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반병, 편육 반 접시를 팔았다고?

우리나라와 정 반대 계절인 곳에서 사는 딸,

여름 끝나가고 가을 알리는 처서處暑가 어제였으면

그 나라는 봄이 오는 시기인데 갑자기 눈이왔다고

페북에 이런 사진이 올라왔다. 치치카마 근처라며 …

기상 이변은 도처에서 발생하나보다.

장마철보다 더 잦은 비가 오는 우리나라처럼

2.

글 잘쓰는 조선일보 한현우 기자의 [마감날 문득]이 실리는 주말섹션 Why에 일주일에 세번이나 간다는 을지면옥에 관한 글이 올랐다. 그렇다고 특별대우를 해주지도 않고 을지면옥이 갑이고 나의 여름은 을지면옥에 저당 잡혔다는 내용으로 시작한 글…읽을 때부터 도대체 얼마나 맛나길래…살짝 호기심이 발동하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놀란 이유는 소주 반병과 편육 반 접시를 팔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어느 날 지인 3인이랑 같이 편육을 먹다 약간 모자라 반접시 추가 했는데 놀랍게도 “반 접시 없어졌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기자는 놀라 (서운했다가 맞을까) 아래와 같은 글로 마무리를 했다

(… 중략…)

한 냉면집에 줄곧 다니다 보니, 단골들은 오후 1시 넘어야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상대적으로 젊은 손님들이 너무 많아, 단골 노인들은 좀 한가해 질 때가 돼야 오는 것이다. 어쩌면 메뉴에서 편육 반 접시와 소주 반병을 빼버린 을지면옥도 오후 1시 이후엔 반 접시, 반병 주문을 받을지 모른다. 나는 구부정한 허리로 계단을 혼자 올라 편육 반 접시와 소주 반병을 시키는 어른 옆에서 냉면을 먹고 싶다. 늘 주문을 받는 아주머니도 “원래 안 되는데, 특별히 드릴게요” 하면서 편육 반 접시를 줄지도 모른다.

우리 부부는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않아 둘이가서 편육 반 접시 시켜도 아마 남을것이다. 세상에나~~ 소주 반병을 파는 식당이 있었단다. 난 술을 안먹으니 항상 소주 한병시키면 반병을 남기는 남편이다. 그 때마다 아깝다는 생각 안했으면 거짓말이겠지…진즉 알았으면 같이 같을텐데…기자보다 내가 더 아쉬웠다.

신문을 읽은 지난 토요일 인사동 한바퀴 한 날이다.  점심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백악미술관 한 건물에 있던 안동국시도 안먹고 을지면옥에 가보기로 했다. (그니까 그 날 내 손전화 만보기엔 따로 산책하지않아도 7천 몇 보가 찍혔더라 인사동에서 을지로 3가 그리 먼 거리도 아닌데…)

점심시간 훨씬 지나 그랬는지 기자의 글처럼 대부분 노인들이 많았다. 물냉면 하나 시켰다. 내 바로 옆자리에 러시아 처자 둘도 나중에 와서 ‘물냉면 둘’ 시키더라. 나는 처음가본 을지면옥…아주 가끔 가는 평양면옥이나 우래옥과 다른 건 고춧가루가 솔솔 뿌려진 점, 평양면옥과 우래옥보다 2천원 싼 만원.

이 호기심 천국 할머니는 확인하고싶어 계산하고 나오면서 기어이

‘편육 반 접시 언제부터 안팔았어요’ 물어보고야 말았다.

지난 7월 이후부터요”

속으로 혀를찼다. 겨우 20여 일 전까지?

편육 반 접시 소주 반병 이거 전설같은 이야기 아닐까

 

가을의 전설 ost

그 날 냉면을 먹고싶었던 이유, 또 하나 더 있었다.

같은 면에 대중음식애호가 정동현 세프의 …

[정동현의 허름해서 오히려] 경기 안성 ‘우정집’

아니 같은 날 같은 면에 물냉면 이야길 두 번이나 만났으니

안성은 멀어 못가고 …안성 근처 사는 분들 위하여

 

3.

이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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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맛 본 을지면옥 물냉면 혼자 먹으며 이별식을 했다.

“여름아 잘 가거라”

내 이별식은 사실이되고 말았다.

어제 처서, 정말 비가 많이와 하루상관으로

아침 저녁 서늘한 가을 기운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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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두 차례  이 숲길로 지나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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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가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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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우산…언제까지 이렇게 걸려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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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오갈 때 매일 만나는 부용화 어쩐지 여름의 뒷모습 같다

이 꽃 지고나면 다시 꽃송이는 못 볼 것같은 예감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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