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 8룸 13열 7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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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층 8룸 13열 7단

하늘문 다녀오면 안 나가던 진도가 나갈 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 짓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오늘은 서정 시대 폴드 열고
11월, 입동 즈음 시들 읽어본 날이다.

…. …

갈대는 호올로 빈 하늘을 우러러
시대를 통곡한다
시들어 썩기보다
말라 부서지기를 택하는 그의
인동(忍冬)
… ….
–  오세영  11월, 일부 

… ….

반은 잠들고 반은 깨어서
지금 쓸려가는 가랑잎 소리나 듣고 살자.
나는 수첩에서 그대
주소 한 줄을 지운다

– 이외수  입동, 일부

가을 들판이 다 비었다
바람만 찬란히 올 것이다
내 마음도 다 비었다.
누가 또 올 것이냐
… ….
– 이성선 – 입동 이후,  일부

‘확인하지 않은 알림이 50개 있습니다’
손전화 열면 ‘페북’  확인하라는 소식과
아름답고 귀하고 소중한 것들보다는
원치 않는 것들, 지워도 지워도 자꾸 생겨
초기화해버렸다.
주소록 전번, 카톡, 카스까지
모두를 떨군 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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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층 8룸 13열 7단, 조그만 유리 박스 안
카뮤 책 한 권이 지워지지않는다

 

6 Comments

  1. 데레사

    08/11/2016 at 08:31

    이 가을을 즐기기에는 마음이 편치 않지만
    우리 힘내고 오늘도 홧팅해요.
    반드시 좋은 해결이 날것이라 믿으면서요.

    • 참나무.

      08/11/2016 at 08:28

      언제나 고맙습니다
      데레사님 아이디 뵈올 때마다
      건강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2. 홍도토리

    08/11/2016 at 12:52

    샤콘느를 들으니 11월, 초겨울의 정취가 그대로 느껴집니다.
    단풍, 낙엽이 아름다운 시절이예요…….^^

    • 참나무.

      08/11/2016 at 14:35

      비탈리 샤콘느 비장하지요
      우리나라에선 ‘이 지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으로 알려진…
      지난 번 오르겐 마티네 콘서트에서 이 연주를 들었답니다.
      하늘문 추모공원…겨울비님이 남긴 책 보며
      내가 이 지상을 떠날 때 남길 책 한 권
      어떤 책일까…생각 많이 했습니다.

  3. 홍도토리

    08/11/2016 at 16:39

    다녀오셨군요.
    …….

    • 참나무.

      08/11/2016 at 17:39

      네…..
      위치 기억해두려고 제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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