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4.19, 생각나는 시와 ‘아뉴스 데이’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
혜화동 로우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
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
우리는 때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다
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
겨울밤 하늘로 올라가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
그로부터 18년 오랜 만에
우리는 모두 오랜만에 무엇인가 되어
혁명이 두려운 기성세대가 되어
넥타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
회비를 만 원씩 걷고
처자식들의 안부를 나누고
월급이 얼마인가 서로 물었다
치솟는 물가를 걱정하며
즐겁게 세상을 개탄하고
익숙하게 목소리를 낮추어
떠도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모두가 살기 위해 살고 있었다
아무도 이젠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적잖은 술과 비싼 안주를 남긴 채
우리는 달라진 전화번호를 적고 헤어졌다
몇이서는 춤을 추러 갔고
몇이서는 허전하게 동숭동 길을 걸었다
돌돌 말은 달력을 소중하게 옆에 끼고
오랜 방황 끝에 되돌아 온 곳
우리의 옛사랑이 피흘린 곳에
낯선 건물들 수상하게 들어섰고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아직도 남아 있는 몇 개의 마른 잎 흔들며
우리의 고개를 떨구게 했다
부끄럽지 않은가
부끄럽지 않은가
바람의 속삭임 귓전으로 흘리며
우리는 짐짓 중년기의 건강을 이야기했고
또 한 발짝 깊숙이 늪으로 발을 옮겼다

– 김광규金光圭

1941 서울 출생
1964년 서울대 독문과, 동대학원 졸업
1975 <문학과 지성>에 시 <유무>, <영산>, <시론> 을 발표하여 등단
1981 제1회 녹원문학상 수상
1981 시집 <반달곰에게> 로 제5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
1984 제4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ㅡ주요 저서 시집 목록
시집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문학과지성사1979
시집 <반달곰에게> 민음사  1981
시집 <아니다 그렇지 않다> 민음사 1983
시집 <크낙산의 마음> 문학과지성사 1986
시집 <좀팽이처럼> 문학과지성사 1989

오늘 BGM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올릴 예정이었는데 ..

ㅡ아마 예전에 올린것 있지싶다?

부활절 즈음 본 영화 ‘아뉴스 데이’

내리기 전에 빨리 보셨으면 좋겠다

흔치않은 실화를 다룬 영화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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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 하루종일 현지니랑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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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 의미를 잘 모르는 일당들이 온다는데

거절할 수가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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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근처엔 봄꽃들도 많아 같이 놀았다

AGNUS DEI – Sacred Choral Music – The Choir of New College, Oxford. E.HIGGINBOTTOM [Full Album]

아뉴스 데이(Agnus Dei 2016)  <– 클릭(영화 보실 분들만)

7 Comments

  1. 데레사

    19/04/2017 at 10:58

    4.19그날 나도 걷고 걸어서 집으로 왔습니다.
    어느새 흘러버린 세월, 희생자들의 영전에
    머리 숙입니다.

    • 참나무.

      19/04/2017 at 11:30

      저는 그때 중1이었어요
      정리 잘 하자고 전교생들이 수정동에서
      대신동 공설운동장까지 걸어간 기억이 있네요

      외출직전 컴이 다운되어 …;;
      지금 차안에서 수정중인데 어렵네요
      긴사진은 누워버리고
      나중에 보충해야겠네요

  2. 참나무.

    19/04/2017 at 19:47

    https://youtu.be/yI2bxQ9vJKc

    오늘 많이 바빴어요
    좀 전에 저녁먹고 이제사 들어와 봅니다
    손전화로는 긴 사진 누웠던데
    컴엔 제대로 나왔네요…
    울 현지니 요즘 사진 폼이 달라졌어요
    얼마전까진 모두 턱에 손 댄 사진이었는데
    요즘은 또 죄다 거수경례..ㅎㅎ

  3. 홍도토리

    20/04/2017 at 12:35

    현지니도 훌쩍 컸고
    유나도 한 몫 하겠어요..
    .. 늘 바쁘신 와중에 포스팅.. 고맙습니당…^^*

    • 참나무.

      20/04/2017 at 12:49

      요즘 비가 잦아 꽃잎들이 많이 떨어지지요
      매일 아침 다니시는 숲길도 아마?
      그런대로 꽃잎은 지 할일 했다~~싶은데
      여린 새순도 많이 떨어져 깔려 있어 안타깝더군요
      .
      아주 싼 값으로 산 파푸아뉴기니産 블루마운틴
      향이 기막혀서 열심히 내려마신답니다
      그래도 하루 석잔 이상은 안마실게요~~ㅎㅎ

  4. journeyman

    20/04/2017 at 16:54

    맨 아래에 올리신 사진은 배꽃인가 보네요.
    무정님이 올리신 사진 보고 알았어요. ㅋ

    • 참나무.

      20/04/2017 at 18:58

      산벚꽃…배꽃과 많이 비슷하지요
      벚꽃종류도 하 많아…
      그냥 봄꽃이라하죠…
      아깐 빨간단풍잎에 흰꽃이 피어
      뭘까?
      가까이 가서야 벛꽃이 떨어진걸 알았지요
      ‘벚꽃 앤딩’ 이 또 퍼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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