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는 고학년이 되면 왜 학교를 잘 안갈까?

7년전 큰 아들이 12학년이 되자 학교를 안가겠다고 해서 집안에 큰 분란이 났었던 것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인도 공과대 입학 시험을 치르려면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해서는 결코 안되다는 말을 누군가에게서 듣고 막무가내로 학교를 가지 않겠다고 해서 집에서 소란이 났었고 결국 부모인 우리가 졌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 수능시험 60점이상이면 IIT 본고사 응시자격이 주어졌다. 실제적으로 본고사가 당락을 결정하기에, 학교 수업이 본고사 준비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도 일리가 있다).

그 당시엔 10학년 수능시험도 있었던 시절이었다. 10학년 때부터 월말고사 기간동안에는 하루에 한 과목씩 시험만 보고 집으로 돌아 오곤 했었는데, 11, 12 학년때는 시험도 하루나 며칠씩 걸러서 보기도 하고 시험기간중엔 수업도 아예 없었다. 수업 시간이 부족 한 것 같아서 이렇게 공부해도 학과 진도를 다 끝마칠 수 있으려나 염려했었다.

특히 매년 10월에 들어서면, 두세라와 디왈리 명절과 더불어 11월 중순에 있는 학교 개교기념일 행사 준비로 거의 한달간 학교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전형적인 한국 학부모 입장에서는 걱정이 아니될 수가 없었다.

이 건으로 몇몇 한국 학부모들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자녀들을 인도 사립학교와 국제 학교에 보내는 고학년 학부모들인데 학교에서 고학년인데도 공부를 너무 안가르친다고 이구동성으로 불만이었다. 전학까지 고려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두 아들을 이곳에서 공부시켰던 나로서는 학부모들로부터 불만을 듣고서는 이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구나… 그러면서 인도의 학교와 교육 현실을 얘기해 주면서도 뭔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해결책이 없는 듯 하였다.

이곳 대부분의 학교는 수능 시험까지만 책임을 지는 것 같은데도, 교과서 진도는 매번 겨우 마치는 정도이다. 좋은 학교를 결정하는 것은 수능시험의 결과이므로 학교는 모든 총력을 수능에 건다고 하지만 실제적으로 그리 노력하는 것 같지도 않다 (반대로 말하자면, 학생 개개인이 스스로 공부하는 자습 습관이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주관식 시험이기에 어려서부터 쓰고 말하고 읽고 듣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 어느날 갑자기 잘 할 수는 없다).

학생들은 수능 준비외에도 대학 본고사 진학을 위해서 별도로 과외나 학원교습을 한다. 외국 대학을 가고자 하는 학생들은 SAT 준비를 따로이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시험 성적들이 좋게 나온다. 울 막내아들과 같은 학년의 학생중에서 12월에 일찌감치 얼리 디시젼early decision으로 파슨스 2명에 예일, 코넬대, 브라운대, 시카고 대학 얼바나 삼페인 등에 입학이 확정 되었다. 프린스턴에 지원했던 지원자 두 학생은 모두 대기자 명단에 올라있다니… 요즘 축하메시지들로 학부모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군다. 여기엔 경제적 뒷받침이 큰 몫을 한다.

예전에 어떤 학생 어머니를 만나서 벌써 입학이 확정되었기에 – 코넬이었던 것 같다 – 축하한다고 했더니 그 학생 언니도 미국서 대학을 다닌다고 하였다. 내년에 학교 졸업하는 막내도 미국으로 유학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 얼른 계산해 봐도 학비가 엄청 들겠다는 생각에 장학금을 받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장학금은 돈 없는 사람들에게나 해당한다면서, 우린 장학금은 생각치 않는다고 말 한다.

의대 뿐 아니라 인도 공과대학 입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은 수능 외에 본고사 공부에 매진한다. JEE시험에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하면 재수, 삼수도 불사한다. 라자스탄의 코타Kota 지역은 공과대학 본고사를 목표로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한 학원과 학교 도시이다. 우리 나라의 한 학원도 그곳에서 깃발을 내걸고 쪽집게 과외를 선보인다고 듣긴 했는데…

이곳 델리 NCR 지역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델리의 IIT(인도 공대)주변에는 무수한 대입학원들이 밀집해서 매년 공과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다. 이곳 학원밀집 지역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취.하숙 뿐만 아니라 포장마차부터 상점이나 음식점 까지 상권이 형성되어 있다. 아마도 공과대학 본고사를 대비하는 학교는 DPS학교가 유일한 것 같다. DPS학교는 고학년 공대 진학 코자 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과대 입시 과목을 특별 교수한다.

아메리칸 앰버시 학교와 브리티쉬 학교 한국 재학생들도 내신 성적 올리느라 열심히 공부한다. 방학이 되면 강남의 학원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SAT/토플준비에 매진한다. SAT시험은 성적이 좋게 나올 때까지, 몇번이나 보고 지방이나 해외로 원정 시험도 불사한다.

다행스런 것은 인도에서 공부를 하다보면 한국을 포함한 해외로 나가서는 두각을 나타낸다는 점이다. 이곳의 척박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것이 일상화 되다 보니, 대학 진학후 상대적으로 좋은 환경에서는 공부가 절로 잘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자면 우리 나라는 아이비 진학률 대비 중도 탈락학생들의 비율이 꽤 높다고 들었기에 인도의 학생들이 미국이나 여타 다른 지역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는 것과 비교가 된다. 여기엔 여러 변수들이 작용할 텐데… 첫째는 영어 학습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고 둘째는 울 남 학생들에겐 병역이라는 부담이 있다. 병역 부담이 없는 대다수 인도 중산층 유학생들은 학비 부담을 줄이고자 학과목을 최소화 신청하면서 이와 동시에 생활비를 벌고자 파트 타임으로 일하면서 길게 공부한다고 한다.

학부모가 봤을 때 12학년 학교 수업이 충분치 않고 수능에 올인하는 듯하여 염려반 걱정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인도에서 공부하는 장점은 분명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미국.영국 등 영어권으로 유학가거나, 한국으로 복귀하거나, 인도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선택의 여지가 넓으며 대학 입학후의 경쟁력도 높다는 점이다.

대학 입학을 목전에 둔 12학년 수험생을 둔 학부모 입장에서 교육 현실을 짚어봤다. 결국은 각자가 처한 환경 – 자녀의 적성.소질, 자녀의 성적 그리고 부모의 경제력 등 – 에서 최선의 길을 선택하여 최대의 결과를 얻기위한 후회없는 노력들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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