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돌담길에 아름다운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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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전기현의 감성사전( ‘세상의 모든 음악’ KBS.1 F.M )에서

덕수궁 돌담길에 은방울꽃이 피었으니 한 번 나가보라 했다.

이왕이면 눈 오시는 날이면 더 좋겠다며…

도대체 은방울꽃이 어떻게 피어있는 지 궁금하여 나가봤다.

마침 덕수궁 정문은 수문장 교대시간이어서 시끌시끌했지만

여러 번 목격한 적 있어 눈길도 주지않고

시립미술관방향으로 걸어 가봤더니 금방 눈에 띄었다.

잎을 다 떨군 나목들이 따듯한 니트옷을 입고 있었다.

‘트리 허그(Tree Hug)’ 를 명찰처럼 달고 각양 각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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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방울꽃은 별이 박힌 보라색 밤하늘을 배경으로

흰색을 면한 핑크로 조롱조롱 매달려 있었다.

나만큼 은방울꽃을 좋아하는 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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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원색을 섞어 짠 모자이크도 있고

트리 허그, 말 그대로 양 팔로

나무를 끌어안은 모양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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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란 단어도 보여  순간 찡 하기도 했다.

내력이 궁금하여 돌아 와 검색해 봤더니 한 인터넷 학부모 카페 회원들이

덕수궁 돌담길 가로수 64그루에 털실로 짠 스웨터 ‘폭탄’을 입혀놓은 것이다

맘이 따듯해지는 핸드메이드 니트를 왜 ‘폭탄’이라 할까.

출처 : 덕수궁 돌담길에 ‘폭탄’이 떨어졌다!

방송으로 대략 뜻은 알고는 있었지만 일부 요약하면

‘거리 예술(street art)’의 일종인 ‘얀 바밍(yarn bombing, 실폭탄)은 ‘얀 스토밍(yarn storming)’,  ‘게릴라 니팅(guerrrilla knittint)’이라고도 불린단다.‘그래피티(graffiti)’처럼 ‘거리 예술’의 일종인데 그래피티가 스프레이나 페인트를 사용하여 한 번 작업을 하면 그 위에 덧칠을 하지 않는 한 영구적이라  ‘반달리즘( vandalism, 문화유산이나 예술품을 파괴하는 행위)’ 의 성격을 띠고 있는 반면 얀 바밍은  언제든 잘라내거나 풀어낼 수 있지만 작가들이 ‘갑자기’ 나타나서 ‘갑자기’ 설치한다는 점에서 ‘폭탄’ 이 붙었단다.  얀 바밍은 2005년 미국 텍사스주 마그다 사예그(Magda Sayeg)라는 여성이 뜨개질 하다 남은 실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자신의 뜨개질 공방의 문고리 등을 털실로 꾸민 데서 비롯되었단다.

‘마그다 사예그’ 첫 번째 얀 바밍, 2005

이후 영국에서도 ‘니트 더 시티(Knit the City)’라는 뜨개질 그래피티 그룹이 생겨났고, 이 때부터 얀 바밍이 거리 예술로 자리잡게 되었다. 가로수, 가로등, 소화전, 자동차, 건물 등등 도시 곳곳을 털실 작품으로 뒤덮는  움직임이 세계 각지로 퍼져나가면서, 2011년에는 ‘인터네셔널 얀 바밍 데이(International Yarn Bombing Day, 6월 11일)’까지 지정되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07년 서울광장 일대에서 한 구호단체가

나무에 털실을 입히는 작업을 한 적이 있고, 어느 해 겨울 흥국생명 빌딩 근처

‘망치질하는 사람(Hammering Man)’이 빨간 털실 모자를 쓴 걸

씨네 큐브  다니다 본 적 있는데 이 역시 신생아 살리기

구호단체에서 진행된 것인 줄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이번 ‘트리 허그’ 작업은 카페 회원들이 미리 덕수궁 돌담길

가로수 관리를 하고 있는 중구청에 승인을 받아 진행하였으니

즉흥적으로 이뤄진 건 아니지만, 아마추어들이 거리를 빛냈으니

훌륭한 스트리트 아트라고 할 수 있겠다.

애초 얀 바밍을 시작한 마그다 사예그는 자신이 거리에 설치해 놓은

털실 작품을 보고 사람들이 잠깐 멈추어 서서 좋아하고 사진 찍는

모습을 보고 지금까지 작업을 이어오고 있단다.

간단한 손재주로 쉴 틈 없이 바쁘게 사는 도시인에게 잠깐의 여유와 웃음을

주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자신에게도 즐거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예술이 뭐 별건가, 내가 즐겁고 남을 감동시키면 그게 예술이지…”

뜨개질 실로 꾸민 집 누구나 예술가로 만들고, 거리를 전시장으로 만들 수 있는 ‘폭탄’.

얀 바밍이 폭탄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아름다운 폭탄일 것이다.

카테고리 잡기雜記로 올렸다 Art로 바꾸며…

 

12 Comments

  1. 데레사

    20/12/2016 at 08:25

    아, 넘 예뻐요.
    나도 어제 밤에 한강변에 나갔드니 새빛섬이 아주 찬란한
    빛으로 볼거리를 제공해 주더군요.
    날씨도 따뜻하고 사람들도 많고 겨울밤의 한강이 참
    아름다웠어요.

    참나무님.
    오늘도 씩씩하게 건강하게 ~~~

    • 참나무.

      20/12/2016 at 08:35

      이런 뉴스가 들리는 아~대한민국 아직은 아름다운 나라 맞지요
      연말이라 바쁜 척 하느라 그간 뜸했네요.
      이곳 저곳 다닌 데는 많은데도…
      이제 새 달력 걸 날도 10여일
      무조건 아름다운 나날이시길 바랍니다~~^^*

  2. journeyman

    20/12/2016 at 11:01

    지나다니면서도 별다른 의미를 생각해보지 못했었는데
    귀중한 사연을 들려주시니 모든 게 달리 보이네요.
    그래서 사람은 배워야 하나 봅니다.

    • 참나무.

      20/12/2016 at 12:42

      저도 이번에 처음 알게된 사연이랍니다.
      대학로 근처에는 천 조각들로 된 덮개같은 것들이 있던데
      이런 캠페인 일환인 지 알아봐야겠네요.

  3. 나 정희

    21/12/2016 at 00:13

    참나무님, 따뜻할것같아요 나무도.
    오고가는 그 누군가 가슴에도~~~
    참 고맙습니다 참나무님
    좋은 글 사진 음악 들려주셔서.

    • 참나무.

      21/12/2016 at 00:21

      다행입니다 나 정희님~~
      시간 되시면 꼭 한 번 가보셔요
      직접 보면 더 따듯하실거에요…^^
      첨 뵙는 분이신데…혹시 제가 아는 분일까요.???

      • 나 정희

        21/12/2016 at 00:34

        네 참나무님 그동안 용기도 글 재주도 없어
        몰래 (매일) 다녀갔습니다 저는 멀리
        Tx Houston 살고 있습니다.

        • 참나무.

          21/12/2016 at 00:40

          아 네~~
          이리라도 밝혀주셔서 고맙습니다아~~
          글 올리기 조심스럽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4. 나 정희

    21/12/2016 at 00:44

    참나무님 Texas Houston 입니다.

    • 참나무.

      21/12/2016 at 00:54

      돈워리 비해피~~
      그런 줄 알았어요~~^^*

  5. 홍도토리

    21/12/2016 at 14:43

    아.. 정말 감동입니다.
    뜨게질에다가 수까지!!
    예술적으로도 아름다운데 가로수에게 옷이 되어주니
    새 삶을 준 것 같습니다.
    나무에게도, 지나는 사람, 이렇게 블로그로 감상하는 사람에게까지
    신선한 선물입니다.
    보여주셔서 고맙습니다아!!!

    • 참나무.

      21/12/2016 at 17:16

      그러게요.이런분들이 진정한 애국자같지요
      은방울꽃이 제일 멋졌어요
      귀한 핑크 은빙울꽃 사진으로만 봤는데…
      만든분은 아마 직접 본 분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하며 오래 서 있었어요
      그날 유영국전도 보고.양탕국도 마신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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