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러앉아 즐기는 ‘집밥’ 같은 음악, 500회
- 14년째 이어진 한국 클래식 문화의 명물 ‘하우스 콘서트’
지난 19일 밤,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 3층. 대조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두 예술가의 공연이 펼쳐졌다.
시작은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 연주 시간만 40분이 넘고 기교적으로도 까다로워 난곡 중의 난곡으로 꼽히는 이 곡을 그는 능란한 기교를 바탕으로 매끄럽게 풀어나갔다. 질주하는 피아노의 육중한 울림이 공연장 마룻바닥에 앉은 관객 183명의 몸에 그대로 전달됐다. 2부는 올해 초 성대수술을 받고 다음달 복귀 무대를 준비 중인 소리꾼 장사익의 무대. 퓨전 재즈밴드의 반주를 바탕으로 재해석된 ‘대전블루스’ ‘봄날은 간다’ ‘댄서의 순정’ 등 대중가요의 명곡들이 흘러나오자 청중들의 어깨가 들썩였다.
이날 무대는 2002년 7월부터 14년째 이어지며 한국 클래식 문화의 명물로 자리 잡은 ‘하우스콘서트’의 500번째 기념공연이다.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 박창수 예술감독(52)의 연희동 자택에서 출발한 하우스콘서트는 역삼동, 도곡동 등으로 자리를 옮기며 2014년 말부터 대학로에 자리 잡았다. 클래식을 중심으로 국악, 재즈, 대중음악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하우스콘서트는 일반 공연장과 달리 청중이 연주자의 호흡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전문 연주자들에게는 쉽게 기회를 잡기 어려운 대형 공연장 밖에서 자유롭게 청중을 만날 수 있는 자리이다.
공연 직후 만난 김선욱은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 하우스콘서트를 통해 독주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며 “하우스콘서트는 음악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걸 알려주는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중학교 3학년이던 2004년 타악기 연주자의 반주를 위해 하우스콘서트에 출연, 인연을 맺은 후 지금까지 10여 차례 공연했다.
하우스콘서트는 14년째 2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피아니스트 손열음, 가야금 명인 황병기, 기타리스트 이병우, 가수 강산에 등 정상급 연주자들이 무대를 장식해왔다. 누적 관객은 3만명, 출연한 연주자들도 2300여명에 이른다.
박창수 감독은 10주년이었던 2012년에 하우스콘서트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개점휴업 상태인 전국 자치단체의 공연 인프라를 활용해 공연문화의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해보자는 취지였다.
또 기존 대학로 하우스콘서트 이외에 지방 순회공연과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가 있는 날’ 공연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왔다.
14년 동안 쉬지 않고 500회를 이어올 수 있었던 힘은 ‘꾸준함’이다. “4년 전에는 콘서트를 앞두고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있었어요. 의사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콘서트 진행을 하고 다시 입원했죠. 9년 전 독일에 있을 때는 하우스콘서트 때문에 한국에 왔다가 콘서트 다음날 다시 독일로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하우스콘서트가 제자리를 잡아나가면서 재정적으로는 오히려 더 어려움에 처했다. 박 감독은 2014년에 문체부의 ‘문화가 있는 날’ 공연 250개를 만들었지만, 지난해에는 160개에 그쳤다. 올해는 9개로 급감했다. 그는 “이미 자리를 잡았으니 더 지원해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대학로 하우스콘서트는 2008년부터 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고 있고 작년부터는 SBS문화재단에서도 도움을 주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501회 공연에는 재즈 기타리스트 빅 주리스(Vic Juris)가 출연할 예정이다. 박 감독은 “실력 있는 연주자인데 예약자가 30명밖에 안돼 아쉽다”며 “유명한 연주자만 찾을 게 아니라 좋은 연주를 능동적으로 찾아나서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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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회 맞은 하콘…김선욱 “제 초심 돌아보는 공간이죠”
- [한겨레] 19일 밤 하우스콘스트 500회 연주회
연주자의 손놀림·페달링 등 생생하고
관객은 마룻바닥서 ‘엉덩이’로 감상
16살 첫 출연 이래 15번 나온 김선욱
“박창수 대표 꾸준해” 무한신뢰 표현
장사익은 한과 신명 풀어낸 ‘절창’
지난 19일 밤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 3층에서 열린 하우스콘서트 500회 연주회에서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연주하고 있다.
183명의 관객이 마룻바닥에 앉았다. 엉덩이로 음악을 들었다. 바로 2~3m 앞에서 피아니스트 김선욱(28)이 쿵쾅쿵쾅 건반을 두드렸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9번(함머클라비어)이었다. 마루를 거쳐온 피아노의 ‘망치질’은 엉덩이를 지나 가슴을 때렸다. 김선욱의 광대뼈 아래로 반짝! 한 점 땀이 빗금으로 흘러내렸다. 연주자의 미풍 같은 한숨, 미세한 손끝의 떨림, 페달의 진동까지 관객과 호흡했다. 지근거리에서 감각기관의 효과를 극대화한 눈과 귀, 아니 온몸. 대형 콘서트홀에선 결코 맛볼 수 없는 하우스콘서트만의 묘미다.
19일 저녁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 3층, ‘하우스콘서트’(하콘) 500회 연주회가 열렸다. 하콘은 2002년 7월12일 서울대 작곡과 출신의 박창수(52) 하우스콘서트 대표가 서울 연희동 살림집 거실에서 시작했다. 이후 광장동, 역삼동, 도곡동을 거쳐 현재 예술가의집에 자리 잡았다. 14년 2개월간 중단 없이 민간이 주체가 돼 하콘을 진행해온 것은 한국 공연사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다. 2012년부터 전국 곳곳으로 연주공간을 확장한 하콘은 지난해부터 전세계를 대상으로 ‘원먼스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김선욱은 하콘 최다 출연자다. 16살이던 2004년 2월13일(48회) 첫 출연 이래, 독주·듀오·갈라를 포함해 모두 15번 하콘 무대에 섰다. 그동안 출연자는 정경화·조성진을 비롯해 모두 2300명, 관객은 3만명이다.
16살 때부터 하우스콘서트 무대에 섰던 피아니스트 김선욱(왼쪽)과 박창수 하우스콘서트 대표. 두 사람 사이엔 깊은 신뢰가 흐른다.
김선욱에게 하콘은 최다출연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 어린 자신에게 연주기회를 마련해주고, 세계적인 연주자로 성장하는데 ‘동반자’였기 때문이다. 아직 이마에 송글송글한 땀이 가시지 않은 그에게 ‘하콘과 나’를 들었다.
“만으로 16살 때였으니까 독주회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프로그램 독주회를 열 수 있었던 게 저한테는 굉장한 의미였어요. 지금까지 (하콘 출연을) 계속하는 것도 옛날의 마음이 지금도 변치 않았고, 여기서 제 초심을 볼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지요.”
밑바탕에는 김선욱과 박창수 대표 간의 믿음이 깔렸다. “박창수 선생님이 이런 하우스콘서트에 대한 명분과 의지가 확실하시니까 (제가) 더 믿고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지금까지 14년째 하콘을 해오셨지만, 그 이후 수많은 하우스콘서트가 생겼다가 없어지기를 반복했거든요. 하콘이 그만큼 꾸준한 거죠. 이제 500회에 저를 불러주시니까 무척 고맙습니다.”
박 대표는 본인 말대로 ‘미련’할 정도로 꾸준했다. 이날 인사말과 사회관계통신망(SNS) 글을 통해 “얼마 전 눈앞이 뱅글뱅글 도는 어지럼증이 심해져 119에 실려갔습니다”라면서도 “500회에 이르는 동안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하콘에는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았습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성실이 미련함이 되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어쩌면 경우에 따라 앞으로 한, 두 번 빠질지도 모르겠습니다”라며 자신에게 조금은 ‘관대’해진 모습도 보였다.
이날 김선욱이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는 지난해 첫 독주 앨범에 담을 만큼 그의 대표곡으로 꼽힌다. 쉴새없이 두드리는 ‘건반 망치질’은 피아니스트는 예술가이면서 노동자라는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앞서 그는 모차르트 피아노 독주곡 ‘론도 K.511’을 들려줬다. 연주를 마친 김선욱이 두 손을 들었다 내리자, “앙코르!” 함성이 마룻바닥을 치고 솟았다.
혼과 신명을 담은 소리꾼 장사익의 절창은 183명의 객석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그는 “박창수 대표와 같은 동네에 산다”고 인연을 소개했다.
2007년 하콘 관객이 된 채정희(36)씨는 그해 연말 갈라 콘서트를 잊지 못했다. “저는 클래식을 접할 기회도 없었는데, 피아노에 가장 근접한 위치에 앉아 김선욱씨 연주를 듣고 푹 빠져버린 거에요. 그 후 본의 아니게 선욱씨 공연을 10년 동안 따라다녔네요.” 채씨는 “하우스콘서트를 통해서 내가 몰랐던 다양한 음악들을 만날 수 있어서 가장 좋았어요. 하콘이 한 개인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꿈꾸는 내일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이날 연주회 2부는 1부와 전혀 달랐다. 장사익(67)은 가슴에 꼭꼭 쟁여둔 인생의 깊이를 절창으로 풀어냈고, 한과 신명이 어우러진 유행가 가락으로 좌중을 휘어잡았다. 마종기의 시에 붙인 곡 ‘상처’가 속을 긁어내 토하는 절창이었다면, 대중가요 ‘대전블루스’의 간주 부분에 넣은“사모님, 가정을 버리세요”라는 추임새는 저잣저리 현대 민요의 차진 후렴구였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하우스콘서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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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2016년 9월 20일 – 김선욱의 피아노 선율과 장사익의 숨결에 휘감기다
하우스콘서트 500회 공연 현장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여기 이만큼 더 들어와도 돼유. 거기 애기들도 이짝으로 와유. 이런 데서는 가까이 둘러앉아 침 튀는 거도 보고 해야 분위기가 나지.”
소리꾼 장사익이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던지는 말에 관객들이 웃음보를 터뜨리며 슬금슬금 중간 쪽으로 다가앉는다. 곧이어 애조띤 해금 선율과 함께 구성진 노래가 흐른다. “내가 어느덧 늙은이의 나이가 되어, 사랑스러운 것이 그냥 사랑스럽게 보이고 우스운 것이 거침없이 우습게 보이네.”
‘하우스콘서트’ 500회 공연에서 노래하는 소리꾼 장사익[더하우스콘서트 제공]
19일 저녁 대학로 예술가의집 3층에서 ‘하우스콘서트'(이하 하콘) 500회 공연이 열렸다.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박창수가 2002년 7월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시작, 매주 월요일 연주자들과 마룻바닥에 앉은 관객이 함께 숨 쉬어 온 세월이 14년이 쌓였다.
박창수 하우스콘서트 대표는 원래 이날 출연자를 현장에서 공개하는 ‘깜짝’ 공연을 기획했지만 연주자 사정으로 출연진이 바뀌는 등 우여곡절 끝에 연주회 이틀 전 출연자를 공개했다. 1부는 하콘 단골인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2부는 올해 초 성대수술을 받고 내달 복귀 무대를 준비 중인 소리꾼 장사익이 맡았다.
“지가 여기 나온 이유가…실은 여기 대장님이신 박창수 선생하고 같은 동네 살고 있습니다.”
이날 처음 하콘 무대에 오른 장사익이 밝힌 의외의 뒷이야기에 작은 공연장 안을 빼곡히 채운 관객 180여명이 다시 ‘와하하’ 하고 웃는다. 장사익은 이어 ‘대전블루스’, ‘봄날은 간다’, ‘댄서의 순정’ 등 유행가들을 그만의 색깔과 특유의 입담을 곁들여가며 풀어냈고 관객들은 손뼉으로 박자를 맞춰가며 선율에 흥을 실었다.
공연장 안 열기가 후끈 달아오를 무렵 출입문 밖에 단정한 정장 차림의 청년이 선 채로 귀를 기울이다 나직이 탄성을 뱉었다. “아…정말 저런 건(흥은) 클래식에서는 안 나와요. 할 수가 없어.”
소리꾼 장사익 ‘하우스콘서트’ 500회 공연[더하우스콘서트 제공]
앞서 1부 공연을 마친 뒤 2부를 지켜보던 피아니스트 김선욱이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김선욱은 이날 그 누구에게 지지 않을 뜨거운 무대를 보여줬다. 첫 곡인 모차르트 ‘론도 A단조'(K.511)의 서정적 선율로 마음을 어루만진 뒤 두 번째 곡인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로는 장엄함과 비애, 정열, 환희까지 다양한 정서를 펼쳐냈다.
마룻바닥을 울리는 피아노 소리뿐만 아니라 지근거리에서 움직이는 그의 손가락 놀림, 페달 밟는 구둣발의 진동, 땀방울이 스민 머리카락의 찰랑거림까지 손에 잡힐 듯 느껴진 ‘공감각적 무대’에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집중했다. 건물 밖에서 진행된 다른 공연 소리나 공연 도중 일어났다던 경주 여진의 흔들림은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었다.
김선욱은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하콘에 출연했다. 그는 “처음 하콘 무대에 선 게 2004년으로 기억한다. 반주 아르바이트를 많이 할 때였는데 그때도 타악기를 연주하는 지인의 반주를 해줬다”며 “박창수 대표님이 나보다 스물네 살 위의 ‘용띠 띠동갑’인데도 나를 꼬마가 아니라 동료 연주자이자 친구로 대해줬던 기억이 난다”고 돌아봤다.
피아니스트 김선욱 ‘하콘’ 500회 공연 모습[더하우스콘서트 제공]
그렇게 인연을 맺은 김선욱은 틈만 나면 박 대표의 연희동 자택에 들러 음반을 듣고 공연 영상을 보며 밤새 음악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하콘에도 단독 콘서트만 4차례, 협연까지 합치면 10여 차례나 무대에 오르며 ‘하콘의 아이콘’이 됐다.
그는 “나는 하콘에 너무 많이 와서 이제 신비감이 없다. 당분간은 안 오고 싶다”며 너스레를 떨면서도 “하콘은 완벽하게 세팅이 된 전문 공연장 연주회와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오늘 출연진을 몰라도 큰 부담 없이 찾아와 ‘생음악’을 들을 수 있지만 음악적 진지함도 함께 한다. 그렇게 ‘맛을 들인’ 관객들이 더 깊은 음악 세계로 빠져들 수 있다고 믿는다”고 ‘하콘 예찬’을 폈다.
2부 공연까지 모두 끝나고 와인과 과자 등 간단한 먹을거리와 함께 작은 파티가 이어졌다. 소문난 와인 애호가인 김선욱이 운전해야 한다며 아쉬운 표정으로 입맛만 다시는 사이 관객들은 삼삼오오 모여앉아 와인과 함께 이야기꽃을 피웠다.
박창수 대표는 집으로 향하는 관객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며 감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다음 공연 소개도 빼놓지 않았다.
“몇백 회째 공연이나 갈라 같은 무대도 있지만 501회 공연도 이어집니다. 다음 주에는 재즈 연주자들 사이에서는 알아주는 기타리스트인 빅 주리스(Vic Juris)가 오고요, 그밖에도 보석 같은 공연이 많으니 특별한 날만 오지 마시고 언제든 부담 없이 들러주세요.”
/권수현 기자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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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욱 연주에 탄성… 장사익 노래에 어깨 들썩
[500회 맞은 ‘하우스콘서트’]
김선욱과 장사익 무대 펼쳐… 박창수 자택서 시작해 대학로로
정경화·조성진 등 2300명 출연, 14년간 3만명 관객 찾아
마룻바닥 위에 놓인 피아노 한 대, 그 앞으로 영국 리즈 콩쿠르 우승자로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피아니스트 김선욱(28)이 들어와 앉았다. 눈 감고 호흡을 고르던 그가 처음 연주한 곡은 모차르트가 피아노 독주용으로 쓴 론도. 단조 선율이 차분히 흐르다 마지막엔 위로와 희망을 던지는 메시지에 관객들은 숨죽여 빠져들었다. 이어 지난해 첫 독주 앨범을 낼 만큼 자신의 대표곡으로 자리 잡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를 펼쳤다. 혼신을 다한 연주에 마룻바닥에 앉아 감상하던 관객들은 “앙코르!”를 외쳤다.
19일 오후 8시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 3층, 피아니스트 박창수(52)씨가 꾸려온 ‘하우스콘서트’가 열렸다. 이날은 의미가 남달랐다. 하우스콘서트가 500번째 공연을 맞았기 때문이다. 처음엔 누가 출연하는지도 미리 알려주지 않는 ‘묻지 마 공연’을 기획했다. 하지만 곡절 끝에 콘서트 이틀 전 1부 공연은 김선욱, 2부는 소리꾼 장사익(67)이 출연한다고 알렸다. 3주 전 연주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일찌감치 치열한 예약 경쟁을 뚫었던 관객 183명은 이날 김선욱이 등장하자 작은 탄성을 질렀다.
“내가 어느덧 늙은이의 나이가 되어/ 사랑스러운 것이 그냥 사랑스럽게 보이고/ 우스운 것이 거침없이 우습게 보이네….” 최고의 소리꾼 중 하나인 장사익은 차분하던 콘서트장 분위기를 단박에 바꿔버렸다. “이짝으로 와요. 그래야 분위기가 더 나지…” 하며 관객들을 더 가까이 불러 앉힌 그는 구수하면서도 찰진 탁성(濁聲)으로 ‘대전블루스’ ‘봄날은 간다’ ‘댄서의 순정’을 연달아 부르며 가을밤의 정취를 살렸다. 관객들도 어깨를 흔들고 환호성을 지르며 공연을 즐겼다.
하우스콘서트는 2002년 7월 서울대 음대 작곡과 출신인 박창수씨가 당시 살고 있던 서울 연희동 단독주택 2층 거실에서 시작됐다. 중곡동, 역삼동, 도곡동을 거쳐 2014년 말부터 대학로로 옮겼지만 마룻바닥에 앉아 연주자의 숨결을 느끼며 연주를 즐기는 건 여전하다. 한 달에 두세 차례 열리는 콘서트 관람료는 2만원. 연주 후엔 가벼운 와인 파티가 곁들여진다. 송년 음악회 등 특별한 경우는 5만원이다.
2012년부터는 전국문화예술회관 같은 공연장, 단독주택·아파트 등 가정집, 사찰·교회·성당, 학교, 군부대 등 전국 곳곳에서 동시에 작은 음악회를 열어 왔다. 음악회가 서울에만 편중되어선 안 된다며 전국으로 무대를 넓힌 것이다. 지난 7월엔 한 달 동안 60여 개국에서 펼치는 하우스콘서트를 SNS로 실시간 중계하는 ‘원 먼스 페스티벌’을 여는 등 파격 프로젝트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우스콘서트에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도, 연령 제한도 없다. 갓난아기를 업고 온 엄마는 칭얼거리는 아이를 달래며 끝까지 연주를 들었다. 불과 두세 걸음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관객들 앞에서 연주를 했던 음악가들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끝까지 듣는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우스콘서트를 연습 무대쯤으로 생각하고 왔다가 혼쭐난 연주자도 있었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마룻바닥 무대에 서본 이라면 하우스콘서트에 임하는 자세는 예술의전당 공연과 다르지 않다.
500회까지 관객 수는 3만명에 연주자만 2300명이 나섰다.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를 비롯해 가야금 명인 황병기, 피아니스트 외르크 데무스와 조성진 등 클래식 음악인들과 기타리스트 이병우, 가수 강산에 등이 연주자로 나섰다. 박창수씨는 “기쁘지만 한편으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500회에 이르기까지 그 발자취를 지켜봐 준 분들, 언제나 응원해준 분들을 위해 오늘 무대를 바치고 싶다”고 했다.
데레사
20/09/2016 at 16:04
아침에 신문에서 기사 읽은것 같아요.
여기 참석 하셨나 봅니다.
늘 바쁘게 지내는 참나무님
좋은 계절이 왔습니다.
참나무.
20/09/2016 at 15:56
이번엔 참석못했어요
급한 볼 일이 있어서…;;
아쉬워 리뷰들 모아봤습니다.
그 열기 짐작하면서요
요즘도 중국에서 무슨 국제회의를 하는지..ㅋㅋ
우리나라 가을하늘 제대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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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만보 걸어보려고 스마트폰에 NooM Walk (만보기 앱) 깔았어요
이럴 때 참 편리하네요. 만보기 사 봤자
외출할 때 잊을 경우가 더많을테고
데레사님도 깔으셔나봐요
홍도토리
21/09/2016 at 13:15
장사익과 김선욱이라니!!!
…박창수 선생님 참말로 대단하십니다.
어젠 댓글이 잘 안올라가서리
오늘 다시 또 읽습니다.
중국의 국제회의.. 맨날 있었으면 좋겠구욧.ㅎㅎ^^*
참나무.
21/09/2016 at 14:51
만약 제가 문화공보부 장관이라면
박창수샘께 공로상 드리고파요
물론 상금도 두둑히…
그래서 다신 하콘에다 자비 보태는 일 없도록…;;
참나무.
21/09/2016 at 20:09
아참 그리고 김선욱도 의리의 청년이지요
아니다 이젠 애아빤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