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시간 여행

모월 모일:

비오시는 날, 로스팅 하는 시간 알아낸 후 Out of Africa L.P 자켓이 벽에 걸리게 해야지…
(나딴엔 일종의 음모였다.평창동 토탈 갤러리(황인용씨 진행)도 떠올리며…칠판에다 지금 흐르는 곡 제목 적던 그 시절…)

그런데 신청곡을 받아주기나 할까?  왠지 그래 줄 것만 같은 확신이 들었다.  비는 안 왔지만 수요일 오르간 마티네 콘서트 있는 날 예상대로 두 분이 와주셔서 혼자 헤매던 길을 셋이서 함께 했다.

커피한약방 1층:

안마셔본 커피랑 점심 대용식으로 케익 주문 후 -시어머님 기일 전날이라 이후 경동시장 가야해서…
(사이드 메뉴 판에 있는 빵 종류 다 되는 게 아니었다- 치즈 케익 외는 주문 불가 …
두 분은 처음 와 본 특이한 카페라 두리번 두리번…나는 주문 진동벨 울리기 기다리며

  • 저어 신청곡도 돼나요/ 네에~~ (와우 예상이 맞았구나)
  • 2층에서도 들리나요 /네 (당연한 듯한 미소)
  • 그러면 존 베리- Out of Africa 좀 부탁드릴게요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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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많이 망설이며 어려운 부탁 하나를 또 했다…

  • 저어… 생두가 조금 있는데, *커피 볶는 기구가 고장나서,좀 부탁해도될까요.

(싱긋 웃고는 내가 내미는 500g봉지를 보며 ‘주저하지않고’ 그러겠단다…)

  •  “야호~~”
    … ….

진동 벨이 울리고…잠시 후. 커피 석잔과 케익 나눠담고 2층으로 올라갔다. 좀 특이한 잔에 담긴 커피마시며 얘기하고 있는데…  아…Out of Africa 첫곡 메인 테마가 흐른다.  전에도 말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

‘적당한 처소’에서 ‘좋은 사람’과 환담하는 순간이다.

-맛난 건 있어도 없어도 괜찮고…

음악까지 더하면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이 뭐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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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 하고 있는데 주인장이 2층까지 올라 와 질문을 한다

  • 주인장:그런데 생두를 어떻게 볶을까요
  •      나 : 블루마운틴 타입…중간 정도 부드럽게 …
  • 주인장: 약간 산미도 느끼게 해드리면 될까요
  •      나 : 네에~~정말 감사합니다 (고개숙이고…)

죄송한 마음 감출 수 없어 쩔쩔매다 주인장 내려간 후 다시 음악에 심취하고팠지만 아쉽게도 우리가 간 시간이 딱 점심 후 커피타임이어서 이미 유명해진 카페라 젊은 단골들이 많아 얘기 소리에 묻혀 음악이 잘 들리진 않은 점. 그래도 신청곡 청해서 들은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지금 생각하니 질문이 오갈 때도 테이블 아래로 키를 낮춰 나랑 눈 높이를 맞춘 부분, 그 날 두 분께 얘기드리질 못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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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즐거움을 나눈 두 분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렵게 헤매며 찾을  이유 충분한 카페라고…

앞으로도 근처 올 일 있으면, 아니  ‘일부러’라도

들리고싶은 곳, 기물 하나 하나 예사롭지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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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개농 문짝인 줄 안 벽에 걸린 건 작품이었다.

일행 한 분이 자세히 보다 작가까지 발견…

다시 가까이 가서 자세히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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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배려해 주세요’ 그제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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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릴 놀라게 한 일은 자리에서 일어나기

직전 예사롭지않은 잔  자세히  살펴보다 알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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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딸라 제품이었다.  대림미술관 카페  ‘미술관 옆집’ 처럼…

어떤이는  입고있는 옷 뒤를  잡아 뒤집어 라벨 본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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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후회되는 거 한가지 …

첫 날 양쪽 손잡이 있던 잔과  에스프레소 잔 유심히 살피지않은 점

– 뭐 다시 가면 될테지만 로스팅 현장도 볼 겸 에스프에소 일 잔

더 주문하고파 내려갔을 때 열린 1층 문으로 커피향이 진동을 했다.

  • 생두가 참 좋은거네요…

언제 어디서 샀는 지 기억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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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Out of Africa 자켓 앞에 서서 주문한

에스프레소 기다리며 참으로 행복했다.

만약 비라도 오시는 날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 아니어도 충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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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급히 담은 사진 볼품 없지만

그나저나 지금 생각해도 무례한 부탁을 염치없이 내가 했다.

커피 원두도 파는 카페에서 커피볶아 달라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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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미안해서 로스팅 하는데서

  • …저 수고비는…;; / 괜찮습니다 (웃으며)
  • ….어쩌지…그러면 자주 오는 걸로…(대신하겠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너무 심한 결례를 한 것이다.

차후,비라도 오시는 날 작은 마음의 선물이라도 해야겠다 맘 먹는다.

*우리집 커피 로스팅 기구:

나 혼자만 사용하’던’ 고장 난 전자렌지…

이젠 버렸으니 생두 살 일도 없을 터

다신 무리한 부탁 않겠다. 고백도 해야지…

(혹시 다른 분이 이 글 읽고 로스팅 부탁할까 겁도 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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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두도 좋다 그랬고, 로스팅도 잘 된 500g,
(지금 보니 에티오피아 모카)

두 분께도 조금 나눠드리고…
핸드픽까지 했는지…다시 해도 깨끗했다.
이 커피 다 마실 때까지 행복은 계속될것이다.

그나저나 Out of Africa 재개봉 소식들리면 당장
달려갈텐데-우리집은 DVD 플레이어도 없는 원시시대라

  •  Out of Africa 4번 트랙
    모짜르트 클라리넷 협주곡을 스코어로 넣은

Wolfgang Amadeus Mozart
Clarinet concerto in A major, K. 622 – Adagio (HD)

故존 베리 존경하는 맘과 함께…
(어제 시어머니 기일,
오늘 좀 쉬어야하는데, 이 얘기 빨리 하고파 급조 )

5 Comments

  1. 데레사

    18/11/2016 at 18:46

    글 읽으며 나도 막 행복해지네요.
    주인장 참 친절한 분입니다.
    요즘 그런분 만나기 쉽지 않거든요.

    정치권만 안정되면 우리나라 좋은나라 인데요.

    • 참나무.

      18/11/2016 at 18:52

      다행입니다.
      정신없이 올린 글 읽고 행복하셨다니
      지금 생각해도 정말 고맙고 친절한 분
      음악하시는 분이란 정보를 어떤 리뷰에서 잠깐 본 듯해요?
      에프론 두르고 최선을 다 하는 모습도 정말 좋았어요
      막 소문내고파 급히 올렸어요
      꼭 가보셔요~~

  2. 홍도토리

    19/11/2016 at 08:05

    고소하고 부드럽고 품격있는 커피향이 예까지 품겨오는듯 합니다.
    행복한 모습도 보이는 듯 하구요!
    .. 커피 문외한도 마구 가보고 싶어지는 곳입니다.
    사람의 향기가 느껴지는 그 곳!!!^^*

    • 참나무.

      19/11/2016 at 08:59

      1층은 꾸미지않은 빈티지 분위기,
      2층 별실도 두 군데인데 우리가 앉은 오르간이 있는 곳은
      조명 기구 문 장식 등등 기물들과 함께 고풍스러운 유럽 공간 같은 이유는 주인장이 바닥을 베트남 패망 직전(?) 문닫은 어느 프랑스 호텔에서 타일 가저올 때 같이 가저온 폐자재로 꾸몄다네요.
      직접 들은 건 아니고 어떤 기자 기사에서 읽었어요
      꼭 가보셔야합니다.커피말고 다른 건강쥬스도 있지만 다른 카페처럼 전기 로스팅 기구가 아니고 일본서 가저온 수제 로스팅기구를 오랜 경험으로 직접 볶는 카페 만나기 쉽진않을거에요
      그리고 가격도 착하고 직원들 모두 친절하고

      포인트 카드(그리트 지갑)에 도장 5개 찍혔어요
      10장 꼭 채울겁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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