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 이거 참 무섭다.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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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랜만에 산 지메르만 CD

어제부터 짬만나면 들었다.

오랜만의 신보라 풍월당에선

발매 기념 특강도 있었고

글 잘쓰는 최실장 글과 속지 인터뷰도

몇 번 읽고 듣고 또 들어봐도

이상하게 나는 리히터가 더 편하다

익숙함이 무서운건지…

나야말로 감히, 무릅쓰고…;;

위블…고사직전이라 해도

익숙해서…  아직…미련하게…

남아있는 건지 모르겠다.

이미지: 사람 1명

  •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슈베르트 소나타 D.959, 960
    신보 발매 기념 특강
    <지메르만과 슈베르트> 특강이 있는 저녁.

김문경선생님은 직접 슈베르트 소나타를 연주하며 여러분을 맞이하셨고,
우리는 지메르만이 25년만에 녹음한 솔로 음반에 기뻐하며 강의를 시작하였습니다.

먼저 시간을 거슬러 1975년 쇼팽 콩쿨 우승 당시의 앳된 지메르만을 영상으로 만나보았어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만세를 부르며 어린아이처럼 환하게 웃는 지메르만. 소년과 청년 사이의 모습이었지요.

1975년쇼팡 콩쿠르 우승 당시-  사진: 최성은 실장

이번 음반에서 지메르만은 슈베르트가 표현하려 했을 소리를 담기 위해 본인이 직접 만든 건반을 장착해 연주하였죠.

이에 슈베르트가 살았던 당대의 음색을 상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우선 안드레아스 슈타이어가 연주하는 포르테피아노로 D.959를 감상했어요. 현대 피아노의 소리보다는 약간 둔탁한 느낌-

다음으로는 이번 음반의 D.959 3악장을 감상했습니다.

가난했던 슈베르트는 자신의 피아노를 가져본 적이 없지만,  지메르만이 탐구하고 고민한, 슈베르트가 표현하려 했던 그 소리의 결과물이 전해졌어요.

이미지: 사람 1명 이상

평소 ‘완벽주의자’로 불리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았어요.

정경화선생님과 슈트라우스 바이올린 소나타를 녹음할 때 피아노의 위치를 10번이나 옮겼다는 이야기는 유명하죠.

김문경선생님은 이에 대해
“그가 집착하는 것은 완벽이 아닌, 예술이 아닐까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피아니스트로서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소리를 만들어내려는 그의 노력은
어쩌면 ‘완벽주의’가 아닌, ‘장인정신’, ‘장인주의’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요.

그밖에 이동하는 피아노에 대해,
이스케이프먼트와 더블 이스케이프먼트,
D. 960 왼손의 저음 트릴의 반복에 대한 이야기를 김문경선생님의 실제 연주와 다른 연주자들과의 영상을 보고 음반을 들으며 깊게 이해해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의 D.960 1악장을 함께 들었습니다.

20분 15초의 시간.

모두가 숨죽였고,
지메르만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빛이 되어 마음에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그 자체로 충분한 시간.
시간이 준 선물.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나는 온몸이 촉수인 동물이 되고 싶다’고 했지요.

지메르만의 슈베르트 소나타로 온몸이 촉수가 된 듯 전율했고, 그의 음악을 더욱 깊게 느낄 수 있게 해준 오늘의 특강이 끝났습니다.

이미지: 사람 4명, 식물, 실내

지메르만의 슈베르트 마지막 소나타 D.959, D.960.

올가을, 꼭 들으셔야 할 음반임에 틀림없습니다.

오늘 예쁘다고 많이 칭찬받은 풍월당 <아티스트 작은 노트>도 꼭 받으시고요.

정리: 풍월당

이미지: 사람 1명, 텍스트

  • 지메르만 CD 속지, 제시카 두첸크리스티안 지메르만 인터뷰 중

KZ: 이 소나타들은 슈베르트의 위대함을 한층 끌어올린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성부가 조화를 이루도록 급진적이고도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지요.
이전에 쓴 소나타들과 비교해보면 흡사 다른 작곡가에 의해 쓰인 작품같이 느껴집니다.

D 959와 D 960의 느린 악장들은 아마 제가 아는 음악 중에서 가장 슬픈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작품들일 것입니다.

장조임에도 불구하고 단조보다 더 슬픈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이는 슈베르트가 곧 인생을 마감하고 이 세상을 떠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가오는 것을 받아들일 준비를 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라장조 느린 악장 중간부분은 매우 획기적이며 작품의 이정표와도 같은 대목입니다.
폭풍우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대혼란이 일어 마치 바그너를 미리 암시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두 소나타 모두 해학적인 스케르초를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마지막 악장에서 칸틸레나의 완벽한 융합을 통해 아름다움을 배가합니다.

저는 반복이 필수적인 장치였다고 생각합니다.
D 960에서 왼손이 저음의 트릴을 반복하는 구간이 있는데 오직 제시부 마지막 부분에서만 포르티시모로, 즉 ‘매우 세게’ 연주됩니다.
첫 마디에서의 트릴과 그 다음 세 마디에서의 소리가 완전히 다르게 들리지요. 그런데 제시부 전체를 듣고 난 후에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갔을 때에는 그 트릴 소리가 이전과는 또 다르게 들립니다.
이 악장은 꽤 긴 악장인데, 저는 호흡 조절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감이 있는 템포로 연주하려고 노력했습니다.

KZ: 예순 즈음 되어서야 비로소 후기 베토벤 소나타와 같은 작품들을 녹음할 용기를 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작곡가들을 경외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30년간 연주해왔던 곡들도 늘 두렵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녹음을 너무 오래 지체하다 보면 언젠가는 녹음하기에 너무 늦어버릴까 걱정이 되어 이렇게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KZ: 어린 시절에는 슈베르트가 죽음에 임박한 병든 사람의 관점으로 작품을 썼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달랐습니다.
그는 하이든의 묘에 헌화하기 위해서 빈에서 아이젠슈타트까지 걸어갔습니다.
30마일 정도 되는 거리를 걸어갔던 것을 보면 상대적으로 건강한 상태였음이 분명합니다.
결국 그가 운명한 것은 오랜 시간 지속된 병세로 인한 것이 아니라 당대에 위생관련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참으로 안타깝고도 비극적인 일이지요.
그는 다수의 미완성 교향곡에 더불어 수 백 가지 새로운 구상들을 남기고 작고했습니다.

JD: 슈베르트 성향 중 본인에게 특별히 와 닿는 부분이 있나요?

KZ:슈베르트는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사회 속에서의 예술가의 역할과 권리에 대해서 상당히 현대적인 관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는 예술가도 하나의 직업이라고 처음으로 주장했던 사람입니다.
하이든의 경우 일생 대부분 고용된 상태였던 데 반해서 슈베르트는 처음 작품 활동을 시작했을 때부터 예술가였고 예술가로서 누릴 권리를 당당히 요구했습니다.
그는 군국주의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는데, 저 또한 사람간의 문제를 절대로 무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믿습니다.
여러 가지 견해들이 일치하기 때문에 슈베르트는 제가 특별히 친밀하게 느끼는 작곡가입니다. 또한 그는 작품 활동에 몰입해 있는 소위 ‘일 중독’이었습니다.
그는 유례없이 방대한 양의 작품을 썼습니다.
그 양으로 미루어 짐작해 보면 분명 그가 잠자리에 들 때도 악보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한밤중에 잠에서 깨면 계속 이어서 곡을 썼을 겁니다.
저도 비슷한 면이 있어서 흥미로운 작업에 몰두하다 보면 어느새 밤은 온데간데 없고 아침이 밝아 있곤 합니다.

KZ:슈베르트가 그의 악기로 표현하고자 했을 특징들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만든 건반입니다.
현대식 그랜드 피아노와 비교해서 말씀드리자면 해머의 타현점을 달리하여 울림을 더 잘 지속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물론 이 건반을 사용했을 때 몇가지 부작용도 있을 수 있습니다.
기본 음 외 다른 음정을 내거나 소리가 잘못 조율된 것처럼 들릴 가능성이 있고 피아노 액션이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지요.

하지만 현대식 그랜드 피아노를 사용해서 슈베르트의 반복 음을 연주하면 프로코피예프 작품처럼 변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충격적인 연주, 지메르만의 슈베르트 그의 피아노에 대하여

JD: 본인이 직접 만든 건반을 장착한 피아노로 연주하셨다고 들었습니다.

KZ:슈베르트가 그의 악기로 표현하고자 했을 특징들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만든 건반입니다.
현대식 그랜드 피아노와 비교해서 말씀드리자면 해머의 타현점을 달리하여 울림을 더 잘 지속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물론 이 건반을 사용했을 때 몇가지 부작용도 있을 수 있습니다.
기본 음 외 다른 음정을 내거나 소리가 잘못 조율된 것처럼 들릴 가능성이 있고 피아노 액션이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지요.

하지만 현대식 그랜드 피아노를 사용해서 슈베르트의 반복 음을 연주하면 프로코피예프 작품처럼 변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미지: 사람 1명 이상, 실내

“2016년 1월, 3미터 가량 쌓인 눈을 헤치고 슈베르트 음반 녹음을 진행하기 위해 공연장(가시와자키 문화회관)에 갔습니다.

우리 팀은 32비트 기술을 활용해서 모든 음원을 녹음했는데 아마 도이치 그라모폰 녹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일 것입니다.

눈이 너무 많이 쌓여서 하루는 삽으로 눈을 퍼내야만 공연장 밖을 나설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공연장 내에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졌기에 저는 5일간 슈베르트 음악에 완전히 몰입한 채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 최성은이 (감히)진심으로 추천하는 진머만의 슈베르트

이미지: 사람 2명, 턱수염, 근접 촬영

엄하고,
올바르고,
깐깐하고,
솔직했던
그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

25년간의 공백
솔로 녹음을 하지 않았던 그가
선택한 슈베르트는

하얀 눈 속에서
까만 밤 속에서
한은 한음 녹음되었습니다.
그것을 우리는 듣습니다.

일본 작은 시골 공연장…
3미터가 넘는 눈을 헤치고
눈 속에서 5일 동안 연주되었던
지메르만의 슈베르트

음악을 넘어 그의 성실했던 시간들이
더 깊은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저는 가끔 이런 귀한 음반이 나오면 상상합니다.
하늘에서 이 연주가 온 세상에 소리로 퍼지면 어떨까..
하던 일을 멈추고 모두 하늘을 보며
미소 지을 텐데
나쁜 생각도 멈추고
나쁜 마음도 멈추는 순간,

그 순간을 나는 “음악을 듣는 시간” 이라 생각한다.

Krystian Zimerman – Franz Schubert – Piano Sonata D.960 (43:16)
게시일: 2017. 9. 9.

Composer: Franz Peter Schubert (1797-1828)
Pianist: Krystian Zimerman (1956- )
Year of recording: 2016

1. Molto moderato (0:05)
2. Andante sostenuto (20:19)
3. Scherzo (Allegro vivace con delicatezza) (30:52)
4. Allegro ma non troppo (35:02)

Schubert – Piano sonata D.960 – Richter studio (46:29)

Studio recording, Salzburg, 6, 9 & 11.VIII.1972

&…

Sviatoslav Richter plays Schubert Sonata D.960 (47:14)

게시일: 2011. 5. 21.
00:00 – Allegro moderato
25:54 – Andante sostenuto
35:55 – Scherzo – Trio
39:30 – Allegro ma non troppo
Prague, 1972

2 Comments

  1. 데레사

    16/09/2017 at 05:28

    위블이 우리들만의 짝사랑이 아니기를
    바라고 바라지만 답도 없고 무슨 속내인지
    모르겠어요.
    이러면 안되는데 이 신뢰를 깨버리면 안되는데
    해보지만 아무래도 수상해요.
    물론 나야 끝까지 남겠지만요.

    • 참나무.

      16/09/2017 at 09:54

      익숙함도 무섭고 습관은 더 무섭고…
      오늘도 씰데없는 잡글, 위블에다 올리고 있네요

      설마 통고는 하겠지요
      어디에 또 둥지를 틀지…
      이번엔 백업을 해야하나
      그냥 훌훌 털어버려야 하나…고민 중입니다…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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