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에서 천국으로

 

마지막 절기 대한인 어제 아침
눈 소식 듣고 베란다 나가봤더니 설국이었다.
마침 라지오에선 라라의 테마까지 흘렀다.

아침 준비하며 Y-tube 뒤져 바리키노 찾았다.
-음원은 좀 불량했지만
떠나는 라라에게 발랄라이카를 전하는 닥터 지바고…
눈쌓인 바리키노 성 2층을 뛰어 올라간다.

멀어져 가는 라라의 마차…성애 때문에 잘 안보이자
창문을 깨고 눈쌓인 지평선 너머 안 보일 때까지 본다.
짧은 이 장면이 책에선 몇 페이지나 계속되는데 지금은 기억이 안난다.

수영 마치고 새로 개발한 집이 있어서
점섬 먹자 나오라 하니 약속있다고
돌아 올 때 현지니 데리고 올거란다.

집에서 혼밥 차려 먹기 싫어 예정했던
월남국수집에 갔다-요즘 간이 커져서…
‘고수 좀 더…’ 부탁,

숙주 넣고 뜨끈한 국물 후후 불어 몇 수저 떠 먹고
숙주랑 고수 숨 죽은 후 숙주 담아 온 그릇에
조금씩 덜어 칠리소스랑 달콤한 간장 소스(이름 모름)

적당량 섞어 비빔국수처럼 먹는 게 내 습관이다
국물에 담긴 국수랑 숙주,
무슨 맛으로 먹는 지 난 모르겠더라.
밑반찬으로 나오는 가는 양파채도 참 좋아해서
집에 가면 만들어야지…하지만 늘 까먹는다.

이어 폰을 빼지않아 음악은 계속 흐른다.
드뷔시 달빛이다.

(파리 빈민가에 사는 드뷔시 부모님은
드뷔시를  바다가 보이는 시골 외가에 맡겼다.
초롱초롱 별이 지는 밤 하늘,
달빛에 부서지는 은파를 많이도 본다.
… ….
어른이 되어 여인을 만나 여러 번 배반 당하고
절대로 배반하지 않는 여인같은 피아노 앞에 앉자
유년시절 많이 봤던 정경들을 그려낸 곡이
인상파의 기초가 된다.

유년시절 아름다운 기억들이 살아가며
어려움 당했을 때 은연 중에 힘을 준다는데…
울 현지니도 좋은 기억 많이 만들어줘야할텐데

…잘 섞인 국수랑 숙주 적당양 입에 넣고
왼손으로 국물도 함께 넘기면 참 맛나다.
남이 차려주는 음식은 모두 별식인데
감기 기운 있는 날 찾아먹는 월남국수는 특급 별미다.

국물은 좀 많이 남겨야 한다.
후식으로 주는 월남 커피까지 마시려면…
팀블러에 담아 천천히 마신다.
어제는 눈길걸으며…

적막 강산, 둘만 사는 집에
현지니 오면 활짝 피어난다.
요즘은 못하는 말이 없다.

내가 뭐 하다
“…아이고 죽겠네” 이러면

“죽는다는 말 나쁜말이에요” 이런다.

며느리가 유부초밥을 ‘매화반 조현진’
딱지붙은 도시락에 5개 넣어 보냈다.
이런 거 저런거 먹은 게 많아
저녁은 4개만 먹이고 하나 먹어보니 완전 죽밥
유부도 수퍼에서 산 인스턴트
-아이 둘 키우기 힘들지,암만…

“유부초밥 함무니꺼가 맛나냐 엄마꺼가 맛나냐?”

“함무니꺼가 더 맛나요.”

“아이구 내강아지 최고~~엄치척. 맞도장 꽝!
(아부까지 하게하다뉘…나뿐 함무니)

함무니 하부지를 신하부리듯 하는 현지니 재워두고
내 방에 와 듣는 모짜르트 피협 21번
좋아하는 조합이라 천국이 따로 없다.

드뷔시는 참자.
요즘 모짜르트에 몰입하는 이유가 있어서…

Mozart 피협 21. C장조 KV467  2악장 andante
Maria Joao Pires, Claudio Abbado ,유럽 챔버

6 Comments

  1. 데레사

    21/01/2017 at 03:11

    뭐니 뭐니해도 여자들에게 제일 맛있는
    밥은 남이 차려주는 밥이죠.
    그래서 여행가면 돌아 오는 날 모두
    집에가기 싫다 하죠. ㅋ

    현진이가 아주 영리하네요.

    • 참나무.

      22/01/2017 at 08:25

      여행지 엘리베이터에서
      오늘 아침엔 어떤 음식이 나올까
      제 모습 상상하며 짧은 온천여행
      훌쩍 떠나고싶은 주일 아침입니다

  2. 초아

    21/01/2017 at 05:54

    나쁜 함무니 아님
    귀여운 함무니 임.^^
    엄치척. 맞도장 꽝!

    • 참나무.

      22/01/2017 at 08:33

      함무니:잠잘 시간 약속했지?
      현지니:기억이 안납니다요
      하부지:청문회하냐
      이상 어제저녁 우리집 생중계하는 철없는 함무니..ㅎㅎ

  3. 홍도토리

    25/01/2017 at 00:01

    철없는 함무니 야그…
    맏손자 대여섯살 때.지 아빠 왈..

    재현아.할머니 오신대..
    외할머니요? 친할머니요..?
    외할머니
    에이.. 친할머니가 더 좋은데…
    .. 이 이야기 전해 듣고 좋아죽을뻔 했다는 철없는 함무니..ㅋ

    • 참나무.

      25/01/2017 at 09:34

      철없는 함무니들 화이팅
      수영가기 직전이라…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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