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위험한 여자,최실장

  • 오늘의 연주자와 커피 한잔 하시죠

대학로에 위치한 예술가의 집에서는 매주 수요일 하우스 토크가 있다

저녁 8시여서 나는 가고싶지만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참석하지 못했는데

어느 수요일 그녀가 대담자로 나온다 해서 며칠 전부터 나갈 채비를 했다.

그래서 참 오랜만에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밤을 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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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가의집 카페ㅡ하우스 토크 장소

박창수 하콘 주인장은 풍월당에서 그녀를 만나

단 20분 얘기 후 하우스 토크에 초대하기로 맘을 먹었다 했다.

D-day 하필 말수 적고 목소리 작은 박창수는 감기까지 들어

대담하기 힘들겠다 했는데 그 빈자리를 그녀는 충분히 만회해줬다.

짧은 질문, 긴 답…

때로는 순서를 바꿔 질문도 했다.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여자가 어떤 여자인 줄 아세요 서울대 출신 박선생님?”

톡톡 튀는 화법이 당돌한데도 전혀 거부감이 없었던 이유는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솔직 담백하게 다 틀어놓은 후여서 일것이다.
-아래는 하콘 토크 리뷰 일부 중 편집…

“어떤 시인이 쓴 책에서 본 건데, ‘너는 너무 불행하다. 너는 계모도 가져본 적 없고 의붓아버지 한 분도 없었고 너는 집이 항상 있었고…’라는 내용이었어요. 즉 결핍이 없는 사람은 불행하다는 이야기였죠. (…) 저는 결핍과 열정, 이 두 가지가 제 힘이라고 생각해요.”
(… ….)
“삼촌이 클래식을 좋아했고, 전 삼촌을 좋아했어요.(…) 중학생 때 삼촌이 사고로 돌아가시면서 삼촌의 LP판이 다 제 것이 되었고 그 때부터 음악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 사실 전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은 아니었어요. 대학도 2년제에 겨우 들어가서 어영부영 있다가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로 50대 여성 정장 파는 일을 했는데, 제가 옷을 너무 잘 판 거죠. 그 당시 부산에 ‘국도 레코드’라고 꽤 큰 레코드 가게가 있었는데, 어느 날 거기 사모님이 옷을 사러 왔어요. 저를 보시고 ‘어떻게 이렇게 옷을 잘 파냐. 내가 국도 레코드에 있는데 혹시 직원으로 올 생각이 없냐’고 물었고, ‘저 거기 완전 단골이에요!’ 했어요. 땡 잡은 거죠. 그래서 바로 갔어요. 가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너무 행복한 거예요. 돈을 받고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잖아요.”

이후 그녀는 그 곳 막강 손님이었던 박종호 선생님과의 인연으로

서울에서 풍월당 전신인 레코드 가게의 점원이 되었고

풍월당에서 없으면 안될 최실장이 된 것이다

아까의 답 ‘책읽는 여자가 가장 위험하다’로 말을 이어갔다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읽었는데 무슨 내용인지 기억 전무.
(또 내 블로그 검색해봐야하나..ㅎㅎ)


30대에 문학의 세계에 눈을 떴고, 그러면서 삶의 여러 가지 면이 바뀌었단다.

문학을 만나면서, 예술은 우리의 상처 위에 고춧가루를 뿌리는 거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나를 위로하는 게 아니라 아프게 하는 거… 내가 몰랐던 사실,

숨기고 싶던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게 문학이란 얘기였다.

여튼 토크 내내 문학의 중요성에 대해 끊임없이 강조한 그녀…

여러 작가 이야기도 많이 나왔다. 한 때 조선일보에 칼럼 주자이기도 해서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나도 있고… 국도 레코드에 있었던 일화도 있었지 아마?

-그녀의 집 도우미 아주머니 이야기 조금 더…

그녀 집처럼 아무 것도 없는 집은 처음이라 했단다.

가구는 물론 없고 문고리는 고장 나 손잡이가 아예 빠져버려

아이랑 안과 밖에서 손 넣고 장난질까지 한다며 웃었다.

그러나 그녀 집엔 책과 CD는 많아 이웃 분들이 놀라고 간다고…

어느 날 자신이 뭐 하는 사람인지 궁금해 하는 도우미를

풍월당에 초대한 적 있었는데 음악회가 모두 끝나고

“아주머니 지루하셨지요”

이 말이 끝나자 마자  가슴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여기가 아파요…”

… ….

이 일화 얘기할 때 나는 이미 들어 알고 있어서

주위를 살짝 둘러봤더니 모두 고갤 끄덕끄덕…

박창수 주인장은 ‘소름이 돋았’다고 조그만 소리로 고백했다.
– 나도 처음엔 그랬거든…

어제 바이올리니스트 이승일도 도우미 아주머니와

일맥상통하는 얘길 어눌한 말투로 띄엄띄엄 들려줬다.

음악을 분석하려 들지말고 가슴으로 들으면 된다는…

끝으로 문학을 좋아하는 그녀의 꿈 이야길 하나 더 했다.

세계 여러나라 큰 음반 가게들 많이 돌아봤는데

거의 대부분 A~Z 알파벳 순서로 꽂혀있더라고…

앞으로 풍월당은 문학 도서랑 음반을 나란히

시대별로 진열하면 음악 문학 사조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지 않겠냐고…

미술 이야기가 빠졌는데 참가자 한 분이 미술도 끼우라는 건의도 했다.

박종호샘께 이런 이야기 하면 아무 생각없이 당장 실천하라 한단다

그만큼 최실장을 믿는다는 얘기도 되지만 현실적이지 못한 분이란 거 알게되었다.

그 일이 얼마마한 돈과 시간이 드는 일인 건 생각않고…

지금도 음반 매장은 하콘처럼 적자지만 강의를 시작한 이후 수입은 오르고 있다던가?

그러면서 앞으로 ‘박종호선생님도 하콘 토크에 꼭 초대해 달라’ 부탁 말도 잊지않았다

풍월당 최실장 없었으면 지금의 풍월당이 존재했을까, 하는 마음이 드는 순간이었다

아참, 빠진 이야기:
그 날 참석한 모든 분께 엄선에 엄선을 거듭한 풍월당 명반을 선물하였다.

속지를 정성껏 써긴 했지만 ‘내용은 한 번만 읽고 버려달라’는 그녀가 썩 맘에 든 밤이었다.

11월 가기 전에 그녀 이야기 꼭 하고싶어 급조했다.

제77회 하우스토크

일 시 | 2016년 11월 2일(수) 8시
장 소 | 대학로 예술가의 집 1층

풍월당 실장/클래식 음반 큐레이터 최성은

바닷가 어촌 소녀로 자라
돌아가신 외삼촌이 남긴 음반으로 클래식 음악의 세계에 들어와서
20년 째 클래식 음악에 관한 일을 하고 있다.

클래식에 관심은 있지만 막연한 사람,
지금 내게 어울릴 음악을 찾는 사람,
그런 한 사람을 만나는 매장 점원으로 시작하였다.
소중한 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어느 시대에나 변치 않고 우리의 가슴과 머리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이라는 믿음을 증명하기 위해
그녀는 오늘도 쉬지 않고 읽고 걷고 듣고 말하며
풍월당을 변함없이 지키고 있다.

출처: : http://thehouseconcert.com/main/8

4 Comments

  1. 데레사

    01/12/2016 at 08:57

    참 솔직 담백한 사람이군요.
    이런 분의 얘기라면 밤 새 들어도 지루하지 않을것
    같습니다.
    거창하지 않고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마음에 와 닿아요.

    어느새 마지막 달이네요.
    이 달도 건강히 보내시길 바랍니다.

    • 참나무.

      01/12/2016 at 09:22

      말씀대로 정말 솔직했답니다
      결핍과 열정, 그리고 절심함과 노력이 오늘의 그녀를 있게 한 것같더군요
      부산 사셨으니 국도레코드에서 이미 그녀를 보셨을까 짐작해봅니다.
      12월.. 한 달도 황제처럼 보내시길바랍니다

  2. 홍도토리

    01/12/2016 at 13:09

    풍월당 최실장님.
    그녀의 결핍과 정열이 부럽습니다.

    • 참나무.

      01/12/2016 at 14:30

      하콘 토크 입장료 만원에 차도 주는데
      풍월당 비매품 명반까지 받고…
      그날 선물받은 CD 선곡들이 모두 좋아요
      언제 만나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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