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과 열정

누가되면 어쩌나,
내공 부족으로 감히 다룰 수 없었던 숙제 하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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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혼자있을 때 자주 열어보는 Arte아르테 예술체널-우리동넨 91번
슈만의 헌정이 들려 집중하고 듣다  뚜껑 열린 그랜드 피아노 안쪽에서
손수건(버버리 무늬?)을 보자 마자  땀을 비오듯 쏟으며 피아노 안쪽에
손을 넣어 파격적인 연주를 하던  그날 밤이 다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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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자신없어 시간만 보내게 된다
가족행사와 특별한 느낌이 유난히 많았던 나날들,
다른 때 같았으면 괴발개발 수차례 포스팅 했을텐데
지금 날짜를 보니 8월 19일이 포스팅 마지막 날이다.
그날의 퍼포먼스를 내내 못올려 마음의 숙제가 되었는지

하여 오늘은 짐 벗어버리고 다음 진도나가고 싶어
그간 혹시나 하고 모아두었던 사진 폴드들 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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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 제 21회 더하우스콘서트 in 카페성수
알렉시스 바에호스 기타 독주회 있던 날 프로그램 오른쪽
다음 연주회 예고란을 보고 깜짝 놀라지않을 수가 없었다.

 

연주자: 박창수(작곡가,프리 피아니스트 )
 7월 31일 (화) 11시

11시? 관계자께 확인까지해도 밤 11시
원 먼스 페스티벌 마무리 하는 날이라는 설명과 함께…

저녁 8시 공연도 거의 포기하는 판국에…
아침 11시, 마티네 콘서트면 얼마나 좋을까만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한 시간이라 포기 상태였지만
날짜가 다가올 때까지 내내 마음은 콩밭에 가 있었다.

그런데 D-day…
현지니하부지는 친구들과 중복 만남이 연기되어
그 날 모였다며 술에 잔뜩 취하여 세상모르고 잠에 떨어저버렸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맘 속으로 야호 외치며 살짝 몰래
밤 11시 공연보러 집을 나선 시간이 밤 10시 30분 경…

2016.7월 31일
제 22회 더 하우스콘서트in 카페 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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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한달 간  26國 130개 도시에서  계속된  ‘원 먼스 페스티벌 One Month Festival
마무리 공연 당일 카페 성수 1층,
커텐 열자마자 20여명의 하코너(하우스콘서트  스탭)들이 진을치고 있었다.
삼각대 위에는 스마트 폰들이 매달려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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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처럼 어눌하고 작은 목소리로 음악회 시작 전 멘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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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동생이 타계했고…10일 전에는 아버님이 저세상으로 떠났습니다…저는 오늘 그 분들이 귀신으로 와주셨으면 하고 공연을 하렵니다…물론 착한 귀신이겠지요…”

썰렁한 농담이었지만 웃음 소리는 들리지않았다.

 

짧은 멘트가 끝나고 …
피아노 왼쪽에서 잠깐 안경을 만지는 듯 하더니
쿵! 하는 불협화음의 큰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피아노 건반 위에 올라간 그를 발견하게된다.

얼마나 놀랬는지…

부동자세로 건반 위에서 쪼그린 자세로  제법 오래 앉아있다 천천히
내려와 잠깐 명상하듯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본격 연주가 시작되었다

 

조용조용 애기다루듯… 때로는 폭풍 연주로 변할 때는
잠깐 안경을 벗기로 하며 말 그대로 프리피아노 연주 시간이 얼마가 되었는지
늦은 시간이라 에프터 파티 음식과 음료도 마실 시간도 없어 택시 집어타려고
큰길로 나왔는데  마침 2014 마지막 버스가 와서 집으로 왔다.

조마조마 가슴 조아리며 문을 열어도 현지니 하부지는 기척도 없었다.
완전범죄 성공! 오늘까지 그날 밤 나의 행적은 모른다.

 

현대음악을 나는 잘 모른다
더구나 악보도 없는 프리피아노 연주는 더 모르지만
그간 몇 번 참석한 적있어 낯설진 않았다.

 

예술의 궁극적 목적은 소통 아닐까
그 날 내가 느낀 건 파격과 열정이었다.

 

이후 의문이 하나 생겼다.
건반 위로 올라간 연주자가 예전에도 있었는지- 박창수선생도 포함
피아노를 부순 백남준선생은 미술 부분이고
그건 비디오로라도 봤지만 피아노 연주회에선 처음이어서…
– 지금도 그 때 생각하면 다시 가슴이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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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기회되면 물어보고싶지만 용기가 날 지 모르겠다
나 대신 다른사람이 물어 보면 좋으련만 한달 가까이 되도록
나는 아직 건반 위로 올라 간 연주자가 또 있는 지 모르고 있다.

#
죄송한 말씀:
아래 사진들은 하코너들이 페이스북에 올린 동영상들
제각각 위치가 달라 모아봤다. 이름을 적어두지않아 죄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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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예산부족으로 오프닝 행사도 못하고
오히려 자비 1억여원을 보태어 프로젝트를 끝마쳤다는데…

P.S:
하필 오늘 손녀딸과 같이 주말 여행가는 날,
짐싸다 말고 한 달 전 하콘얘기 생각나는대로 올렸네요
여행다녀와서 밀린 이야기 더 풀어놓겠습니다.

– 2016. 8.26.(금) 참나무.드림

6 Comments

  1. 데레사

    26/08/2016 at 06:21

    드디어 우리동네도 지금 비가 내립니다.
    늘 참나무님 동네 비 내릴때 여기는 쨍쨍하드니만요.

    비가 오니 좋습니다. 어서 더위도 물러가고 허리 보조기도
    풀고 좋아지면 나도 꼭 카페 성수에 한번 가보고 싶거든요.

    손녀와의 여행, 즐겁게 다녀 오세요.

    • 참나무.

      29/08/2016 at 18:34

      네 잘 다녀왔습니다.
      여행출발할 때 비가오더군요
      무엇보다 더위 물러가 다행이다 싶었어요.

  2. 수선호이

    27/08/2016 at 22:01

    올려주신 이후 볼 때마다 머리에
    쥐가납니다.._()_그 분의 마음을 알기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참나무.님의 글과 사진을 통해
    예술적 숭고함이 느껴지네요..감사합니다♥

    • 참나무.

      29/08/2016 at 18:40

      음악회는 보는 거란 말이 있듯
      현장에 없으면 절대 느낄 수 없는 부분이있지요
      쥐난다는 말 진심인 거 이해합니다
      다행이 제 마음이 전해져서 그나마안심이지만
      여행 중이라 컴 열지않았어요
      손녀딸이 주말밖에 시간이 없어서
      차차 소식전할게요

  3. 벤조

    06/09/2016 at 14:54

    피아노를 발로 쳤어요?

    • 참나무.

      06/09/2016 at 16:58

      발로 연주한 건 절대로 아니고요…
      본 연주 전 잠깐 퍼포먼스라할까요?
      ‘모든 경계를 뛰어넘겠’다는…
      한국 음악계의 보편성에 관한 자신의 입지 내지는 각오?
      뭐 순전히 저 혼자만의 느낌입니다.
      그리고 대단히 진지했습니다.
      벤조님 오랜만이세요…
      잘 지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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