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첫날
저녁 강변을 걷다가 문득 당신 이름을 생각했다. 이름 뒤에 물안개처럼 갈씬거리는 한 시절의 당신 눈빛을 생각했다. 내 그리움은 이제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할 만큼 속절없는 것이지만, 때로 날이 저물고 시간의 흐린 모서리가 낯설어질 때마다 눈 감고 돌아가고 싶은 추억은 늘 있다. 추억의 힘과 그리움의 힘은 같은 높이의 음계를 가진다. 그러므로 내 노래는 언제나 “길 없는 허공”에 발이 묶인다. 견고한 진자처럼 제자리를 떠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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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 9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세월이 당신 쪽으로, 내 쪽으로 깊어지겠지. 잊혀진 만큼 헐거워진 내 그림자 조금씩 길어지겠지. 그래도 나는 살아서 저녁 불빛 속으로 또 휘청거리며 사라질 것이고, 어느 주홍의 선술집에서 가슴 흐리며 눈이 멀 것이다. 그리운 당신, 그리운 당신. 내 쓰러진 별자리에 9월이 온다.
사진: 유근종 (2017. 9.1 12:57 카톡)
글 : 류 근,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186쪽
음악 : Dario Marianelli 영화 <오만과 편견> OST 중 Dawn
Jean-Yves Thibaudet (piano) and the English Chamber Orchestra.
홍도토리
02/09/2017 at 17:02
시
만으로도 충분히 멋지고 아름답습니다..^^*
참나무.
02/09/2017 at 17:23
9월 첫날 첫손님 반가워요 아주 마니…
이 아름다운 계절에 추억들 마니 만드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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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play후 다시 글 새겨보셔요
스폰지처럼 스며드시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