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른 때랑 달리 좀 일찍 집을 나섰다.
늦을까봐 헐레벌떡거리며 계단도 두 개씩 오르고
초록 신호등 3개라도 뛰며 건널 수 없을터이니

혜화역 1번 출구 에스컬레이터 가만히 서서 올라 와 천천히 걸었다.
횡단보도 건너 혜화파출소를 끼고 왼쪽 언덕을 오르면
유난히 연극 포스터들이 많이 보인다

대학로 ‘아름다운’극장도 언젠가 한 번은 들어가 있을 것같은 예감

10시 30분 시작 유정우의 클래식 터치
시간 넉넉하니 전부터 궁금하던 질문도 할 수 있는 여유까지생겼다.

• 사건1.

카드 결재 하는 동안

“…2층 카페 아리에타 네모진 난간 손잡이까지 안도 타다오가 설계했나요?

JCC직원: 네 맞습니다

(어머나 세상에…)

“잘 모르는데 나중에 알아보고 답변드릴게요”

이런 답을 먼저 들을 줄 알았는데

질문 떨어지자마자

네! 라니…또 한 번 놀랬다.

• 사건 2

지하2층 JCC아트홀 입구엔 항상 그 날 강의 내용이 적힌 A4용지랑 팬,
그리고 다음 연주회 예고 리플랫이나 엽서가 끼워져 있다.
– 맨 오른쪽 엽서를 집어낸 강의용지는 내꺼다.
지난 목요일 혜화마티네에서 받은 거라 물자 절약 차원으로…

아트홀 무대 뒷편 스크린에는 네트렙코 실황 연주가 비춰지고 있었다.
시간이 다 되어가고 다른 때 같으면 미리 온 유정우샘
비디오 기사에게 사전 지시 내리는 소리가 들릴텐데…

오늘은 조용하다. 웬일일까?
잠시 후 관계 직원이 유정우샘 오늘 좀 늦겠다는 양해 멘트가 들렸다.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자 다소 급하게
예의 지시사항이 조그만 소리로 들리고…
곧이어 무대에 올라 정말 죄송한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진심어린 해명을 했다.

“여태까지 수많은 음악강의 시간 단 한 번도 지각한 적 없는데…”

‘중국인 환자 수술 시간을 잘 못알고,늦은 점 깊히 사과드린다’는 요지의…

가끔 흉부 외과 의사맞나? 할 정도로 음악 강의 많이 하는 그에게 직접
‘수술 때문에’ 라는 말을 직접 듣고 의사가 맞긴 맞네 확인한 날이기도 했다.
그의 강의 풍월당. 예당.삼성동 베어스 홀.마리아 칼라스 홀 등등에서
몇 번 들은 적 있고 또 매주 금요일마다 KBS F.M 까지 열심이니
내 생각이 지나치지 않을 듯-대단히 죄송한 일이긴 하지만

• 사건 3.

오늘 제8강 봄학기를 끝으로 가을학기까지 휴강.
2층 카페 아리에타에서 다과회 있으니 올라가라 했다.
가을 학기는 9월 6일부터라는 안내장도 2층에서 주겠다고
3월 22일: 부활절의 음악
4월 5일: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4월 19일: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기 기념, 셰익스피어와 베르디
5월 10일: 조화와 대결의 예술, 협주곡의 변천사
5월 24일: 음악의 역사를 바꾼 순간들 I, 베토벤 영웅 교향곡
6월 7일: 명작 오페라 산책 I, 푸치니 토스카
6월 21일: 여름 음악 페스티벌의 매력

단출하지만 성의가 엿보이는 뷔페 상차림은 간단한 다과가 아니었다.
한끼 점심 식사 충분했다.
고급스런 김밥에다 빵과 샌드위치 3종류(카페 아리에타 제공?)
수박과 참외,음료까지.

나는 오늘 다른데서 점심 먹기로 했는데…
망설이며 일단 한개씩 골고루 담고 근처 테이블에 앉았다.

빈 테이블이 없어 잘 모르는 아주머니 두 분과 합석하게 되었다.

질문: 이곳을 어떻게 알게되셨나요

나: 월간미술 보다 우연히…
(이후론 계속 다녔다. 제 1강 때는 알기 전이라 불참이었지만…)

질문: 개근상 받아야겠네요. 우린 초대받고 다니게 되었는데요

얘기하느라 사진도 제대로 담지못하고
우린 금방 한솥밥 먹는 사이가 되었다
로얄 코펜하겐에 담긴 과일접시 볼 때 대접받는 기분이었다.

우리 세 사람은 잠깐 얘기하면서도 마음이 서로 통하여
‘그린 도어’까지 같이 가게 될 정도로 발전하게된다.

가는 도중 만난 보성문구사

처음 만난분들께 길맹인 거 들켰다.
혜화초등학교를 지나치며
제법 걸었는데 그린 도어가 안보였다.
건너편에서 올라가며 이야기에 심취 하느라 그랬을지도…

근데 이를 어쩌나 가게 문이 닫겨있었다.
오늘 이곳 인연이 아닌갑다 …

혜화로타리 근처 커피천국으로 향했다.

융드립으로 유명한 카페라 에스프레소가 되질않아 얼음 뺀 더치커피를 시켰다
얼음 넣으면 농도가 달라지는 거 싫어서…
탁월한 선택이었다- 찬 에스프레소 마시는 기분 썩 괜찮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다 퀼트 한 지 오래되었다 하니
백에서 퀼트 지갑을 꺼내어 또 놀라고…
첫 만남인데 우린 많은 이야길 나눴다.
사건 1.2.3. 예를 들며 JCC의 배려지심에 관하여
같은 KBS F.M 애청자여서 하이파이브를 몇 차례나 했는지
에릭 사티 150주년 특집 방송도 들었다 했다.
최초의 미니멀리스트, 초라한 귀부인,
열두벌의 벨벳수트, 발라동,위트릴로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빨리 이 세상에 온 사람’ 
사티 얘기는 먼저 해서 다시 하이파이브!

위트릴로가 그 집에 드나 든 유일한 사람이었다고
바로 어제 다시 읽은 책이야기도 하며
오늘의 현지처는 두 분이라는 고백까지 하게된다.

이미지 출처: 그래도 못다한<–

 

혜화아트센터 전시회도 같이 감상했다.
빨간 딱지 반가워서

왼쪽 손바닥 안중근의사?
궁금하여 작가에게 물었더니 맞다 했다.

SanG Ha  상 하 개인전
breathlessness
혜화아트센터 : 2016. 06.17~06.29

(…중략….)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음을 기억하기
그리고
나날이 가벼워지기

-작가의 전시 소개 글 중 일부

P.S

• 혜화골목냉면

사실은 오늘 …
‘열무김치 나오는 돈까스’ 소개하려했는데…
지난 목요일 혜화마티네 갔던 날 냉면 먹으면서
요담엔 비빔밥이나 돈까스 먹을 예정이었거든.

이미지 출처: 비오는…<–

아이고 세상에…
되잖은 잡기 올리느라 오해영 본방 사수 또 못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