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 희미한 옛사랑의 추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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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화요일은 JCC 유정우 클래식 터치
네번 째 강의 있는 날,
내가 만일 유시진이었다면
‘그 어려운 일을 또 해냈지 말입니다’ 했을까.

10시 약간 지난 시간에 출발하여
10시 30분 강의 시작 시간
늦지않고 도착했던 사건이.

에스컬레이터 계단 2개씩 오르고
횡단보도,초록신호 2개일 때 들숨날숨 달리고…
칠순할멈이 해낼 일이 아니었거든

대신 강의 후에는 남은 스케줄 잡지않고
계획없이 느릿느릿 게으름 맘껏 피웠다.
천하의 동백부인답게 아무도 없는
JCC 4층과 베란다 맘대로 누비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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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 전시실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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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처음으로 바닥의 화살표를 발견 왜 그 전에는  이 화살표가 안보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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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들어가봤다. 세상에나…바닥에도 쇳가루 산수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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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의 벽 한 쪽엔 좁고 긴 가로창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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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창으로 내다 본 전시장 입구 오른쪽 흰 막은  전시 중일 땐 스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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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에서 본 화살표 반대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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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 나왔다. 오른쪽이 재능교육 본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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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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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전시 곧 있을 것같아   마지막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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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베란다는 안가보면 안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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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안으로 남산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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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카페 아리에타 전경, 다른 때는 의자를 못 본 것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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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드려다 보니 손님이 한 사람도 없어 정적 깨기싫어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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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가  세익스피어 400주기  오늘 강의는 세익스피어와 베르디
같은 제목으로 풍월당에서도  400주기 당일인 23일 (토)특강 있는데
토요일, 현지니 없는 날이라  내 시간 맘대로 낼 수도 있지만  결정장애 전혀없었다.
대학로는 추억 많은 정든 곳,  가기만 하면 길맹이 되어버리는  강남과는 다르고 말고…

4시 현지니 어린이집 도착 했을 때  라디오에선  오늘이 4.19라며
오프닝으로 시인의 시 일부를 낭송했다.

시를 쓰는 마음으로
꽃을 꺾는 마음으로
자는 아이의 고운 숨소리를 듣는 마음으로
죽은 옛 戀人을 찾는 마음으로
잊어버린 길을 다시 찾은 반가운 마음으로
우리가 찾은 革命을 마지막까지 이룩하자

기도(祈禱) 김수영
-4.19 순국학도 위령제에 붙이는 노래  ‘일부’

그렇지 4.19 일어나던 해 난 중1
그 당시 마산 김주열학생
머리 앞 뒤 관통한 큰 총탄이 박힌 채
물 위에 떠올랐던 모습이 아직까지 생생하다.

대문호 400주기보다 4.19가 더 중요하지 아무렴
남은 오후 4.19 하면 생각나는 김수영 시인과
김광규 시인의 ‘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몇 번 올렸지만 리바리블이면 뭐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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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김광규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정치와는 전혀 관계없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
혜화동 로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
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
우리는 때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다
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
겨울밤 하늘로 올라가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
그로부터 18년 오랜만에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되어
혁명이 두려운 기성 세대가 되어
넥타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
회비를 만 원씩 걷고
처자식들의 안부를 나누고
월급이 얼마인가 서로 물었다
치솟는 물가를 걱정하며
즐겁게 세상을 개탄하고
익숙하게 목소리를 낮추어
떠도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모두가 살기 위해 살고 있었다
아무도 이젠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적잖은 술과 비싼 안주를 남긴 채
우리는 달라진 전화번호를 적고 헤어졌다
몇이서는 포커를 하러 갔고
몇이서는 춤을 추러 갔고
몇이서는 허전하게 동숭동 길을 걸었다
돌돌 말은 달력을 소중하게 옆에 끼고
오랜 방황 끝에 되돌아온 곳
우리의 옛사랑이 피 흘린 곳에
낯선 건물들 수상하게 들어섰고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아직도 남아 있는 몇 개의 마른 잎 흔들며
우리의 고개를 떨구게 했다
부끄럽지 않은가
부끄럽지 않은가
바람의 속삭임 귓전으로 흘리며
우리는 짐짓 중년기의 건강을 이야기했고
또 한 발짝 깊숙이 늪으로 발을 옮겼다

Los Tres Diamantes – Luna llen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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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나그네

    20/04/2016 at 01:20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참나무.

      20/04/2016 at 08:39

      감사합니다
      날마다 좋은 날 되시길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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