부터 퍼져 나가는 광채는 무지개보다 더 찬란하다. “마르트 몸은 연보랏빛, 연보랏빛은 마르뜨 눈동자 색갈…’이 욕실은 흰색이었다지요
본명(세례명)은 ‘마리아 부르쟁’보나르도 혼인신고 할 때 본명을 알았다니 그만큼 마르트는 보나르와 살면서도 그 실체를 정확히 알 수 없는하나의 비밀이었고 이 그림의 중심색을 보랏빛으로 삼은 것도그 영원한 비밀을 그리고 싶었기 때문일거라고…
푸나무
26/11/2015 at 12:06
영면하는 까미유…원화로 보고 싶어요.
인터넷 상으로는 색깔도 많이 다르고…
보나르의
욕조속의 그녀…
화가에게는 더없이 아름다웠을듯 하나
어쩐지 강아지 처럼….슬퍼보이네요.
관계후…여자 남자의 모습은…좀 허망해보이지요.
갤러리에 온듯 합니다. ㅎ
참나무.
27/11/2015 at 11:24
보나르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누드여도 에로틱 하지않아서…
이주헌씨가 화가지망생이어서
열심히 잘 쓰준 덕분이기도 하고요
여하튼지간에 한 모델의 이미지를 400여장 그린 화가가 또 누가있을까요?
피카소도 많이 그렸지만 한 여인은 아니었고…
영면하는 까미유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요
찾아본 작품들 더 많지만 略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