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그 이재준 선생’의 ‘초개와의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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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사랑 내부를 훑고 내려와

다시 좁은 엘리베이터로

고대해 마지않던 2층 카페에 올랐다.

빨간 책자을 읽고있는데 에스프레소가 나왔다.

기대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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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싹하고 깨끗한 빌보(빌레로이 엔 보흐)

커피잔에 더블 샷으로 담겨나온 커피와

설탕용기까지 신경 많이 쓴 차림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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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 윈도 글라스엔 눈물이 흘렀다”

노래가삿말 처럼 창밖엔 눈물같은 빗물이 흐르고…

하얀잔에 담긴 커피는 향도 좋았다.

바쁜 주일, 급히 나오느라 첫 커피였으니…

 

  • 초개와의 동행 얇은 책자는

이재준선생의 초개선생 10주기 기록이었다.

그가 김영태 선생의 글을 대할 땐 침향을 피우고

단정히 앉은 자세로 읽는단다.

첫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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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 선생님께 서두를 달고

처음으로 보낸  ‘그  이재준 선생’의 편지다.

바로 뒷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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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내리면

-이재준에게

김영태 선생의 편지글과 시가 적혀있다.

주일, 안국동 아라리오뮤지엄 in space

한옥 지붕이 내려다 보이는 2층 카페에서

많은 걸 얻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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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그 시간의 켜<– 

참조:

전시1
미술품수집가 이재준의 김영태 그림전 <草芥와의 동행>

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우리는 만났다.
音樂이 흐르고 있었기에
‘안네소피무터’ 바이올린 독주회
동행했다.
내 옆구리 한 쪽을
音樂人 이재준
나보다 젊은 그가.

김영태 시 ‘同行’ 전문이다. 시 속에 등장하는 음악인 이재준. 미술품 수집가이자 클래식음반애호가로 알려져 있지만, ‘김영태’라는 이름과 연결 지어지면 경외와 감탄의 ‘그 이재준 선생’으로 바뀐다. 단순히 팬이라는 말로는 혹은 지음(知音), 애독자, 애호가 요새 널리 통용되는 ‘덕후’라는 말까지 동원해도 딱히 이재준과 김영태의 관계를, 그 결의 촘촘함과 깊이를 재대로 표현할 수가 없다.

그는 김영태가 출간한 60여 권에 달하는 책을 모두 읽었고 또 모두 수집했다. ‘선생이 그 자그마한 손으로 밤새워 조탁한 문장들을 함부로 읽을 수는 없어서’ 아직도 그 책들을 읽을 때는 침향을 피우고 단정히 앉은 자세로 읽는다.

이재준은 비매품이라 구하지 못한 소묘집 <往來>의 여분을 얻고 싶어 직접 연락한 것을 계기로 김영태와 첫 대면했다. 그리고 2007년 작고할 때까지 김영태의 마지막 5년에 동행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초개선생과 이승에서 5년 간의 동행’이었다. 김영태의 ‘遊於藝(예술에서 놀다)’에 함께 한 것이다. 시 속 표현대로라면, 초개의 ‘옆구리 한쪽’에 그가 있었다.

음악연주회 13회, 화랑순례 31회, 국립박물관 관람 3회, 무용관람 2회, 대전, 대구로 지방여행 2회, 식사 동행 100여 번 등 ‘예술현장’에서부터 음식점까지 김영태와의 ‘동행’을 일지로 촘촘히 기록했다. 아직도 김영태가 그리우면, 생전에 그와 함께 갔던 식당에 찾아가 그날의 음식을 먹으며 미각으로나마 또 그를 그린다.

“이선생과 함께 이 찬란한 햇빛 속에서, 이 쑥부쟁이들을 일 년만 더 볼 수 있다면 좋겠어요.” 서울시립미술관 정원을 걷던 마지막 동행에서 한 초개의 말도 그 일지에 담겨있다.  (… ….) 출처

P.S:

마음의 달이 서로 비추거늘

-草芥先生과 이승에서 5년간의 동행

Arvo Pärt, Cantus in memoriam Benjamin Britten

시립미술관 정원을 걸으며 마지막 동행의 말씀 ‘…쑥부쟁이…’ 이후 마지막 커피를 마시며 ‘그 이재준 선생’은 가방에 있던 아르보 패르트  ‘벤자민 브리튼을 추모하는 성가’를 카운터에 부탁하셨단다.

‘두 사람 뿐인 텅 빈 공간을 울리는 그 곡으로 어쩌면 선생과의 이승에서의 전별을  예감했던 걸까?’

마지막 커피를 마시며 듣던 그 곡을  오늘 배경음악으로 골라본다.

그리고 …
제일 부러운 건 끝맺음 말이다.

(…전략….)

중국 문학가 누쉰( 鲁迅 1881~1936)이 문사였던 취추바이( 瞿秋白 1899~1935)에게 한 말  “인생에 있어 한 사람의 지기를 얻으면 족하다(人生得一知己足矣)”
그렇게 선생과의 5년의 이승 동행은 끝났다. 그러나 마음의 달은 언제나 서로를 비추고 있을진저

                                                              – 이재준 삼가

P.S:

이재준(李載俊)

1950년 경기 화성 출생. 아호 송유재(松由齋). 미술품 수집가, 클래식 음반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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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Comments

  1. 홍도토리

    24/07/2017 at 17:07

    초개와의 동행.. 마음이 끌립니다.
    ..인생에 있어 한 사람의 지기를 얻으면 족하다(人生得一知己足矣)
    는 말씀도…

    • 홍도토리

      24/07/2017 at 17:12

      시인 무용평론가 연극평론가 서양화가..
      언니 덕분에 김영태님을 다시 공부합니다.

    • 참나무.

      24/07/2017 at 17:22

      기회되면 한 권 사드릴게요
      전시회 끝나도 남았을 지 모르겠네요
      마지막 날이어도 가길 얼마나 잘 했는지
      뿌듯한 하루였어요~~

      • 홍도토리

        26/07/2017 at 14:40

        아들한테 도서관에서 빌려오라 했는데 없다네요.
        기회 되시면 한 권 사주세요.*^.^*

        • 참나무.

          27/07/2017 at 07:51

          류가헌에서 10주전 기념으로 만든 팜플렛이니…
          전시장에 없으면 제꺼라도 빌려드릴게요.
          잘은 몰라도 도서관에 ‘초개일기’는 있을겁니다?
          .

          낮시간에 다녀가셨네요
          어제 그 시간 전 예당에 있었어요
          전시 두 개 보고오느라…

  2. 데레사

    25/07/2017 at 09:36

    참 부지런 하십니다.
    나는 피서갈려고 예약 해놓고 못 떠났어요.
    지독한 여름감기 앓느라고요.
    이제 좀 괜찮아 졌습니다.

    나도 참나무님 덕에 많이 유식해 집니다.

    • 참나무.

      25/07/2017 at 10:19

      날씨가 워낙 더워 에어콘 많이 쐬어 감기환자들이 많데요
      저도 훌쩍거리는 중입니다.
      요즘 이재준 수집품 리뷰들 찾아 읽느라
      정신줄 놓고지냅니다.
      성실하게 쓴 리뷰들이라 유익하더군요
      얼른 쾌차하셔서 즐거운 피서 다녀오시길바랍니다

  3. 홍선희

    12/08/2017 at 10:59

    제 결혼식 선물로 피아노 그림을 주셨지요. 공간 구사옥 일층 커피숍의 단골.

    • 참나무.

      12/08/2017 at 23:58

      와우~~ 정말 귀한 선물 받으셨네요
      잘 보관하셔야겠습니다.
      공간사옥을 자주 가시나봅니다 단골이시면
      전 아주 기끔이지만 많이 망설이지요
      1층 한옥카페? 2층? 그러면서요
      이 날은 2층을 선택했지만…
      맞은편 길건너 국악당 한옥 카페도 가보셨나요?
      답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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