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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잃다
강남에만 가면 길을 잃을 때가 많다. 자주 안 다닌 때문일까
강남파 강북파 편 가르기 보다는 뇌구조 자체가 방향 감각이 무디었다
오래전부터 그래왔으니 죽을 때까지 고질병이지싶다.
인생자체도 늘 헤매는 방향치…
서울옥션 강남점(프린트 베이커리)하정우, 호암박물관 신사 분점
거의 다 둘러보고 나올 때는 확실히 감이 잡혀 일단 로데오 거리나
신사동 갈 때 나의 랜드마크인 킹콩을 확인하기로 했다
자주 오지않아 혹시 없어졌을 수도 있어서…
CGV쪽 도산대로 인도로 내려오는데 무슨 건물 앞에
2015 강남구 선정 ‘아름다운 건축물’…
그러면 또 한 번 잡아봐야지…
그리고 횡단보도에서 반가운 킹콩을 만난다.
새벽부터 설쳐 그러고도 아직 시간이 1시 전이다
길 건너자 마자 언젠가 가 본 노라노 하얀 건물이 보인다.
장밋빛 인생展, 이 호림에서 있었고
일대기를 다룬 영화보는 날 지금은 없어져서 많이 아쉬운 영화관 선재에서
우연히 스카프 선물 받은 일까지 줄줄이 떠올랐다
루이보스 티 떨어지면 다시 한 번 더 드리기로 했는데
연로하시니 안부도 궁금하여 없는 용기를 한 번 내볼까~~도 싶다.
” 저 킹콩 곧바로 떨어지면 어쩌지 ” 한 적도 있는…
인증샷 올려두자. 이종구내과,
풍월당에서 언제였나, CD 한가득 담은 쇼핑백 들고
구름채 들오던 모습보면 아는 사이도 아닌데 왜그리 반갑던지…
이젠 완전히 아는 길이라 휫파람도 불 정도로 여유가 생겨
처음 만나는 한복집 진열장, 구정이 다가오니 괜히 기웃거려보고
성형외과, 휘트니스센터가 유난히 많은 로데로 거리에서
once in a Blue Moon 이런 간판 보면 또 반가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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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들.
갤러리아 백화점이 보이는 큰 길을 건너 엘리베이터 타고
한 구역만 되돌아 오면 우리동네 서울숲이다.
집 근처오면 내 직무로 돌아와야 해서 시장 안 정육점에 들어갔다.
고기들이 진열된 한쪽엔 언제나 쉽게 빼먹을 수 있는 공짜 커피 자판기도 있고
무엇보다 그림이 걸려있어 단골이 된 집이다.
첨엔 이목을 화백 작품인 줄알았는데
어느 날 정육점 젊은 주인이 직접 그린 걸 알게된다
오늘 토요일 봄날씨 같아 수영 후 자주가는 카페에도 들렀다
이 카페는 일요일 휴일이라…점심삼아 케익과 커피 시켰다
당근 케익이 별스레 맛나다 단면으로 당근 알갱이가 많이 보이는…
천천히 여유롭게 먹고 마신 후 돌아올 때
뒷편 벽을 보니 작은 사진 액자 작품이 참 멋지다.
-작가가 누구에요? 세남매가 나란히 서 있다
언니랍니다
-어머나… 그래서 지난 번에도 사진전이 열었군요.
-지난 번 그 작가 3월에도 다시 전시합니다
-아 네…보러 와야지요…
커피식탁 마일리지 카드 오늘부로 10개가 다 찍혀서
-요담에는 그냥 마실 수 있네요~~ 했는데…
그 동안 서로 묻지도 답하지도 않았지만
왠지 분위기 있어보여 자주 들락거리지않았을까.
현지니 없는 토요일 한가하여 방해받지않고
김주영부터 내리 라지오 들으며 바느질 할 수 있는 여유로운 날
잡글 올리며 자신의 작품을 벽에 걸어두고
커피도 팔고 고기도 파는 멋진 그들을 잠시 생각해본다.
10분만에 좌르륵 자신의 히스토리 다 쏟아버리는 사람들보다
이런 진득한 사람들이 나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