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변했다.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
예전엔 밤 늦게 다닌다고 밥이 든 솥 통채로 개수대에 처박던 남자였는데 어젠 ‘제법’늦게 들왔는데도 혼자 저녁 먹고  설겆이는 물론 행주까지 옷걸이에 주룽주룽 널어놓았더라.

요즘 난 집 청소도 안한다.
‘그 어느 날’ 부터 내가 하기 전에 먼저 걸레질까지 다 해주기 때문에  습관이되어 요즘은 집안 청소 담당은 남편!  못 박아버렸다 – 나 악처, 인정한다.  예전엔 시어른 기일이나 명절때만 연중행사처럼 해줬는데… 그래도 음식물쓰레기나 분리 수거는 안한다.  남자들 음식물 쓰레기 들고 다니는 건 내가 싫어서다.

‘그 어느 날’은
바깥일 완전히 손 놓은 후다.
그래서 좀은
… ….
이하 생략,

003

범사 감사!

이 말씀이 요즘처럼 실감난 적이 없다.

대한 즈음 많이 내린 눈과 기온 급강으로 생긴

빙판길(수영장,샤워실)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집에 무사히 오게 된 일도 감사

2

공연 시간이 저녁 8시 아닌 5시도 있어서 예약해 둔
빈소년 합창단 공연,무산되지 않은 것도
앵콜 마지막 곡이 남아공 드라켄스버그 소년 합창단
때문에 자주 듣던 내가 아는 민요인 것도 감사.
공연 후 달 대신 별이라도 볼 수 있었던 것도 감사

1
공연 전에는 남부터미널 근처 갤러리 쿱에서
박환 전시회랑 귀한 특강 듣게 된 것 또한 감사
보석같은 손주 6명과 가족 모두 무탈한 것,크게 감사
소소한 잡글 올릴 수 있는 공간과
천하으 백수라 시간 널럴한 것도 감사

그 외 기타 등등은 모두 생략하기로 하고…
어제 저녁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가 않기 때문에 자주 들리지 않는 카스에서
맘에 ‘많이’ 와 닿는 시 올려준 이웃에게도 감사
 

어떤 품앗이 – 박성우

구복리양반 돌아가셨다 그만 울어, 두말없이
한천댁과 청동댁이 구복리댁 집으로 가서 몇날 며칠 자줬다

구년 뒤, 한천양반 돌아가셨다 그만 울어, 두말없이
구복리댁과 청동댁이 한천댁 집으로 가서 몇날 며칠 자줬다

다시 십일년 뒤, 청동양반 돌아가셨다 그만 울어, 두말없이
구복리댁과 한천댁이 청동댁 집으로 가서 몇날 며칠 자줬다
연속극 켜놓고 간간이 얘기하다 자는 게 전부라고들 했다

자식새끼들 후다닥 왔다 후다닥 가는 명절 뒤 밤에도
이 별스런 품앗이는 소쩍새 울음처럼 이어지곤 하는데,
구복리댁은 울 큰어매고 청동댁은 내 친구 수열이 어매고
한천댁은 울 어매다   출처: 루시아 윤금숙 님 카스 중

The Drakensberg Boys Choir – Shosholoza

4 Comments

  1. 데레사

    23/01/2017 at 16:43

    남편분이 아주 멋지게 변하셨네요.
    늦복이 터졌다고 섕가됩니다.
    얼마나 기분 좋으세요?

    • 참나무.

      23/01/2017 at 17:13

      청소는 잘 해도 설겆이는 절대 않고
      빈 그릇에 물 부어두는 게 끝이었는데
      어제는 설겆이는 물론 식탁 매트도 잘 닦아 말려두고
      행주까지 삶아 널어두기는 처음있는 일이라…
      고맙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말은 했지만 좀 서글픈 일이기도하지요
      내일까지 춥다하던데 새벽 산보 못하셔서 어쩌지요
      드라마 연속으로 13시간 보셨다 해서 쿡 웃음났어요…^^

  2. 지나

    23/01/2017 at 22:57

    루시아 윤금숙 님 카스

    주소 알려주세요…조불의 그분 맞지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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