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 그믐날 밤엔 잊지않고 촛불을 밝힌다.
밤새도록 밝히고 그 다음날 아침에 끄는데
올해는 초 한 자루 다 탈 때까지 일부러 끄지않았다.
우리집에 양초는 넉넉하다.
성북동 일대 갈 때마다 길상사에서 사온 초들이다.
간송미술관이 DDP로 전시장 옮긴 후에도 최순우 고택, 성북구립미술관,
또 길상사 주위 호감 갤러리 돌박물관 등 갈 데가 많아 그 때 마다
길상사 신도시절 생각나 자연스럽게 일주문 지나 마리아 관음상 앞에서 합장 후
은방울꽃 서식지로해서 지장전 연못까지 한 바퀴 돌고 내려올 땐
종무소에 들러 굵은 초 무겁지 않을만큼 사오곤 해서…
시집 간 첫 해부터 시어머니 돌아가실 때까지 섣달 그믐날은
밤새도록 가래떡이나 대접에 쌀을 담고 촛불을 밝히셨다.
시어머님은 주위에 사람이 있건 없건 가리지 않고
내 아이들 백날엔 수수팥떡과 정화수, 돌상 차리기 전 아침엔
정화수에다 촛불만 밝힌 후 중얼중얼 두 손 비비시다
맨 마지막엔 고개숙여 ‘소처럼 개처럼’ 자라게 해달라고
조상님(아마도)께 큰 절하고 마치곤 하셨다.
결혼 전 친정에서는 경험못한 일이라 처음엔 많이 신기했다.
친정어머닌 단 한 번도 두 손 비비는 모습, 우리에게 보이신 적 없고
나 또한 내 손주들께 시어머님처럼 하지못했다.
오늘 아침 촛불이다.
이후 곧 심지가 누워버리고 꺼졌다.
도대체 몇시간인지 계산해봐야겠다
가만 생각하니 촛불 밝히는 건 종교불문인 것같다?
불교, 기독교, 천주교, 삼신할머님까지…
(아이고~~ 빠졌네 촛불집회…)
난 그냥 촛불만 밝힌다.
엉뚱하게 박목월 시인, 이별의 노래 3절이나 생각하며
… ….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 두고 홀로 울리라
신파조로 홀로 울진않았고
내년에도 초 한 자루 다 탈 때까지 그냥 두기로 결심했다.
명절 동안 집안에 벤 기름냄새도 잡아준다 그러고
썰렁하게 둘만 남은 집 촛불이 흔들리니
따듯한 훈기까지 도는 듯 해서…
… ….
초아
01/02/2017 at 06:10
은은한 촛불 저도 좋아해요.
남포등도 좋아하지요.
그런데, 촛불집회 생각만하면 촛불이 괜히 미워지려합니다.
참나무.
01/02/2017 at 08:27
섣달그믐 아니어도 알로마 향초
가끔 피우지요- 그건 작아 금방 꺼지니까
남포등,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비슷한 시대를 산 사람들만 아는…
이제 다시 일상 복귀하셨나요…^^
데레사
01/02/2017 at 08:43
우리집에도 성당에서 사다 둔 굵고 큰
양초가 많은데 올 섣달 그믐에는 나도
촛불을 밝혀야 겠습니다.
촛불 하면 낭만적이고 서정적 느낌인데
촛불집회는….
참나무.
01/02/2017 at 09:36
앞으론 촛불집회,촛불낭만으로 읽겠습니다
평소에도 맘 울울할 땐 사용하셔요
단단히 붙인 거 확인하시고
-자나깨나 불조심
수제비 맛나보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