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생활은 평범하게 사고는 비범하게, 혜화동 한무숙 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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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몇 월인지 기억은 안나지만 영인문학관에서 열렸던 번역문학전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강인숙 영인문학관장이 친하게 지내던 한무숙작가의 장남 김호기 한무숙문학관장을 소개하며 몇 개국어를 통달하는 번역가이면서 문학관을 잘 꾸려나간다고 기회되면 ‘여러분들도  한 번가보라’ 했지만 깜빡 잊고있었다.

요즘 열리고 있는 JCC아트센터 ‘혜화동 풍경’에서 한무숙문학관에서 보내 온 많은 자료들도 봤지만 문학에 뜻을 둔 사람도 아니어서 그런가보다~~지나쳤는데  여차저차 그린도어 카페 여주인의 안내로 가보고  강인숙관장이 왜 그렇게 칭찬했는지 이유도 알게되었다. 잘 지은 ㅁ자 한옥을 박물관 비슷한 문학관으로 꾸미면서 예전의 작은방을 하나로 터서 모두 3개의 전시장으로 만들었고  좁지만 3층이나되는  나사모양 계단 구석구석 알뜰살뜰 정성껏 꾸며져있었던 것이다.

한무숙작가는 학창시절 화가가 꿈이었는데 뇌막염을 앓아 청력을 잃게되어  독학으로 그림 공부를 하여 김말봉작가 소설의 삽화까지 그렸을 수준이지만   금융인 김진흥씨를 만나 엄한 시집살이하면서 그림을 펼쳐놓고 그릴 수 없어  그림 대신  며느리 생활 이후 야밤에  혼자  할 수 있는 게 소설뿐이어서  문학을 택했다 했다.

그러면서 독학으로 외국어 공부도 하여 하버드대 등 몇 군데 대학에서  영어 강의까지 할 정도의 노력가라는 사실도 처음 알게되었다.  이후 수많은 활동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일목요연하게 잘 진열된 자료들과 함께 상주 안내자가 과장없이 띠엄띠엄 설명해주었다.

나사 계단을 올라가서 만난 한 진열장에는 차남인 의사가  미국에서 교통사고로 타계한 뒤 충격으로  한참동안 실명까지 하셨단다 . 이후 소설 두 권을 출판. ..문득 한恨이 문학이 되었다는 박경리, 박완서작가도 떠올랐다. 박완서작가 역시 40대 이후 이불로 스탠드 불빛을 막아가며 소설을 썼고 의사 아들을 잃은 후 이해인 수녀님이 계시는 부산 수녀원에서 칩거하다 어떤 수녀가 환자의 소변기를 활짝 웃으며 들고다니는 걸 보고 많은 생각을 하다 다시 작품활동한 사실을 풀어 쓴 수필까지  떠올랐다.

한무숙작가도 조병화시인처럼  서울대 성대 어려운  학생들께 숙식도 제공하여 5남매들은 한 번도 독방을 사용한 적이 없다 했다.  외출을 자유롭게 못하는 대신 집으로 박재삼 황동규 이어령 등  몇 몇 작가들을 자주 초대하여  문학행사도 열었고  천상병 시인은  아예 사셨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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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실에 들어서면 청전 산수가 먼저 눈길을 끈다. 그 아래 진열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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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버드 대 영어 강연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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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CC에서 전시 중인 저서도 많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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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인 전시관(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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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둥 있는 데가 예전엔 모두 방 (右)

 

나사계단이 3층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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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처에 명화들도 많고 오른쪽 아프리카 조각들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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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말봉 작 신문 연재소설 밀림 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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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였던 차남을 미국서 교통사고로 잃은 후 출판 된 못다쓴 편지 못다한  약속 오른쪽은 차남의 청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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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와바다 야스나리, 펄벅,미국작가 존 업다이크, 이어령,한무숙 동생 한말숙 ,게오르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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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년에 심취한 자수와 도자기 그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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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층 창으로 내려다 본 아랫채와 회화동 골목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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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CC 전시중인 저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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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 김진흥 작품 – JCC 2층 전시 중인 한무숙 본가를 그린 좀 작은 ㅁ자 한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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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 김호기 관장은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겠지만 딱 한 분 뽑으라면 당신 어머님을 뽑겠다 했다. 늘 가르쳐 주신 게 ‘생활은 평범하게,사고는 비범하게.’

타계하신 후 남편 김진흥씨는 한무숙 문학상을 제정하여  지금까지 20여회 계속되고 있고   제 1회 한무숙문학상 수상자가 박완서작가라는 사실도 나는 처음  알았다.  시낭독회나 여러 모임도 원하는이들께 장소는 무료로 제공한다 해서 잠시 청담을 떠올리기도 했다만…겨울비님이 없어서 한 번 더 아쉬웠다.

다녀온 후 한무숙 문학관 사이트도 있어서 들어가봤더니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지만 답사하려면 미리 예약해야 된다 했다. 내가 간 날 하필 단체 예약 팀을 만나 어찌어찌 구경한 일은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 나는 일부러 예약까지 해가면서  다니는 성격이  아니어서 아마 가지 않았을텐데…

이 모두 동네 주민들과 같이 어울리는  카모메 식당 같은 분위기의 카페 그린도어  알게 되어 갑자기 일어난 일이었던 것이다. 이러니 또 ‘필연같은 우연’ 타령을 아니할 수 없겠다.

길어져서 지난 24일 유정우의 클래식텃치 있었던 날 잡기는 또 미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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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1. 초아

    27/05/2016 at 06:09

    오만대 다 다니지만, 서울쪽은 삼가고 있습니다.
    번잡하여 다니기 힘들다며, 남편이 응해주지 않아서..
    한무숙님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갑니다.
    귀한 포스팅 감사합니다.

    • 참나무.

      27/05/2016 at 17:53

      정말 많은곳 다니시며 열심히 포스팅 하시더군요
      서울..복잡하긴하지요
      저도 춘첨 어디쯤 살고싶긴하지만
      문화적 혜택과 아직 남편도 직장에 메인 몸이라
      어정쩡하게 서울시민으로 살고있네요
      서울 아니어도 다니실 곳 많으시니 괜찮습니다^^

  2. 데레사

    27/05/2016 at 07:59

    동생분인 한말숙 선생님은 아직 생존해 계신가요?
    두분의 글 즐겨 읽었었는데…

    생활은 평범하게, 사고는 비범하게
    젊은 우리 지수에게 가르쳐야 할 덕목 입니다.

    • 참나무.

      27/05/2016 at 17:58

      한말숙선생님(84세)황병기선생님(78세)찾아봤습니다
      저도 그 말씀이 제일 와닿았어요
      어려운 일 지나가면 데레사님도
      혜화동 찬찬히 둘러보시면 더 좋겠습니다

  3. 연담

    28/05/2016 at 01:22

    한무숙 선생님의 글 ‘생인손’을 기억합니다.
    한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네요.

    • 참나무.

      28/05/2016 at 09:22

      생인손 때문에 아주 긴 답글을 본문에 올렸어요
      한무숙 문학관, 혜화초등학교 근처라 찾기도 쉽답니다
      가시면 ‘그린도어’에도 한 번 들러보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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