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 날

049
2016년. 3월28일(월요일)  06:49 A.M

춘신(春信)

꽃등인 양 창(窓) 앞에 한 그루 피어오른
살구꽃 연분홍 그늘 가지 새로
작은 멧새 하나 찾아와 무심히 놀다 가나니
적막한 겨우내 들녘 끝 어디메서
작은 깃을 얽고 다리 오그리고 지내다가
이 보오얀 봄길을 찾아 문안하여 나왔느뇨

앉았다 떠난 아름다운 그 자리 가지에 여운 남아
뉘도 모를 한때를 아쉽게도 한들거리나니
꽃가지 그늘에서 그늘로 이어진 끝없이 작은 길이여

―유치환(1908~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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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가 연분홍의 꽃을 등처럼 환하게 피우고 있다. 그 보얀 봄의 색채 위에 멧새 한 마리가 내려앉는다. 그 새는 맹금(猛禽)보다 사나운 겨울 들판의 적막 속에서 작은 몸을 오그리어 떨며 살던 새다. 우주에 봄이 완연하니 눈인사를 나누려 멀리서 찾아온 새다. 새의 상냥하고 예쁜 노래를 시인은 들었으리라. 새를 의미심장하게 주목해 반겨주는 마음이 봄볕처럼 따사하다.

새는 포르릉 날아갔지만 시인은 멧새가 앉았다 날아간 나뭇가지를 오래 바라본다. 그리고 멧새가 날아간 길을 조용히 따라간다. ‘꽃가지 그늘에서 그늘로 이어진 끝없이 작은 길’은 아지랑이가 서는, 신비로운 매력을 지닌 봄의 길일 것이다. 채광이 좋은, 선량한 봄의 길일 것이다. -문태준 [가슴으로 읽는 시] 춘신(春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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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27(일요일)  5:29. P.M

 

오해

발목까지 물이 차는 해변을 걷는다

이제
오해로 올 수 있는 사람은 없으리라

이제
오해로 갈 수 있는 사람도 없으리라

나이 칠십은
오고가는 사람이 보이고

잔정 주듯이
발목까지 물이 차는 해변을 걷는다

ㅡ허충순(19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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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모래사장이 펀펀하고 넓게 펼쳐지고 해안선이 활처럼 둥글게 휜 해변을 시인은 걸어갔을 것이다. 파도는 어떤 질문처럼 끊임없이 밀려오고 밀려갔을 것이다. 그 바닷가를 걸으며, 발목까지 수위가 내려간 바닷가를 걸으며 시인은 세찬 해풍과 험한 물결처럼 그동안 마음속에 일었던 오해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연만한 지금 그 오해의 파고가 잔잔해져 한층 너그러워지게 된 것을 느낀다.

아득하고 망망한 해역을 바라볼 때에는, 또 붉은 등대가 서 있는 해역을 바라볼 때에는 우리의 마음이라는 바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일이다. 무엇이 해상의 파랑들을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하는지도 스스로에게 물어볼 일이다. 마음의 이쪽 끝에서부터 저쪽 끝으로 한 줄의 잠잠한 수평선도 길게 그어볼 일이다. [가슴으로 읽는 시] 오해 / 문태준 시인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P.S:

 

007

 

이번 부활절 하룻동안 많은 일이 일어났다.

… ….

005

 

나의 이번 봄 색갈…딮 블루…

( … …. )

 

4 Comments

  1. 데레사

    28/03/2016 at 12:10

    꽃이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네요.
    오늘은 목련이 활짝 피었습니다.
    수영장 가는 길 가 학의천에 개나리도 피었을것 같아요.
    주말을 쉬었으니까 아마 오후에 가면 피었을런지도 몰라요.

    봄나들이, 어디로든 훌쩍 다녀와야 겠습니다.

    • 참나무.

      28/03/2016 at 16:00

      훌쩍 한 바퀴 하고왔어요.좋은 사람과함께
      사람에게 받은 상처,
      다른 사람에게 위안을 얻은 날이었네요

  2. 수선호이

    28/03/2016 at 19:33

    저는 사람이 몸을 드나들며 영혼을 바꿀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모든 것이 변화하며, 영원히 고정된 것은 하나도 없기 때문에
    누구나 남자,여자,딸,어린이가 다시 될 수 있는 세상, 심지어
    노인이 될 수도 있는 세상, 그들이 되어 살아가는 것을 느끼며,
    거리에 나선 그들을 미워하지 않는 세상입니다.
    저는 미워하고 싶지 않습니다. 낯선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조이스 캐롤 오츠[그들]중에서-

    주인공 모린의 편지입니다^^..
    ..제가 참 가슴으로 와 닿아서 옮겨둔 글귀인데..
    참나무.님께 선물로 드리고 싶어서요
    상처받지 않는 영혼으로 이동되시면 좋으련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나무.님 말씀대로 우리 곁에는 ‘사람의 하루’와
    예술이 남아 있으니 그럭저럭 지낼 수 있겠지요
    훌쩍 한 바퀴도 좋으시지만
    윤종신님의 ‘동네 한 바퀴’도 좋습니다..시간날 때 들어보셔요^^
    ..
    가까운 곳마다 벚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봄이 오네요..건강 조심하세요 꾸벅^^*

    • 참나무.

      28/03/2016 at 20:27

      동네 한 바퀴 하고 온 거 들켰네요
      진심이 느껴지는 위로…
      접수하지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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