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혼초기 어느 날 돌아가신 시부께서 남편에게 전한 작은 액자가 있었다.
참을성 부족한 큰애(장남이라 이렇게 부르셨다 늘…)위하여
제일 굵은 붓으로 힘차게 쓰신 참은 忍- 큰 스케치북 만한 사이즈로 이중 표구된…
2.
어느 작가의 책 부록으로 받은 작은 수첩 뚜렷한 용도가 없었는데 어느 날 부터 참을 忍을 매일 한 자씩 써 왔다.
253페이지나 되니다 쓸 때까지 마음 수양도 되지않을까 하는 바램도 좀 있었겠지….
며칠 전 부터는 忍 대신 愛를 쓰기로 맘을 바꿨다.
참을 인자의 칼刀가 어느 날 부터 싫어졌다
그리고 愛에도 忍에도 마음 心이 있는 걸 알게된다.
… ….
순간 8십몇 개의 사랑을 뜻하는 언어로 구성된 서울 숲 조각 작품이 퍼뜩 떠올랐다. 갑자기 신이 나기시작했다. 사랑을 뜻하는 단어를 오늘부터 찾아보고 써 보기로 맘을 바꾸었다 이말이지… 사랑,愛,love, Amor 참 많기도 한…
3.
현지니를 업고 달마중을 가끔 다녔다 -과거형이 왜이리 서운할까.
아직은 달이 저를 좋아해서 졸졸 따라다니는 줄 아니까
어젠 참 오랜만에 달마중을 갔다
“나 달 좋아하는데…”
요즘 울 현지니 말버릇이다
“하부지가 깜짝 놀래시겠지”
“맞아…”
언제나처럼 나만 사용하는 띠(박수근 그림에도 나오는 처내)로 현지닐 업고 달보러 갔다.
4.
아들이 어제 우리랑 자고싶어한다고 저녁무렵 현지니를 데리고 왔다.
며느리가 휴직한 이후 이제 황혼육아에서 해방된 우리 부부 자유와 섭섭함이 동시에 찾아왔었거든…
나보다 하부지가 훨씬 더 많이…
선물같은 현지니가 오늘 내 방에 소록소록 자고있다.
(아침 먹을 시간이라…잠시 후…)
E마트 빈 자동차만 봐도 울컥했었다.
늘 차지하기 힘든 자동차 케리어가 세 대나 빈 채로 있었으니…
5.
어제 온갖 재롱을 피운 울 현지니
이젠 현지니 장난감이 된 ‘부부젤라’ 위에 놀던 공을 올리고
“함무니 요거 아크(아이스크림을 요래 말한다)!”
“우와 잘맹글었네 울 현지니…”
칭찬을 마구 해대니 빨아먹는 시늉도 해가미… 깔깔 웃었다.
뒷 배경은 말년에 등산 중 낙상 사고로 늑골이 내려앉아 한평생 하시던 서예를 못하셔도 돌아가시기 전까지 헛 붓놀림으로 필筆을 놓지않으셨던 시부께서 큰 며느리인 나에게만 선물하신 길다란 편액이다. 오른쪽엔 한자로 ‘시부 74세시 ㅇㅈ ㅂㅈ 母에 전한다.’ 가운데는 금강반야바라밀경 전문이 佛자만 비워둔 채 구양순체 잔글씨로 빼곡하게 들어 차있다. 이사가면 제일 먼저 걸릴 장소 물색부터 하는 오래 된…
근데 참을 忍 액자가 요즘 안보인다. 나는 버린 적 없는데?
P.S
서울 숲이 들려주는 이야기 ‘Love Letter’
왕광현 외 /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 내
-‘도시가 예술이다’라는 주제 하에 진행된 서울시 도시갤러리의 한 작품. 인류의 가장 보편적인 감정인 사랑, 그 사랑을 나타내는 세계 각국의 언어를 조형물로 표현했다. 총 95가지의 언어(한글, 한자, 영어, 히라가나, 히브리어, 이집트 문자, 룬 문자, 갑골 문자, 힌디 문자 등)에 달하는 이 조형물은 마치 남녀 간의 사랑, 가족 간의 사랑, 이웃 간의 사랑 등 모든 형태의 사랑을 한 몸에 아우르고 있는 듯 하다. 특히 말간 아침 햇살을 그대로 투영하는 부드러운 곡선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랑’으로 휘감아 준다.
출처: http://m.blog.daum.net/seoul_post/7472025
저도 제 아이들 데리고 다니며 여러 번 올렸는데
잘 정리된 포스팅이 있어서 보관합니다
총 95가지의 언어였네요
홍도토리
19/05/2016 at 12:54
할머니 할아버지 마음을 현지니가 먼저 헤아려 행동대장이 되었군요.
눈에 넣어도 안아플 내 ㅅㄲ..
.. 결국에는
사랑이지욥…
용서도 너그러움도… 그리하여 마음 편안하게…^^*
참나무.
19/05/2016 at 18:29
아…이젠 답글이 제대로 떴네요
잘은 몰라도 메니저님이 스팸으로 분류했다가
되돌렸나봅니다…ㅜ.ㅠ
*
사랑에 관한 단어 계속 탐구해봐야겠지요
조만간 서울 숲 다시 가봐야겠어요
종이처럼 도르르 말린 것 같은 조각
제맘같아선 탁본이라도 했으면 좋겠지만서도…^^
journeyman
19/05/2016 at 13:36
참을 인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고 했던가요.
저도 앞으로 마음으로만 삭이지 말고 참을 인자를 써서 달래야겠어요.
더불어 사랑 애자도 써보고.
좋은 방법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참나무.
19/05/2016 at 17:18
위블에 김기자님이 계셔서 윤활유 역활을 하십니다.
서울숲에 사랑에 관한 단어들만 모아 조각한 거
올린 적 있는데 찾아보고 올려둘게요
5월가기 전에 직접 가봐도 좋은데
요즘 이상하게 좀 많이 바쁘네요
*
올려주시는 포스팅 잘 보고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썰렁한 집 흔적주셔서…
참나무.
19/05/2016 at 17:51
서울 숲이 들려주는 이야기 ‘Love Letter’
P.S
추가합니다
저도 제 아이들 데리고 다니며 여러 번 올렸는데
찾을 수가 없네요.
마침 잘 정리된 포스팅이 있어서 보관합니다
총 95가지의 언어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