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세상에 기여한 아름다운 일 중 하나가 공원을 만든 일이란다.
더 추워지기 전에 충분히 만끽하려고
늦가을 공원을 거니는 일에 빠져지내는 요즈음이다
현지니 하부지는 가깝게 지내는 친구가 갑자기
이풍진 세상을 떠난 이후 연일 우울해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집에 와서 원두커피 나눠마시고
며칠 후에 일어난 사건이었으니…
남편은 나 없을 때는 귀찮다며 인스턴드 커피 마시는데
친구가 원두를 좋아해서 일부러 그랬단다.
그게 이 지상에서 마지막으로 나눈 커피가 되었다.
오늘은 다른 친구들과 소래 포구까지
술 일잔하러 간다며 외출한다 해서
‘죄송한 일이지만’ 나는 막 신이났다.
누구에게 들었나 읽었나 아니면
카톡으로 받은 잡담인지 기억은 없다만
부부사이는 殺을 섞은 사이라고도 하고
로또라 하기도 한단다 -대부분 잘 안맞으니…
점심까지 해결하고 왔다.
가마보꾸, 젤 먼저 먹었는데 다 먹어갈 때
또 하나가 더 나와 보너스 같아 찰칵.
예전엔 나무에 붙어있는 건 고급이어서…
느긋해져서 저녁찬거리 시장 본 후 단골 카페까지들렀다.
핑크잔에 어울리는 매트까지 챙기고…
근처 학원에서 바리스타 교육까지 담당하는 사장님이
특별히 날 위해 마련했다 해서…또 가고싶어서
공원을 가로질러 오는 데 라지오에선 모찰트 ‘어머니가…’ 흐른다
현란한 변주에 취하다 보면 정말로 모찰트는 천재란 생각이 절로 든다.
근데 클라리넷 연주 사이사이 호흡소리가 미세하게들린다
-나 귀가 아주 밝은 편
아니나 다를까 김 한 실황 연주라 알려준다
어디 콩쿨에서 1등한 반가운 소식과 함께…
허리굽히지 않고 관목 위의 낙엽
생각없이 맘 가는대로 주워왔다.
(참고로 음악 듣느라 오늘 사진은 아니다.
요 며칠 담아뒀던 거 뽑히지 않은 기자의 기사같아 바람 쐬 주려고..ㅎㅎ)
이렇게 늘어놓고 보다 책갈피에 끼우려고…
근데 아침 약을 안먹었네
매일 먹는 약도 잊어버릴 때가 있어서
일주일 케이스에 넣어두는데 M에 약이 그대로라
얼른 입에 털어넣고…
예쁜 열매 한 가지 꺾어온 거 유리병에 안어울려
다시 도자기병에 바꿔 꽂았다.
커피는 마셨으니 홍차 일 잔 생각나서…
거실 청소하다 반짝이는 걸 주웠다.
-마티스 여인 가슴 근처…;;
어제 현지니 할로윈 행사 한다고 후드달린
망또에 주렁주렁 걸었던 하나가 빠진 모냥
주황 팰트는 다이소에서 2천원 주고 산 거
망또 아래 매달았더니
며느리가 유니크하다며 좋아했다.
표지가 단단한 책 고르다 보니
홍 도토리샘 큰아드님 이 만든 책이다
사진기 너머(유서프 카쉬 사진집-정윤조 옮김)
책에 끼워넣기 전 마즈막 인증샷~
책 뒷표지는 친애하는 만델라
다시 내 아이들 생각이 왜 안나겠는지…
오늘 보너스 또 하나 더: 현대자동차 후원으로
서울시향 유럽 순회공연 실황을
방해없이 다 볼 수 있었다는 거…
커튼 콜을 몇 번이나 받고 기립박수 소리가
근 몇 분간 계속되어 어찌나 자랑스러운지
– 감동적이었다. 이런 귀한 지휘자를 세상에나…
뒷얘기는 생략…
같은 실황은 쉽게 찾을 수 없어 다른 연주 대신…
시월 마지막 날 이렇게 잘 보내고 있다
나.혼.자…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 전곡이다
Tchaikovsky Symphony NO.6 (Full Length) : Seoul Phil Orchestra
P.S: 그래도 시간이 널럴해서…
푸른 꼭지점
미루나무 두 그루, 키를 나란히 하고 늙어갑니다
바람 불거나 불지 않거나 제자리 디디고 디딥니다
그저 서로 바라보는 것도 큰 경영이라
뒤꿈치 단단해질수록 나란나란 깊어가는 두 그루 고요
북극성 도착하는 꼭지점입니다
―김수우(1959~ )
미루나무 두 그루가 나란히 서 있다. 아마도 방죽에 서 있었을 것이다. 곧고, 키가 아주 크다. 만 리를 내다볼 수 있을 정도로. 미루나무 두 그루에게 바람이 왔다 가고, 시간이 물처럼 멀리 흘러간다. 두 그루는 뿌리를 깊게 내려 서로를 지긋이 응시한다. 말없이 잠잠하게 바라본다. 마치 그렇게 하는 것이 이 세계의 가장 큰 운영이며, 가장 큰 생산이며, 가장 큰 보람이라는 듯이. 이 조용한 바라봄이야말로 살림의 전부라는 듯이.
암흑 같은 밤이 되면 두 그루 나무의 정수리 위로 북극성이 빛난다. 북극성이 내려온다. 이 둘이 우주의 중심이다. 이 둘로부터 우주가 탄생한다.
유통기한
오늘은 검은 비닐봉지가 아름답게만 보인다
곧 구겨지겠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람
사물의 편에서 사물을 비추고
사물의 편에서 부풀어오르고
인정미 넘치게 국물이 흐르고
비명을 무명을 담는 비닐봉지여
오늘은 아무렇게나 구겨진 비닐봉지 앞에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근화(1976~ )
아무 물건이나 잘 담는 비닐 주머니를 시인은 바라보고 있다. 노란빛 귤, 가을의 감, 식품, 마실 것을 담는 비닐봉지다. 때로는 먹을거리의 질름거리는 국물조차 담는 비닐봉지다. 곧 구겨질, 싸구려 봉지이지만 사물의 편에 서는 비닐봉지다. 인정이 많고, 참을성이 있고, 덕스러운 비닐봉지다.
비닐봉지는 대개 유통기한이 길지 않다. 한두 번 사용하고 휴지 조각처럼 버려진다. 그러나 비닐봉지는 얇고 넓적하거나 길고 둥글거나를 상관하지 않고 묵묵하게 물건을 빙 둘러싸는 것인데, 둘러싸되 물건에 맞추고 물건을 돕는다. 맞춰 돕되 불평이 없으며, 구김살이 잡히더라도 언짢은 표정이 없다. 그래서 쭈글쭈글 구겨진 비닐봉지 앞에서는 마음이 편치 못하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출처 <– 문태준 시인 / 가슴으로 읽는 시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홍도토리
31/10/2016 at 18:57
어제 새벽 5시 반에 일어나서 미역 달달 볶으면서 무무님 생각이 났습니다.
세상에 그토록 똑똑하고 야무진 이가 무에 그리 바쁘다고 저세상엘 먼저 달려갔을꼬… 하면서
탈 정도로 달달 볶으라는 그대로 미역국을 한 솥 끓여서 커다란 냄비에 2/3를 채워
커다란 비닐 봉지에 냄비 담아 남편에게 배달 부탁하고선
다시 한잠을 잤는데도
입술에 포진이 하나 둘 생기더니만 모두 6개가 웃입술에 매달려있습니다.
마치 풍선마냥…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무사히 순산한 것, 어여쁜 손녀 안아볼 수 있는 것, 자라면서 부릴 재롱 기대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
세상 욕심 부리지 말고 늘 감사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숭한 세상 이야기 하루종일 들려와 뒤숭숭하여도
세상이 다 아름답고 고마운 오늘입니다. 저는…
참나무.
31/10/2016 at 19:10
고맙고 또 고마운 일이지요
산모와 아기 탈없로록 기도합니다
남은 인생에서 손주들 없다면 무슨재미일까 싶지요
입술 포진도 곧 지나갈 것이고
무무님 레시피 참 도움 많이됐는데
저도 기억납니다- 정말 아까운 분이지요
좀 전에 권혁주 연주도 누가 신청했지요-세음
얼른 회복하시길 다시 빕니다~~^^
그리고 저도 오늘 저녁 미역국끓이고있었어요
뉴스는 잘 안보지만 기도는합니다- 딸처럼
하루 빨리 안정되도록…
참나무.
31/10/2016 at 19:55
공원 거닐 때 들은 김한 수상소식 전문.
*
클라리네티스트 김한(20)이 10월 27일(한국시간 28일) 프랑스 루앙에서 폐막한 제3회 자크 랑슬로 국제 클라리넷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1위 뿐 아니라 청중상과 위촉작품 최고 연주상까지 휩쓴 김한은 총 상금 1만2천500유로(한화 약 1천500만원)를 받았다. 부상으로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리사이틀과 협연기회도 얻었다.
자크 랑슬로 국제 클라리넷 콩쿠르는 20세기 최고의 클라리네티스트로 손꼽히는 자크 랑슬로를 기리기 위해 2012년 처음 개최됐다. 격년제로 프랑스와 일본에서 번갈아 가며 열리는 본 콩쿠르는 만 18세부터 35세의 젊은 클라리네티스트를 대상으로 한다. 올해는 본선 81명의 참가자 중, 크리스티나 마테오 사에즈(Cristina Mateo Saez, 스페인)가 2위를, 케빈 스파뇰로(Kevin Spagnolo, 이탈리아/독일)가 3위를 수상했다. 역대 한국인 수상자로는 김상윤(2012년 1위)이 있다.
김한은 2007년 금호영재콘서트를 통해 데뷔했다. 2009년 베이징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최고 유망주상‘을 수상하며 한국 차세대 클라리네티스트로 주목받았다. 2008 일본 국제 클라리넷 페스티벌, 2009 독일 오스트프리슬란트 음악축제, 일본 이코마 뮤직페스티벌과 도쿄 아시안 클라리넷 페스티벌 등 국내외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오보이스트 함경, 플루티스트 조성현 등과 함께 바이츠 퀸텟의 멤버이며, 금호아시아나솔로이스츠 멤버로도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용근·김현곤·앤드류 웹스터에게 사사한 김한은 예원학교와 싱가포르 국립예술학교, 이튼칼리지, 길드홀 음악원을 거쳐 현재 독일 뤼벡 국립음대 교환학생으로 자비네 마이어에게 배우고 있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ㆍ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
출처:
http://news.joins.com/article/20791706?cloc=joongang-article-hotclickd_n&dable=10.1.4
데레사
31/10/2016 at 21:29
두 분의 미역국 얘기에 나도 미역국 먹고
싶디라는 생각과 함께 강주연못가 연리를
찾아가서 무무님 만났던 생각도 납니다.
왜그리 빨리 가 버렸는지…
오늘 바니걸스의 언니 작고 소식도 들리네요.
시월의 마지막날 이런저런 일로 우울 합니다.
참나무.
31/10/2016 at 21:35
데레사님도 연리 디녀오신 거 기억합니다.
같은 날 병원서 만난 것도 우연이네요
지금생각하니
바니걸스 언니도요?-슬픈소식,
…
미역국과 직접 사온 새우젓 명란젓으로 저녁먹고
이제 뉴스 소리가 들립니다.
참 부끄러운 일입니다-세계만방에 퍼져나갈텐데
…;;
서울에 현대미술관이 들어서서
과천엔 더 잘 안가지나봅니다.
30주년 기념이라 언젠가는 가봐야할텐데
전시기간이 길면 놓치는 수가 있더라구요
바위
31/10/2016 at 23:49
오랜만에, 그것도 밤중에 찾아왔습니다.
무무님은 제게도 많은 걸 베푸신 분이셨지요.
차이코프스키 ‘비창’ 이야길 들으니 오래 전 지휘자 김진규와 김헤정의 영화가 생각납니다. 그때 연주곡목이 ‘비창’이었고 영화에 나오는 지휘자는 김만복 씨, 그리고 서울시향이었습니다. 아마도 50여 년 전의 영화였겠지요.
늘 느끼지만 올리시는 사진들이 예술입니다.
너무 아까운 재능이시고요.
글도 감칠맛 나고, 가히 작품 그대로입니다.
건강하시고 평안한 밤 되십시오.
지금 KBS 클래식 FM 듣고 있습니다.
언제 들어도 가슴 설레는 이미선의 목소리지요.
이젠 좀 틈이 나니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참나무.
31/10/2016 at 23:51
진주라는 공통분모가 있으니
무무님과의 인연도 자연스럽게 이뤄진 듯합니다
연꽃이 한창 필 때 연리를 친구랑 같이 다녀왔었지요 저도
좀 전까진 보기싫은 뉴스 남편이랑 같이 보다
가요무대까지 봤네요
혹시 ‘시월의 마지막 밤’ 이라도 들려주려나 끝까지 앉아있었는데
내나이가 어때서(고 김자옥재혼한 남편오승근(?)의 노래로…ㅎㅎ)
그래도 그 전에 임창제(?) 편지는 좋아했던 곡이라 따라불렀지요.
그리고 …제 방에 들왔더니 답글이 …
저도 지금은 당밤음 듣고있습니다.
비창은 많이 좋아합니다
베토벤 피아도 소나타도 차이콥스키 심포니도…
정명훈씨 지휘 연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지 조회수도 엄청나네요
아 지금 당밤음 시그널 끝나고…
‘밤처럼 고요하게’ 정일근 시인의 시 한 귀절로 오프닝을 알리네요
…
늘 분에넘치는 칭찬 고맙습니다.
새로운 달 11월도 충만하시길빕니다
…
와~~지금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베토벤 유일의 바이올린 D.61번이…
오늘 밤 잠 좀 설칠 것같습니다…
참나무.
01/11/2016 at 19:34
(어제 오프닝 시)
외등 – 정일근
삶이란 대문 앞으로 긴 골목길이 지나가는
그런 집에 살아가는 것이라고
불혹에 병 얻어 부쩍 그 생각하네
내 생도 어느새 방 나와
마당에서 서성이는 세월 살고 있으니
방으로 들어가서 다시 잠을 청하기도
문 열고 나가기도 어정쩡한 시간
그냥 마당에 서서 기다리며
저녁을 위해 외등 하나 밝히고 싶네
어두워지면 작은 세상 이루는 불빛 아래
사선 그으며 내리는 사월의 비나
허공으로 펑펑 터지는 십이월의 눈 바라보며
풍경이 있는 고즈넉한 밤 맞이하고 싶네
삶의 주머니에 남아 바스락거리는 시간 만져보며
긴 골목길 뚜벅뚜벅 걸어 찾아오는
운명의 구둣발 소리가 찾아오는 그 밤을
나는 외등 아래 서서 담담하게 맞이하고 싶으니
– 시집 ‘누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 시와시학 2001.
바위
02/11/2016 at 22:46
베토벤의 ‘비창'(op.13) 소나타 말씀 하시니까 다시 글 올립니다.
초기 작품이지만 참 멋진 곡이지요. 특히 2악장은 너무 아름답지요. 아마도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아이네 크라이네 나흐츠무직'(K.525)의 2악장과 맞먹겠지요. 아디지오 악장이지만 ‘론도’ 형식도 똑 같고 말이지요
제가 잘 아는 진주여고 출신 어떤 분이 이 곡을 참 잘 연주했었지요. 그래도 저는 빌헬름 켐프의 연주를 제일 좋아합니다.
저는 박인환 시나 청마 유치환 시를 좋아하지만 음악 만큼은 못 합니다.
평안한 밤 되십시오.
바위
02/11/2016 at 22:55
하나 또 까먹었네요.
위블에 그저께 글 올렸지만 1964년 3월 진주교대에서 들었던 베토벤의 바이얼린협주곡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때 진주교대 음악교수가 박중후 선생이었지요. 후에 한양음대 학장까지 했고요.
그날 들었던 음악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아마도 바이올린 협연자는 얏샤 하이페츠로 기억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