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험

아무리 쉬어도 피로 회복이 되질않았다.
손목은 뻐근하고 어깨쭉지는 무거운 돌덩이를 하나 올려놓은 것같고
수요일까지 설 연휴니까 수영장도 목요일이나 되어야 문을 열 것이고
설 전후 잠자리에 들때마다 뜨끈한 온천물에
몸을 푸욱 담그고싶은 마음 간절한 채 잠자리에 들곤했다.

하여 오늘 이리저리 알아봤다.
일단 우리집에서 멀지않은 곳으로…
‘온천 멀리갈 필요없다 도심한가운데 유황온천…’
큰 제목이 찾아져서 일단 전화번호 알아본 후

-저…오늘 영업하나요?
한단다
-위치는 요?
잠실대교 건너기 전 큰 길에 있는 곳은 아니고…
-아 큰 길에서 좀 들어가는 곳요?
맞단다… 울랄라~~

수영장 갈 때 늘 지나치는 잠실대교 건너기 전 봐 왔던 그곳
언젠간 한 번 가보자 했는데 바로 그곳이구나.
버스 몇 정거장 타고 잠실대교 전망대 카페 바로 앞 정거장에서 내려
있음직한 곳으로 쉽게 찾아갔다.

일반 8천원 경노 7천원…
탕 안에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사람들 마음이 내맘같았는지
참 오랜만의 대중탕
36.5, 40.2(?), 42도 넘는 뜨거운 탕도 있고 냉탕도 보이고
한 켠으로 맛사지받는 사람들도 주르륵 누워있다.
2만5천원 정도고 사람들이 많이 없으면 ‘나도 한 번’ 했지만
최하가 3만5천원…그간 오른 물가 생각하면?
난 40.도 정도 탕에 일단 들어갔다

탕 안에서 어떤이가 이곳은 찜질방 없냐 묻는다
다른이가 찜질방은 없고 소금방이 있는데
뜨겁지 않고 은근하게 땀이 잘 나온다 해서
나도 관심이 생겨 곁다리로 물어봤다.

-정말 안뜨거워요? 전 찜질방도 사우나도 싫어해서…
“그럼요 빨간소금방인데 한 30분 있으면 땀이 쏘옥 빠지면서 얼마나 가뿐한데요
-빨간소금요? (히말라야 소금같은데…)분홍색 아니구요?
“맞아요 분홍색 소금…3천원인데요”
억양이 좀 특이한 조선족 여인, 친절도 하다.

일단 시키는대로 먼저 씻고 머리까지 감은 후
다시 나가 락커룸 키 열고 돈을 지불하니 사우나복을 준다.
난생처음 소금방에 들어가봤다.
낯익은 히말라야 소금빛 동글동글 자갈같은 따스한 돌이 깔려있고
벽까지 소금벽돌로 꾸며진 방에 벽돌모양 베개에 여인들이 누워서 얘기 중이었다.

“이 세상 내 한 몸 뿐이여 ‘천상천하유아독존’ 말도 있지않는가배
(으…그말은 그런 뜻이 아닌데?)
“나도 모르게 며느리 앞에서 손자에게 뺨을 한 대 올렸지…며느리 앞에서 어찌나 말을 안듣던지”

아들 생길 때까지 낳는다고 손자가 5명
그 며느리 5번 산구완까지 다 했는데 지금도 손을 벌린다고

“…그래도 돈이 있으니 자식들이 암말못하는구먼”

다른 할머니가 살짝 끼어들었지만 손자보기싫어
아무도 모르게 꽁꽁숨어 혼자사는 친구 할머니 이야기까지 하셨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던 그 할머닌 다시

-손자들 봐줘봐야 말짱 헛일이여…”

“그럼그럼 내 몸 아프다 해봐 모두 싫어하지”

“그래도 키워준 손자는 다르던데요”

다른 한 분이 끼어들자
-그건 특별한 경우고…

또다른 할머니 한 분도 끼어든다
“난 아들손자 키우다 지금은 손녀딸 키우는데 훨씬 쉽고…
‘할무니 해 준 음식이 젤 맛나다’카며 얼마나 애교도 많은지…”

말 떨어지기 무섭게
-그런 여우한테 꿰어 세월 다 보내면 당신 인생은 어디서 찾아?
주도권을 가진 할머니가 한 마디로 제압하자 모두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돌배개같은 분홍 소금 벽돌배게 베고 누워
그런 이야기 들으니 20여분이 그냥 지나가버린다
평소엔 사우나 실에서 10분도 채 못앉아있는데…

정말이지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땀이 나와 로비로 나왔다.
팥죽 호박죽 커피 식혜등등 끼니까지 해결하며 더 있어도 되는 분위기였다.
시원한 냉커피 한 잔 마신 후 어떻할까 망설이는데
아까 바로 내 옆자리 앉아있던 온통 땀범벅 아주머니
다시 바닥에서 요가 체위를 하고 있다.
나를 보더니
‘등바닥이 아직 완전히 젖지않았’다며 한 번 더 들어가라 한다
-요가배우셨나요
“아뇨..그냥 하는겁니다”
내가 바른 자세를 알려드리면서
-땀이 참 많이났네요
“한시간 가량 있었거든요
-와우~~~

그래서 나도 커피 한 잔 마신터라 다시 따라 들어가봤다.
이젠 다른 얘깃거리로 한참 진행되고 있었다.

-직장다니다 그만 두니 일단 할 일이 없어 돈벌 궁리하다 주식에 손을 좀 댔지…
그러다 재건축아파트 한 채 말아먹으니 남편이 꼴보기도 싫다 해서
친정으로 쫒겨가 한 달만에 다신 안한다 약속한 후에…집에 왔단다.

-아 근데 고거이 마약같더만…
몰래몰래 하다 그래도 한 건해서 남편 큰 차로 바꿔줬더니…
반 마음 풀어져 어찌어찌 남편까지 회사에서 몰래몰래하다
돈 좀 잃은 연후 ‘당신 나몰래 주식하지마!’ 야코 팍 죽였단다.
그 뒤에도 ㅇㅁ아파트 1억 이상 떨어진 이야기도 오고가고…

다시 화제는 바뀌어 입춘대길들 붙였냐 묻는다
당신은 ㅂㅇㅅ스님께 받아 잘 붙였다며 손으로 V를 그린다.
빅토리 의미란 설명까지?
(근데 입춘대길 건양다경 八 자 모양 아니었나? 시부 가신 후 안붙이지 나도 헷갈리네?)

누군 立春을 入春으로 잘못썼지만
어차피 서나 드나 봄은 올테니 그냥 붙었다는데…

그리고 만원짜리 부적들 몇 장 사다
아들 딸 차에 붙여두라 했다는 이야기까지 늘어놓는거다.
그 유명한 절에서 만원짜리 부적을 팔까? 의심도 살짝났지만

그러느라 두 번 째 소금방 입실도 10여분이
나도 모르게 지나가버리자 몸이 가뿐해지긴 했다
아직 어깨쭉지는 많이 아프지만 이만 하면야…

돌아나올 때 로비에서 보니 나는 별로인 스파체험장도 있었다.
그건 1회엔 2만원이던가?
그나저나 우리동네 자랑이 또하나 더 늘었다
멀리가지않고 유황온천까지 즐길 수 있으니
하나 서운 한 건 노천탕이 없는 지하 2층이라는 거
하나에 꽂히면 끝장 보는 성격이라
언젠간 노천탕 찾아 포천까지 다녔는데
사이트가 있나 한 번 찾아봐야겠다

001

그런데 집으로 올 때는 처음 간 곳이라 괜히 지름길 찾느라
왔던길을 한 바퀴 되돌아 다시 왔다- 방향치 아니랄까봐…
‘링반데룽’ 그 참 맞는 말 다시 인정하며

어떤 학교 돌담벽에 주루룩 시가 걸린 길을 따라걷다 한 샷
이 시 만나려고 길을 헤맸구나…로

잔      이근배

풀이 되었으면 싶었다.
한 해에 한번 쯤이라도 가슴에
꽃을 달고 싶었다.
새가 되었으면 싶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목청껏 울고 싶었다.
눈부신 빛깔로 터져 오르지는 못하면서
바람과 모래의 긴 목마름을 살고
저마다 성대는 없으면서
온 몸을 가시 찔리운 채 밤을 지새웠다.
무엇하러 금세기에 태어나서
빈 잔만 들고 있는가
노래를 잃은 시대의 노래를 위하여
모여서 서성대는가
잠시 만났다 헤어지는 것일 뿐
가슴에 남은 슬픔의 뿌리 보이지 않는다.

P.S:
이상한 일 하나
오마라 포르투온도 포스팅 안내에 왜 히스 레저가 올라 와있을까
난 그 칸에 사진도 그의 이름 거론하지도 않았는데?
위블…알다가도 모르겠네…
불평은 절대 아니다
내가 히스 레즈를 얼마나 좋아했다고…

9 Comments

  1. 참나무.

    09/02/2016 at 22:33

    우리유황온천(주)
    서울특별시 광진구 자양동 663-21
    02-3436-0005
    스파/사우나

  2. 데레사

    10/02/2016 at 08:40

    우리 동네도 유황온천 있는데 오늘 가볼까 싶네요.
    제가 다니는 수영장은 주인이 그 건물에서 대중탕을 하는데
    스포츠센터를 연회비로 끊으면 목욕탕이 공짜거든요.
    그래서 대중탕이 그리운건 아닌데 오늘 참나무님 포슽
    보니까 딸데리고 가고 싶어 졌어요.
    그러니 당연 요금은 참나무님이 온라인으로 부쳐 주시와요. ㅋㅋ

  3. 참나무.

    10/02/2016 at 10:40

    그날 온천 후 엘레베이터에서 만난 그 동네 사시는 할머님이
    부산서 올라 온 따님과 초행이라 어리버리 절 아주 친절하게 안내하셨답니다.
    오늘 연휴 마지막 날이니까 꼭 다녀오셔요~~
    이곳도 데레사님 동네처럼 종합 스포츠센터도 있고 무슨 카페도 있던데 음악회 강연 등 문화행사가 열리기도 한다해서 언제 한 번 자세히 알아보고싶답니다.

    전 꽃보다 할배 ‘마테호른’소개프로 보다 제방에 들왔어요
    유럽편 한다해서 다시 보려구요^^

  4. 수선호이

    10/02/2016 at 12:30

    아직 찜질방은 한 번도 가본적이 없네요..^^;
    마지막 부분이 정말 시처럼 좋네요..
    건강 잘 챙기셨으면 좋겠습니다..^^

    • 참나무.

      10/02/2016 at 13:51

      링방데룽…많은 걸 시사하는 단어지요
      제가끔 지금 사는 모습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쳐도
      항상 그자리로 되돌아오는…
      뭐 그런 뜻도 내포하고 있는 듯

      오늘 연휴 마지막 날 어찌 지내시나요
      전 오후에 영화 한 편 보려고 계획하고있어요
      멀리는 못가고 우리동네에서…

  5. 벤조

    11/02/2016 at 03:28

    할머니의 첫 경험이 뭘까해서 들어왔는데, 이거 완죤 낙시성 제목 이네요.ㅎㅎ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 목욕탕에 자주 가셔서 재미있는 이야기 더 담아오시길…

    • 참나무.

      11/02/2016 at 08:16

      딱 걸리셨네 제 낚싯줄에…^^
      제 평생 그런 곳에 그리 오래 누워있어보기 정말 처음…
      근데 저 포함 누워있는 사람들 대부분
      어딘가가 많이 아픈 분들이었어요.

      처음 얘길 주도하던 분
      손주 다섯 돌본 후에 내린 결정이 좀은 씁쓸했지만
      요담엔 책이라도 들고가서 30분 정도 있어 볼 예정입니다.
      ‘족욕카페’ 라는 곳도 있어서 거기도 가볼랍니다
      어떤 문화강좌나 음악회가 있을지…
      결론은 동네자랑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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