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학교 작은 클래식, 선율만큼 강한 전율 선물”

26國 130개 도시서 한달간 음악축제… ‘원 먼스 페스티벌’ 기획 박창수씨

우리 주변 일상의 공간에서 공연 예술을 즐기자는 취지로 ‘2016 원 먼스 페스티벌’을 기획한 박창수 더하우스콘서트 대표.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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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을 차려입고 가야할 듯한 클래식 음악회. 가정집 마룻바닥에 앉아 피아노 연주를 듣는다. 피아노 선율뿐 아니라 진동이 몸을 관통해 울린다. 연주자의 거친 숨소리마저 연주와 어우러지며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바로 하우스콘서트다.

국내에서 하우스콘서트를 15년째 여는 음악인이 콘서트 무대를 오스트리아의 슈베르트 생가, 프랑스 왕립수도원, 도서관, 식물원, 학교 등 집밖으로 크게 키웠다. 이달 1일부터 31일까지 26개국 323곳에서 ‘2016 원 먼스(One Month) 페스티벌’을 여는 것. 예술가 1500여 명이 클래식, 재즈, 실험음악 등을 선보인다. 이달 4일 음악회 준비로 한창인 서울 종로구 동숭동 예술가의집에서 박창수 더하우스콘서트 대표(52)를 만났다.

○ 가정식 살롱 음악회로 시작

해외 음악회 일정 등을 조율하느라 보름 간 잠을 거의 못 잤다는 그는 멍한 표정으로 나타났다. 그에게 축제 취지를 물었다 .

“원먼스페스티벌의 모태는 하우스콘서트거든요. 서울예고 재학 시절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연습을 하다가 집에서 느껴지는 아담함과 아늑함이 좋았어요. 유명하고 화려한 무대보다는 소박하고 아담한 공간에서 연주자와 교감을 하는 공연을 기획하는 게 꿈이었죠.”

2002년 7월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던 그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하우스콘서트를 시작했다. 공연 후 연주자와 20~30명의 관객들이 와인과 치즈를 곁들이며 담소를 나누는 살롱음악회 문화를 만들어냈다. 그러다 10년쯤 됐을까. 그는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해외에서 공부하거나 활동한 연주자들이 귀국해 2~3년이 지나면 기량이 떨어지는 경우를 종종 봤어요. 왜 그럴까 생각해봤더니 이들의 연주 기회가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고요.”

그가 조사한 바는 이렇다. 전국에 500석 이상의 공연장은 약 400곳. 인구 대비 적은 수준은 아니지만 대부분 연 10회 공연에 그쳤다. 통상 전체 예산 80% 안팎을 트로트 가수 섭외에 투입하고 나머지를 쪼개 클래식 국악 등 ‘기초문화’ 공연에 쓰는 식이었다.

“하드웨어(공연장)와 소프트웨어(연주자) 모두 풍부한데 기가 막혔죠. 돈 되는 문화에만 매달리는 건 위험해요. 대중문화가 열매라면 기초문화는 씨앗이에요. 베토벤 바흐가 없었다면 대중음악도 지금과 달랐겠죠. 기초문화가 떠받쳐주지 않으면 남이 한 걸 따라하는 수밖에 없어요.”

문득 아이디어가 스쳤다. 매달 400여개의 공연장에서 공연이 한 차례 씩 연 12회씩 열리면 5000여회의 공연이 열리잖아요. 연주 팀 200개가 한 달에 두 번씩 공연하면 얼추 되지 않을까…. 불가능한 것도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 무모해 보이는 도전…음악 거장들의 연주

‘그래 연 5000회 공연에 도전해보자.’

박 대표는 2013년 7월 12일(하우스콘서트 시작일) 전국 문화예술회관 65곳에서 일제히 음악회(하우스콘서트 대한민국 공연장 습격사건)를 열면서 무모해 보이는 도전이 시작됐다. ‘관객이 올까’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만석인 공연장이 속출했다. 여기에 자신감을 얻어 2014년 한중일 3국에서 한 달 간 ‘원 먼스 페스티벌’을 열었다. 2015년엔 유럽으로 개최국을 늘렸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산골 초등학교에서 어린아이들과 연주했고, 이경숙 전 연세대 음악대학장은 그랜드 피아노가 아닌 업라이트 피아노를 연주했다. 가야금 명인 황병기, 색소폰 연주자 강태환 등 쟁쟁한 인물도 무대에 올랐다.

연주자들은 무보수와 가까운 개런티를 받지만 작은 콘서트 특유의 분위기에 매료돼 흔쾌히 공연을 수락했다. 유명세를 타기 전부터 공연했던 의리로 참가하는 연주자도 적지 않았다. ‘젊은 거장’으로 통하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2003년 중학생 시절부터 하우스콘서트에서 연주를 시작해 2006년 리즈국제 콩쿠르 1위 입상한 뒤에도 인연이 이어져 원 먼스 페스티벌뿐 아니라 하우스콘서트에도 주기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남들이 알아주기 전에 저희가 좋은 연주자를 미리 발굴해 이들의 기(氣)를 살려주는 공연을 하고 싶었죠. 국제 콩쿠르 입상으로 유명해진 뒤에야 섭외를 하는데 거액을 주고 섭외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우리 스스로의 안목을 믿어야 하는데 이를 스스로 폄훼하고 남의 인정을 더 중요시하는 풍토가 아쉬워요.”

○ 재정난 겪어도 관람료는 15년째 2만 원

일각에서는 “거액을 후원하는 큰 손이 있느냐”고 궁금해 한다. 그는 “좋은 공연이라고 하면 오히려 후원자가 나타날 줄 알았지만 천만의 말씀”이라는 답했다.

사실 정부와 대기업 지원은 거의 전무하다. 지난해 집을 줄여 마련한 1억 원을 보태 행사를 진행했을 정도로 재정난을 겪고 있다. 하우스콘서트는 수익 사업이 아니다. 따라서 입장료를 15년째 2만 원으로 묶어놓고 있다. 누구나 콘서트를 부담 없이 즐기라는 뜻이다. 원 먼스 페스티벌 역시 공연장과 공연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할뿐 입장료는 주최 측으로 돌아가지 그가 버는 돈이 아니다. 박 대표는 한때 정부 사업을 위탁받는 사업을 벌였지만, 사실상 접었다. 2014년에 전국 각지에서 ‘작은 콘서트’ 250개를 벌였지만 2015년 160개, 올해 9개로 줄었다. 특혜 시비 등으로 정부가 하우스콘서트의 참가 업체를 늘린 것이다.

“하우스콘서트가 확산된 건 반길 일이긴 해요. 하지만 좋은 콘텐츠 만들어서 개발하려는 의지를 꺾는 것이기도 하죠. 이런 풍토에서 기획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걸 도전해서 만들어내는 것보단 이미 있는 걸 카피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는 거죠. 독특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왜 북돋아주지 못하는지 아쉬워요.”

올해 원 먼스 페스티벌은 개·폐막식을 생략했다. 물론 예산 부족 때문이다. 대신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공연을 페이스북 라이브(https://www.facebook.com/thehouseconcert)로 중계해 누구라도 일상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실시간 공연은 물론 지난 공연도 볼 수 있다. 하루에 10개 안팎의 각국 공연이 올라온다. 미국 가정집 잔디밭에서 열리는 재즈공연부터 대한민국 서울 경회루 앞에서 청바지를 입고 피리를 부는 국악공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공연 영상은 거칠지만 흐뭇하다. 일상에서 감동을 주는 음악회라는 입소문이 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예산·인력 적어도 잘 놀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을 박 대표와 매니저 2명, 자원봉사자들이 준비한다. 어려움 속에서도 공연 기획을 계속하는 까닭을 물었다.

“싸이가 유명하고 대단하지만, 대중음악은 비교적 단순한 구조이고 빨리 소비되어야 하는 특성이 있어요. 클래식은 당장 돈이 되지 않아도 복잡한 구조여서 많이 들어도 쉽게 질리지 않고 무언가 자꾸 떠오르면서 새로운 걸 발견하게 되죠. 한류나 대중문화에만 목메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전 클래식 신봉자가 아니지만, 사람들이 대중문화만큼 기초문화의 가치도 인정했으면 해요.”

느리지만 연 5000회 공연의 꿈도 이뤄가고 있다. 2012년 130회, 2013년 250여회, 2014년 510여회, 2015년 800여회 등 매년 공연 기회를 늘리고 있다. 원 먼스 페스티벌도 지난해의 경우 1400여명의 예술가가 참여해 관객 4만1800여명이 왔다.

“올해 저희 축제의 경우 예산은 줄었지만 온라인 중계 등으로 스케일은 더 커졌다고 생각해요. 돈이 많지 않아도, 인력이 많지 않아도, ‘이렇게 좋은 공연 콘텐츠를 만들고, 이렇게 잘 놀 줄 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어요. 개인과 개인이 합치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잖아요.”

마침 박 대표의 휴대전화가 올렸다. 이날 저녁 예술가의 집에서 콘서트를 할 클래식계의 대모인 김남윤(바이올리니스트) 이경숙(피아니스트)이 리허설을 위해 공연장에 도착한 것. 공연계의 독립투사는 생기발랄한 표정으로 “네, 선생님”하며 달려 나갔다.

원 먼스 페스티벌은 이달 1일부터 31일까지 국내에서는 예술가의집과 서울시 시민청, 세종문화회관, 지방의 문화예술회관, 산골 초등학교, 카페 등 96곳에서 155개의 공연이 열린다. 02-576-7061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출처: 동아닷컴 <–

P.S:

2016. 7.21 도곡동 율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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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회 연주자 비공개 하우스콘서트
일시:  2010. 11월 17일 (수) 8시 / 도곡동 -율하우스
출연: 김선욱  
출처: More <–

2016 One Month Festival – No.217

● 장소 : BANJUL (반쥴)    http://www.banjul.co.kr/
● 연주 : 김지윤(Violin), 임진아(Viola), 장우리(Cello)
● 일시 : 2016. 7. 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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