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F.M이 나는 고맙다.
  • 9월 5일 월요일:

002

(… ….)

지 몸이 다 아파서 죽고 나야

무덤처럼 둥근 열매가

허공에 집을 얻는다

-류 근 시집 <어떻게든 이별> 중  ‘사과꽃’ 일부

아침 일찍 병원가는 골목길,유난히 열매들을 많이 만난다
줄기가 휘어질 정도의 감, 주먹 두 개 맞잡은 것 만 한 호박과
엄지 손가락 한마디 만 한 호박은 여럿 달렸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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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도 조롱조롱, 빨간 산딸나무 열매까지
이 나이 되도록 이룩한 거 하나없이
절룸거리고 병원가는 신세라니…애제라

큰 길로 들어서니 X다리로 걷는 사람을
두 사람이나 만나 더럭 겁이나기도…
동작을 와일드 하게도 걷는 분은
나처럼 통증은 없어보였다.

노는 귀로 계속 듣던 장일범 시간
레이첸이 스튜디오에 직접 나온다 하니
콩으로 문자로 반기는 사람들 …
이름은 낯익는데…누구지?

  • 원장실에서:
    나: 왜이리 발병이 자주나지요
    샘: 일요일 무리하셨나요
    나: 그리 심하게 걷진 않았는데…지난 밤엔 오한까지…

처방지 쓰면서 물리치료 후 주사까지 맞으라신다.
물리치료실 침대에 눕자마자
라지오 이어 폰  다시 꽂고 들고 온 시집 펼치고…

드디어 초대연주자 나온 모냥

  • 장일범: 바로 전날 예당 연주도 있었는데(김대진- 수원시향과)
    ‘아침부터 나와 힘들지 않느냐’

보통은 아침 10정도 기상하는데 리를 비 ‘피곤하다’며 긴 말 이어간다
(-피곤하다를 한국어로 해서 풉!)

  • 장일범: 목소리가 연주만큼 멋지다 DJ 해도 되겠다.

레이첸은  살고있는 호주에서 ‘DJ 요청이 들어오기도 했’다고…

라이브로 들려주는 첫 연주 바흐 파르티타,
연주가 왜이리 멋지지? 별나게 와닿았다.
그 이유가 혹시 그가 연주하는 1715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요하임’ 때문이었을까.
( 바이올린을 아주 좋아하는 KBS PD 능숙한 통역으로 처음 알게됨.)

연주자의 악기가 헝가리 출신 명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이 연주했던거라네.
브람스, 브루흐, 슈만 등 당대의 작곡가들과 개인적인 친분도 있고
그들은 요하임 한 사람을 위해 작곡까지 한 사실, 들은 풍월이 있지만
연주자 레이첸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

그런데 그의 대답 또한 예사롭지않다.
바흐나 브람스 브루흐 연주를 하면
악기가 이미 그 곡을 알고있는 듯한 느낌이 든단다

명기들 잘 못다루는 연주자가 6개월 정도 아무렇게나 다루면

명기라도  다 망가지기 때문에 각 나라에선 검증된 연주자 아니면
아무나에게 빌려주지않는다고 알고있는데-더구나 일본에서…

악기에 대해 장일범씨가 다시 묻자
그의 바이올린 ‘요하임’ 뒷판 호피무늬 때문인지
호랑이처럼 베이스도 강하고 멀리까지 음이 퍼져서
협연할 때 솔로이스트에게 적합한 악기라했다.
장일범씨는 바이올린 안에 호랑이 한마리가 있는 듯 하다는 농까지…

연주도 좋았지만 인터뷰 종합해 보면
음악의 사회적 기능에 관한 소견도 좋았고
벤게로프랑 협연도 하고 심사위원 하면서
어린 학생들의 콩쿨 참석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도 맘에 들었다.

이번이 세 번 째 한국 연주회였다는데 나는 얼굴도 몰라
연주도 들어볼 겸 찾아봤더니 동양계의 젋은 연주자였다
인터뷰 내용 윗트도 대단하고 영어발음이 하 좋아
멋진 미남인 서양인인 줄 알았는데…

대만 출생 후 8살에 호주로 건너간 바이올리니스트란다
무슨 콩쿨 상도 많이 받고 촉망받는…
레이첸이 아니고 Ray Chen
출생:1989.03.06 무식이 들통났다.

요담 기회되면 직접 한 번 보고도 싶지만
아마 못갈 확률 100%에 5백원…;;
그런 의미에서 나는 KBS F.M이 고맙기 짝이없다.

인터뷰 중간 라이브로 파가니니 카프리스도 좋았고
비니얍스키 전설은 특히 더 찌르르…
병원 올 때 갈아앉은 마음, 위안을 얻을 정도로

마지막 녹음 연주 차이콥스키 바협 1번 D장조
다니엘 하딩 지휘, 스웨덴 방송 교향악단 협연은
물리치료 끝나서 대기실에 앉아 마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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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자가 없어 의자 위에 매트 깔고
공짜커피 일 잔 하며…
그리고 마이싱 주사 맞은 후
계단 한 칸씩 조심조심 내려왔다.

세상에 너만 남겨져

혼자서 아프라고 햇빛 비추는 건 아니다

 – 류 근 ‘지금 아픈 사람’ 중

 

8 Comments

  1. 데레사

    07/09/2016 at 09:01

    치료 잘 받으세요.
    하기사 치료 열심히 받고 운동 열심히 했지만 결국에는
    수술했습니다만…

    류근 시인은 TV 에 나올때 보면 배우들 보다 더 잘 생겼더라구요.
    멋진 분이죠.

    • 참나무.

      07/09/2016 at 08:59

      아침엔 많이 좋아졌어요
      그래도 다녀올겠습니다…
      방금 급조할 포스팅이 있어서 엔터쳤어요
      수정할 게 많겠지요…
      늘 감사합니다.

  2. 지나

    07/09/2016 at 09:59

    Ray Chen

    이사람 페이스북 열심히 하고 있어요

    연주도 잘하는군요…너무 재기발랄해서 연주가 가벼울것 같았습니다

    https://www.facebook.com/raychenviolinist/?hc_ref=PAGES_TIMELINE

    • 참나무.

      07/09/2016 at 09:59

      네 방송에서도 페이스 북 얘길 해줬어요
      근데 제가 페북을 잘 안해요
      울 애들 소식 때문에 계정은 열어뒀지만
      비공개가 대부분이고
      류태형 기자도 친이긴한데…
      열심히 보지않은 거 들켰네요…ㅋㅋ

    • 참나무.

      07/09/2016 at 10:01

      젊은 팬들이 많을 것같더군요
      벤게로프도 인정한 연주자니…
      전 호피무늬 ‘스트라디… ‘요하임’
      뒷판이 궁금해지더군요…^^
      지나 님 오랜만~~

  3. 지나

    07/09/2016 at 10:03

  4. 홍도토리

    07/09/2016 at 12:10

    제 무심함으로 발병이 또 발병한 것 같아서 송구스러운 마음이여요…
    애구 참…

    • 참나무.

      07/09/2016 at 14:28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우리동내 유황온천탕이 있어서 느긋하게 다녀왔어요
      여하튼지간에 발병도 자주 발병하고
      낫기도 잘 하는 체질인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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