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란한 가족의 오후다. 하인이 은쟁반에 커피를 받쳐 들고 오자, 엄마가 티스푼으로 한 모금 떠서 조심스레 작은 아이의 입으로 가져간다. 커피를 준다는 말에 신이 난 아이는 애지중지하던 인형마저 바닥에 팽개쳤다. 작은 주인이 커피를 마시든 말든, 개는 땅에 묻어둔 뼈다귀를 찾기 바쁘다. 언니와 아빠가 지켜보는 앞에서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생전 처음 경험하게 될 ‘어른의 맛’을 기대하는 아이의 표정이 웃음을 자아낸다. 이는 프랑스 화가 니콜라 랑크레(Nicolas Lancret ·1690~1743)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그림이다.
니콜라 랑크레,‘ 아이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는 부부’, 1742년경, 88.9×97.8㎝, 캔버스에 유채, 런던 내셔널 갤러리 소장.
출처 :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180] 처음 경험하는 ‘어른의 맛’
랑크레는 마부인 아버지와 구두장이 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미천한 신분이었다. 그러나 그는 대혁명 이전, 귀족들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프랑스에서 화가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부와 명성을 쌓았다. 그는 우아하게 차려입은 인물들이 파스텔톤 가득한 아름다운 자연 풍경 속에서 연애와 댄스파티를 즐기는 장면을 주로 그렸다. 매력적인 주제, 자연스러운 구도, 세련된 표현 등 모든 것이 적절했던 그의 그림은 베르사유 궁전을 장식했고, 판화로 대량 복제되어 팔려 나갔으며, 프러시아의 프리드리히 대왕 같은 권력자들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당대의 명예에 비해 이후의 평가는 냉정해서 그는 그저 유행을 따라 선배들을 모방하여 예쁘장한 그림만 그려낸 영혼 없는 화가라고 알려져 있다.
쉰 살이 되도록 미혼이었던 랑크레는 유명 극작가의 손녀가 병든 어머니를 모시고 가난하게 살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고작 열여덟 살이던 그녀와 결혼을 감행했다. 하지만 랑크레는 곧 결핵으로 사망했다. 이 그림은 세상을 뜨기 직전에 그린 것이다. 예쁜 그림이 갑자기 서글퍼 보인다.
P.S:
Lancret (self-portrait)
홍도토리
20/07/2017 at 13:08
쉰살때까지 총각이었던 랑크레가 18세 소녀와 결혼을 하였으니
과한 열정에 체력이 딸려서 결핵에 걸렸겠네요.
정액 과다 사용이면 피가 많이 딸리게 되니 거의 영양실조 상태가 되었을 것이고
폐가 조해졌으니 마른 기침을 했을 것이고..
자화상을 보니 곱상하네요.
결혼하지 않았으면 좀 더 살지 않았을까요..?
멋진 그림도 좀 더 그렸을 텐데.. 안타깝네요.
(내 맘대로 .. 이케 써도 될라나요?ㅎㅎ)
참나무.
20/07/2017 at 13:14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더랬어요
-전문적인 건 잘 모르지만…
그림들 속에 이야기가 금방 읽혀지는 이런 그림도 좋지요
첫 커피를 나는 언제 마셔봤나 생각이 안나더라구요
할아버지가 지독한 마니아시라
아마도 일찍 맛봤을텐데…
친정쪽 친척들은 모두 커피를 좋아하거든요
오늘 날씨 굉장하네요
홍도토리
20/07/2017 at 15:14
에어컨 주문한지 열흘이 넘어갑니다.
찜통에서 열흘을 지냈는데
오늘은 옆사람이가 적극적 작업으로 실외기를 고쳐줘서
다행이 살만합니다.
밖은 정말로 불볕 더위네요.
.. 이야기가 있는 그림.. 재밌어요!^^*
참나무.
21/07/2017 at 10:16
남의편이니 뭐니해도
같이사는 사람이 제일이지요
전 일주일동안 현지니랑노느라
수영도 못가고…
대신 박물관과 카페등지에서
같이 피서는 잘 했네요
참나무.
21/07/2017 at 10:17
아참 지금 .척 클래식. 시작하네요
같이 들어요~~
안드레아 셰니에…
요나스 카우프만 나온대요???
수선호이
22/04/2018 at 17:21
첼로와 피아노 연주곡
[플레잉 러브]를 듣고 있는데
문득 참나무.님이 생각났습니다
그리운 분…*)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