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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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아침은 현지니 하부지 투덜거림로 시작된다

5시반 즈음부터 조간 기다리느라 현관 문을 몇 번이나 여는지…

예전 시부 생시에 그러셨는데 꼭 닮았다.

오늘 아침엔 7시즈음 왔다고

“이기 뭔 조간이냐…”

“연휴에 오는 것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데요”

나도 참다가 한 소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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퀼터들의 습성:

뭔가 조금이라도 맘에 안차면 뜯어야한다

귀찮아 그냥 넘기면 일이 더 많아진다

거의 완성 후에라도 다 뜯어 다시 만들어야하니까…

어릴 때 엄마가 그러셨다

편물질로 뭔가 만드는 날 보고

‘…좀 있으면 완성되겠네…’

했는데 다시보면 다 풀고 새로 시작하는 모습 자주 봤다고

완벽주의도 아닌데 나쁜 습관같다.

그런데 퀼트 시작한 이후 그 병이 또 도졌다.

색 배합이나 사이즈…처음에 맘에 안차면

기어이 뜯어버리고 다시 시작해야한다.

그 버릇이 이번에도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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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알밤 스푼으로 파 내느라 어께가 너무 아팠다.

그 전부터 바느질을 많이 한 탓도 물론 있었겠지…

애들 먹일 율란은 사이즈를 제대로 했는데

계피가루 넣은 어른용 할 때 그만 게을이 나서 많이 크게 빗어

차례상에 놓으려고 두개를 섞어 담았는데

큰 사이즈가 거슬려서 아침에 기어이 작게 만들었다.

칼등으로 새기는 쌀 米字도 처음엔 세 번 칼질 했는데

-자꾸 떨어져싸서…

작게 다시 만들면서 정확하게 칼질 4번으로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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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 받으려고 그런 건 아닌데

“맛 좀 봐요”

“넘 달다”

(M.D)

화가나서 같이 밥상에 앉기 싫고 밥맛도 없어서

식빵 한쪼가리와 커피로 아침 끝.

어제만 해도 그렇다

양초를 안사서 사러가는 김에 마트에서

커피 필터 부탁했는데 깜빡하고 그냥 왔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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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커피 필터가 없어 티백에 담아 요렇게 마셨다

그런대로 ‘좋은생각’ 스스로 칭찬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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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사 고백인데 어제 Sky  A&C 체널에서

‘김연수의 열하일기’ 가  나와 꼭 보고싶어 계획적인 부탁을 했다

안그러면 야구.당구 ..여튼 구球 돌림 중계나

요상한 폭력물 영화 오가며 들어야 했을텐데…

– 산보삼아 다녀오라 위하는 척 하면 은근 좋아해서…

 

김천 빵집 아들 김연수 작가가  ‘열하일기’ 란 제목으로 중국 여행하는 프로였다

‘열하일기에서  박지원 선생은 누린내 나는 양고기 먹지 못하셨’다 했는데

“이리 맛난 걸 왜…” 하며 양고기 뜯는 장면부터 봤다.

차마 그건 못담고…

… ….

엊저녁부터 머리에 감돌던 시 한 귀절…

… ….
그대를 사랑했으나 다 옛일이 되었다

(… ….)  

가을에는 공중에도 바닥이 있다

– 바닥  문태준

문태준 시집: 가재미- 문학과지성사, 2006년

브람스 항가리 무곡 1번

작은 추석… 시작 하기도 전에 어께 허리까지 아프다

어제 늦도록 바느질 하는 거 아니었는데

다 내탓이다.

아자~~기운내자 음악 한 곡 듣고…

정마에 이런 모습 처음이다

도입부 모션 놀랍다.

4 Comments

  1. 최 수니

    03/10/2017 at 10:20

    헝가리안 댄스 지금 듣기 너무 좋습니다.
    참나무님 이걸 듣고 힘내신다고 하셔서
    저도 이곡을 열었습니다.

    어깨 너무 혹사하지 마세요. ^^

    즐겁고 행복한 한가위 되시길 바랍니다.

    • 참나무.

      05/10/2017 at 10:05

      지금은 말러 5번 아다지에토 듣고있어요
      시기적절한 선곡들 어찌나 고마운지…
      좀전 음식물 쓰레기 버릴 때는
      신영옥 가을편지가 흘렀고 집으로 들어올 땐
      Out of Afric 메인 테마가 흘러 기분이 그냥 좋아져버렸어요
      .
      순이님도 추석 잘 보내셨지요
      남은 연휴도 즐겁게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2. 데레사

    03/10/2017 at 13:38

    ㅎㅎ
    채널싸움.우리도 살아 있을때 많이 했죠.
    지금도 아들과 다투기 싫어 아예 두대입니다.

    어깨 조심 하시고 추석 잘 보내세요.

    • 참나무.

      05/10/2017 at 10:11

      어젠…가상의 집까지 돌볼 시간이 없었어요
      저녁엔 완전 지쳐 타발질 한자도 못할 정도로
      ‘언제까지 추석명절 제 손으로 지내게될지’
      그러며 잠자리에 들었네요
      이젠 정리까지 다 마쳐 정신차리겠습니다.
      저도 밀린 후기들… 좀 정리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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