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등
호박꽃 활짝 열린 콘센트에
벌이 플러그를 꽂는 순간
온 세상 환합니다
넝쿨넝쿨 잎사귀
푸르게 푸르게 밝습니다
겨울, 봄, 여름…… 점멸하는 거리
울타리 세워 담장 세워
저 멀리 가을까지 닿은 전선에
늙은 호박 골골이 환합니다
―엄재국(1960~ )
호박꽃이 활짝 피어 있다. 벌이 붕붕 날아와 꽃에 내려앉는다.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는 순간이다. 환한 빛의 세계가 열리는 순간이다. 시골집에 처음 전기가 들어오던 때처럼. 이제 가을의 끝까지 호박은 매일 전력 공급을 받는다.엄재국 시인은 시 ‘꽃밥’에서 “꽃을 피워 밥을 합니다/ 아궁이에 불 지피는 할머니/(…)/ 만개한 꽃잎에 밥이 끓습니다/ 밥물이 넘쳐 또 이팝꽃 핍니다”라고 썼다. 모든 꽃의 꽃핌을 보노라면 어머니께서 솥에 쌀을 안쳐 밥을 짓는 것만 같다. 어머니께서 고봉밥을 지어 사랑을 보태듯이 꽃은 피어 이 세상에 밝음을 보탠다. 꽃핌은 우리에게 활짝 트인 시계(視界)를 보여준다. 어둠의 한가운데에 전구가 켜졌을 때처럼 혹은 갠 하늘처럼. 시인 문태준 출처 –[가슴으로 읽는 시] 2016. 7. 25 (월)
한 주의 시작 월요일은 가볍게 시작하고프다.
가슴으로 읽는 시, 오늘 일러스트는 이철원 기자 아니지만
하루 전 골목길에서 만난 호박꽃 사진이 마침있어서…
칼을 뺏으니 호박이라도 찔러야지..ㅋㅋ
(손전화로 라지오 듣다 사진 담으려면 카메라로 바꿔야 하니…)
잘 여물어가는 옥수수까지 찔렀다.
식전약봉지 꺼내보니 한 줄뿐이다
매번 두달치 한꺼번에 처방받는데 혹시 몰라
금식하고 간 거 아까워 기본 검사만 하고
한달치만 받아왔는데 벌써 마지막 주란 얘기다
엊그제 같은 7월1… 오늘이 25일이라니
정말이지 세월의 속도가 무섭다.
월요일 가볍게 시작하고프다.
초아
25/07/2016 at 20:45
엄재국님의 점등 가슴으로 읽었습니다.
좋은 시나 글은 읽기만해도
감동입니다.
*
어디가 편찮으신가요?
건강조심하셔요.
참나무.
25/07/2016 at 23:09
월요일은 ‘가슴으로 읽는 시’ 제일 먼저 읽지요
*
아픈데는 없고 어제 맨발로 신은 삐딱구두 때문에
발가락 물집 생겨…
하루종일 방콕했어요
날씨 더울 때는 집이 최고지요…^^
홍도토리
26/07/2016 at 07:54
호박꽃도 꽃이냐고
놀리던 이야기들도 있었는데
.. 황홀하네요!
예전엔 함부로 봤던 호박꽃이
이렇게 아름다운 시가 되고
세상을 점등하는 고귀한 존재가되고 말이지욥.^^*
참나무.
26/07/2016 at 09:47
시인의 그물에 점등으로 낚인 호박꽃
자세히 디려다보면 얼마나 고운데요
저는 동지애를 느껴서 아마도..ㅋㅋ
어찌 지내시나요
저는 오늘 카페성수갑네다~~
내일은 김용배선생 보러 그동네 갈 예정입네다아~~
예당 마티네콘서드 김용배선생의 힛트대작이라고들하지욥
포은아트홀 마티네 김용배선생 진행인 줄 전혀 몰랐는데
죽전 초행길에 알게되어 다시 감사 ^^*
참나무.
26/07/2016 at 23:31
이철환–> 이철원으로 수정합니다
오타 알려주신 분 대단히 감사합니다
원 세상에 고유명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