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물 좀 떠와라”
이 말은 외할아버지의 마지막 말이었고
“그 때 만났던 청요리집에서 곧 보세”
이 말은 평소 좋아하던 원로 소설가 선생님의 말이었다
죄송스럽게도 두 분의 임종을 보지못했으므로
이 말들은 두 분의 마지막 말(유언)이 된 셈이다
시인 박준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中
어떤말은 죽지않는다 에서 추려낸 글이다.
시인은 다시 지금까지 기억하는 말들을 몇 가지 더 술회했다
“다음에 만날 때는 네가 좋아하는 종로에서 보자”
이 말은 분당 어느 거리에서 헤어진지 오래 전 애인의 말이고
“요즘 충무로에선 영화가 없어”
이 말은 연이 다해 자연스럽게 멀어진 직장 동료의 마지막 말이다
이제 작가는 그들을 만나지 않을 것이고 혹 거리에서 스친다 하더라도 짧은 눈빛 정도만 남기고 멀어질 것이다. 그러니 이 말들 역시 그들의 유언이 된 셈이다.
역으로 작가도 타인에게 별 생각없이 건낸 말이 때로는 그들에게 유언이 될 수도 있으니 같은 말이라도 조금 따뜻하고 예쁘게 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쉬운일은 아니다.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귀에서 죽는다.
허지만 어떤말은 사람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오늘 락커룸에서 수영장 욕실 문 열자마자 큰 소리가 났다.
자초지종은 모르겠고 뭔가 상대편에게 상처가 된
말을 잘못하여 말다툼이 크게 일어난 모양이다.
벌거벗은 상태였으니 아주 원색적이 장면이었다
안그래도 몸살끼도 있고 컨디션이 좋지않았는데
당췌 시끄럽고 만사가 귀찮아 급히 샤워만 하고 나왔을 때
박준 시인의 말이 생각나 대강 요약해봤다.
말…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치않겠지…
조심 또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아침엔 바빠
급히 지나쳐온 코스모스 길을 다시 천천히 걸었다.
더러는 시들어 가는 것도 있어서 몇 컷 더 담고 있는 데 어떤 아주머니가 다가 와
“천국이 따로 없지요” 말을 걸어왔다.
내 맘 속을 드려다 본 것처럼…
사람 때문에 상한 마음 다른 사람에게 위로를 받는다
꽃이라는 매체가 중간 다리 역활을 단단히 했지만…
이후에도 우리는 다정하게 더 오래 바라보며
인사하고 헤어진 후 바로 근처인 집으로 올라왔다.
오늘 BGM, 슈베르트ㅡ리스트: 보리수
데레사
10/10/2017 at 20:12
말에 상처받는 수가 의외로 많아요.
한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을런지 모르지만
당한 사람은 오래오래 기억되거든요.
보리수를 피아노 연주로 들으니 더 좋은데요.
참나무.
11/10/2017 at 07:33
네네…리스트 피아노 편곡,참 좋지요
원곡이 훌륭해서겠지만…
말, 정밀 조심해야겠다고 결심한 어제였어요
물론 쉬운일은 아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