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운동 류가헌 제1전시장:
문을 열자마자 에릭 사티 그노시엔느가 먼저 들려 소리나는 곳을 찾았더니 작은 모니터에서였다. 존함 앞에 수식어가 많기도 한 김영태선생의 생시 음성과 1주기 추모행사, 류가헌에서 열렸던 추모전 당시 행사 영상과 강화 전등사 근처 수목장 현장까지 생생하게 흘렀고 맨 마지막이 탱고 추시는 모습이다.
오른쪽 큰 초상화 앞에는 모자와 지팡이가 세워져 있고…
피아노가 걸린 2층 입구가 보이는 왼편으론
이번 전시 기념으로 특별 제작된 복사품을
10만원에 살 수 있다는 설명도 보인다.
소묘 ‘걸어다니는 피아노’ 21 x 29cm 이재준 소장
언제부터 피아노를 그리게 되었는지 모른다.
10년 전 혹은 그 이전부터라고 기억된다. 우리 집에는 피아노가 놓여 있을 리 만무 하지만.
내 머리 속에는 여러 모양의 피아노들이 가득가득 들어 있다.
어쩌다 상류층 인사 집에 초대라도 받게 되면 나는 응접실에 들어서면서 곧바로 피아노가 놓인 위치에 눈길을 보낸다. 피아노가 거실 중앙에 떡 버티고 있는 곳은 대개 주인이 피아니스트로서, 제자들의 레슨을 돌봐주어야 하는 때문이라서 치지도외(置之度外) 하더라도, 내가 알기에 피아노는 방이 비좁든 개미 운동장만큼 넓든 창에 위치해 있어야 제격이다. 그래야 운치 있어 보이고, 그래야 꿈이 깃들어 보이고, 그래야 열린 창문 밖에 흐드러진 라일락 향기와 친교를 맺을 수 있다. 피아노도 없는 나 같은 주제에는 모두 꿈속의 장면들이기는 하지만.
허기는 내가 소장하고 있는 엽서만한 크기의 리스트의 생가 풍경이나. 소팽. 하이든의 방. ‘백색미사’ 를 작곡했던 때의 스크리아빈의 소박한 거실사진도 피아노는 비스듬히 벽을 향하여 창변을 자리잡고 있다. (중략…) 글 – 김영태
피아노를 많이 그리시는 이유를 알게된다.
대부분 회화적인 그랜드 피아노…
과꽃이 수록된 시집 ‘누군가 다녀갔듯이’
‘그늘 반근’ 외 저서들이 쌓여있다.
.
지하1층 제2 전시실:
방명록과 초개일기, 작은 팜플렛 3천원
무인 판매하여 한 권 들어 가방에 넣고….
대나무가 보이는 공간…
탁자 위 빨간 팜플렛이 인상적이다.
문지사 표지들과 맨 아래 백자에 푸른색의 김영태 자화상이 다른 협실에 모여있다
비에 젖은 꽃들이 머리를 풀고 있다.
비오시는 오늘과 썩 어울리는 켈리그라프 시화
…
그리고…
이재준 부부 소묘
나무에 그린 긴 의자와 그 아래 두 남자
동행 :김영태. 이재준
이번 10주기전은 이재준이라는 분이 소장한 김영태 그림 40여점으로 구성된 전시다
김영태선생 저서 60권을 소장한 이재준이란 사람은 누굴까.
궁금하기 시작했지만 전시장에서 알아낸 건
미술품 소장자,클래식 음반 리뷰어 뿐…
궁금증을 안고 다음 행선지로 떠난다.
(계속)
홍도토리
24/07/2017 at 16:43
첫 사진 오른쪽에 작가님이 앉아계시네요!
깜놀했습니다~~!!!!
.. 피아노에 관한 소고도 재미있네요.
우리집에도 뚜껑 까만 피아노 갖다놓고 싶어집니다.ㅎㅎ
마음 속으로만.. 저도 김영태님처럼 마음 속으로만 꿈을 키워 볼래요.
.. 나이를 자꾸 먹으면서, 이젠 정말로 주제파악하고 접어야 할 일들이 자꾸 생깁니다. 하여도 가벼운 전자 피아노라도.. 하면서 아직 철 덜 든 마음을 위로합니다.
운치는 없지만 그래도 꿈은 있으니까…..
참나무.
24/07/2017 at 17:19
참 솔직하신 선생님이시죠.
시인 화가 캘리그래퍼, 무용평론가,등등
접두어가 많아 딱히 어찌 불려드려야할지…
한마디로 전방위 예술가…
그리워하는 분들이 참 많더군요.
이번에 10주기를 맞이하여 기부금 받았는데 목적보다
훨씬많이 모여 초개일기도 잘 만들었다대요.
무용일기라 하지만 총체적 예술을 논한 책 같더군요.
그댁엔 악기 많잖아요
피아노 한 대 더 있어면 금상첨화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