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나라 사는 딸도 떠나고, 5월도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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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추풍령 어느 마을을 방문하는 어떤 40대 남자 이야길 좀 하겠습니다. 그가 중학교 다닐 때 부모님은 이혼을 했고 스무살 즈음 입대 후 첫 휴가를 맞을 즈음 부모님은 각각 재혼을 해서 다른 휴가병들이 그렇게 기다리는 첫 휴가가 그는 반갑지가 않았답니다.

갈 데도, 가고싶은 곳도 없어 오히려 웃음이 날 정도로 허탈해져서 하염없이 길을 걷다 어둑어둑해질 무렵 도착한 곳이 추풍령 어느 마을이었다네요. 아무 연고도 없는 그 마을에 들리게 된 사연을 마을 주민들께 얘기하자 그들은 마을에서 제일 깨끗한 방에 재워주고 날마다 맛난 걸 대접했고 그 남자도 봄 한철 바쁜 농사일을 돕고 밤에는 대필 편지도 쓰며 휴가 열흘을 잘 보내고 귀대할 날이 돌아왔을 때 떡과 과자 등등을 준비한 어르신들은 귀대하면 ‘마을 주민들까지 모두 반갑게 맞이하여 휴가를 즐겁게 잘 지내다 왔다’  하라는 말에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귀대한 이후 20여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않고 그 마을을 찾으며 가족같은  끈끈한 정을 나누게 된 사연이었어요.

최근 해외 근무로 3년만에 다시 마을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벌써 그를 알아 보고 달려와 얼싸안는 주민들이 있었다며 피붙이 가족만 가족이 아니란 사실을 알게해 준 이야기는 KBS 방송 구성 작가 김미숙씨가 세음 ‘저녁에’ 라는 시간에 해준 이야길 제맘대로 축약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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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필 무렵 딸이  잠시 다녀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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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 넓은 유채밭이 있답니다. 급할 땐 ㄱ,ㄴ으로, 한가할 땐 S 또는 Z로 지나다닙니다.  S길 걸을 땐 모네 포플러 연작을…  Z길 지날 땐 이란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를 떠올리며 맛난 거 제대로 해 주지도 못한 딸 때문에 잡생각에 빠져지내다 ‘추풍령 그 남자’ 이야길 알게 된 이후 맘을 고쳐먹게됩니다.

가족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더란말이지요. 먼 곳의 가족보다 이웃 사촌이라고… 매일 만나는 수영장 회원들, 친구집에서 미나리 많이 뜯어왔다고 알맞게  데처 건내주는 바로 옆집 이웃 아주머님… 가끔 만나 얘기만 해도 많은 위로를 얻는 지인들… 모두 가족으로 잘 지내야되겠다고 새삼 느꼈답니다

 

Claude Monet – Poplars on the Epte

그 전엔 참외만 봐도(딸이 사는 나라엔 없는 참외, 어찌나 맛나게 먹던지… ) 가끔 생각난다던 길거리 정크 푸드만 봐도… 한 2년 쓰면 버리라고 딸이 사놓고 간 후라이팬과 냄비만 봐도 (버린 후라이 팬도 2년 전에 딸이 사준 거) 옷 안사입는 날 잘 아는 딸이 사주고 간 홈웨어 입고 벗을 때 … 갑자기 풍성해진 화장대만 봐도… 혹시 몰라 버리지않은 딸 친구들께 부치라던 소포 영수증 쪼가리들 핸드백에서 봤을 때… 가슴에서 쏴아 파도소리나서 많이 힘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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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이런 저런 이유로 5월 한달간 포스팅을 거의 못했습니다. 어께 부근 인대에 염증이 심하여 병원 다니느라 수영도 많이 빠졌고…대신 다리는 멀쩡해서 딸과 함께, 또 혼자 이곳 저곳 다니며 급히 담은 사진들은 있으니 짬나는대로 예전처럼 괴발개발하겠습니다.

Michael Hoppe – Farewell

마침 블로그 이웃 순이님도 궁금하다시는 귀한 답글도 올려주셔서

오늘 내일 5월 다 가기 전에…

혹시 못올리면 6월로 넘어갈 지도 모르겠네요.

4 Comments

  1. 최 수니

    30/05/2017 at 20:26

    남아공 따님이 다녀가셨군요.
    그 먼길을~
    행복한 시간이셨겠어요.
    우리도 블로그 가족이라
    며칠 안보이면 궁금해요.
    걱정도 되구요.

    • 참나무.

      30/05/2017 at 21:35

      맞아요 블로그 가족도 비중이 크지요~~
      이젠 팔과 어깨도 거의 나았고
      걱정해주셔서 감사드려요~~
      .
      테마가 확실한 스페인 여행기 잘 보고있습니다
      답글은 못드려도 모두 재밌게 읽었어요
      프라도 미술관에서 몇 작품만 집중 공략한 일도 탁월하신 선택이셨고…
      아직 끝나지않았지요?
      기다릴게요~

  2. 데레사

    31/05/2017 at 01:10

    아, 그래서 안 보이셨군요.
    따님이 다녀가시고 병원치료 다니시고.
    많이 궁금했습니다만 이 위블에는 안부게시판도 없으니
    마음으로만 궁금해 했죠.

    팔과 어깨가 많이 나았다니 다행입니다.
    나이 들어가니 이곳 저곳 아픈곳이 왜 이리도 많이
    생기는지요. ㅎㅎ

    건강 하십시요.

    • 참나무.

      31/05/2017 at 09:14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꾸준하게 자리 지켜주셔서
      전 불량블로거…
      딸 때문에 일상복귀가 쉽지않았다고
      변명이나 늘어놓습니다
      이젠 5월 마지막 날 정신차리겠습니다

      날씨 더워지는 유월 …
      더 건강에 유의하시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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