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님의 과일…

‘까맣게되어버렸쟎아..이런..세상에..’

‘니미..삼일이나기달렸어..그래..어찌사람이얼굴을못볼정도야..’

‘삼일이여..삼일..당췌뭘하느라..왜그리바쁜거야아..응?’

‘내가죽고싶어도..이런..주고싶은것주고..죽어야될것아니겄어..’

….할머님…

이골목으로이사왔을때…아이들이많다며..

(당연히범준이도..내가낳은아이인줄아신다..^^)

젊은사람이..기특하고,이쁘다며..나중복받을것이라고..

이것저것..마음으로많이도챙겨주셨었다.

4월에이사왔으니까..벌써..8개월이되어간다.

앞집아저씨..할머님의아들되시는분이..

사업이안되어..채무정리를한후..달랑남은것이..

1톤트럭하나라고하셨다.말씀으로는..

며느리가..그길로집을나가셨다고하시며..

내게신신당부하신곤하셨다.

‘나가지말어..응?나가면안되..아무리힘들어도..사내는..마누라가있을때..

힘이나는것이야..알았지이..응..내가속이터져서..그랴…’

하루종일..거의혼자계시는이제아흔이넘으신할머님..

상세한연세는..그래도난여자여…하시면서..넘어가신다.ㅎㅎ

주름진..검버섯핀얼굴이환하게웃음꽃이필때가..

골목길지나다가..문득마주칠때라는것…

우리아이들이..참새마냥짹짹..할머니에게머리조아리며..

‘할머니..안녕하세요?’하며웃는모습을볼때..

그때뿐이라는것을..어렵지않게느낄수있다.

‘아고오..저놈..저놈의새끼..와그리이쁜거야아..엉..사내아가..왜그리이뻐어~!’

막둥이진웅이보곤..늘하시는말씀..

머리를쓰다듬고..손을잡고..거동이불편하셔서..선뜻안아보질못하신다.

그모습이더..나는마음이아리다.

오늘도..친정아버진..막둥이진웅이를데리러..학교로가실준비를하시느라..

바깥에서구두를신으시면서..끈을정리하려할때였다.

잠깐나와보라는말씀에…나가보니..

할머님이..지팡이를들어보이시면서..

어여오라채근하셨다.

그러시면서..혼을내시는것이다.

왜그리얼굴을안보이느냐고..

삼일내내기다리느라..

곱던바나나노란색이..검은색으로죽었다며..

허허..웃으시면서..혼을내시었다.

*^^*

여름내..아저씨(할머님이애타하시는아드님..)의과일장사가..

마무리하실때쯤이면..그이튼날..어김없이나를찾는할머님..

물러터진토마토에..상한듯보이는복숭아에..

깨져버린참외와절반씩잘라놓은수박같은..

어찌보면..저걸어떻게먹으라고내어주나..하실테지만..

그건..어떻게보느냐에따라..실물이달리보일수있다.

물러터진토마토는..깨끗하게씻어..잘게다져서..요리에다넣고..

상한듯보이는복숭아는..역시나깨끗하게도려내어버린나머지를..

쨈이나..배숙마냥만들어먹고..

참외또한..속을모두파내어..달큼시큼하게무쳐먹고..

수박은…알뜰하게긁어내어..수박화채를만들어..

한여름내내..감사하게먹을수있었다.

내가할머님께드린것이라곤..

고작..담배한갑과..호떡과풀빵이다였는데…

너무나커다란것을매번받아서..늘죄송스런마음이다.

늘..좋은것을주지못해서되려미안해하시는할머님..

날이차가워지고..할머님의안색이전에보다못한모습을뵐때마다..

난벌써봄이걱정되기시작한다.

할머니오래오래사셔야해요…

하면…

‘구챦은삶이여..이젠..그냥..저거..혼자된것이아파서..그게걸리네..’

가을에큰따님과함께..영정사진을찍었다며..보여주시는데..

차마..너무곱다고말을못하였다.

그러면..정말..세월무상하다하시며..

미리떠나실까봐…

이사오지않았다면..지나쳤을인연..

그저사람이그립고..말한마디나누는것에즐거움을가지신..

앞집할머님….

오늘도..난..이렇게..

할머님의손을잡아드리기만할뿐..

아무것도..보답해드리질못하였다.

사과를좋아하는범준이…

할머님이주신사과를맛있게도먹다가..

진웅이가하나를잽싸게입에넣으니..

놀래서떨어뜨렸다.

….

‘소리좀내어..좀..그래야내가있는줄알거아니야..응..’

네에..할머니..이제부터라도..시끄럽게..소리내면서..

그렇게지낼께요…

사람이아름답고..행복하다고느끼는순간이..있어,

..힘듬이깃드는순간에도..웃을수있는가보다..

*^^*

12 Comments

  1. 와암(臥岩)

    2008년 12월 16일 at 10:59 오전

    할머니의그마음,
    그마음받아드리시는’김진아’님!!!!!!!,
    정말아름답습니다.
    이세상에어떤사람보다도더아름답습니다.

    복된삶,
    곧다가올게틀림없습니다.

    좋은글,
    추천올립니다.   

  2. 희망

    2008년 12월 16일 at 3:45 오후

    이웃할머님와고운인연의모습이아름다워보이는군요.
    바나나가검게변했을때는얼른냉동실에넣어얼려놓으세요.
    그럼더오래보관도할수있지만…
    나중에꺼내먹으면바나나아이스크림처럼맛있게먹을수있답니다.
    김진아님댁은아이들도많아식구가여럿이지만…
    저희집은달랑두식구라바나나를사다놓은면늘남을때가많아서냉동실에넣어놓고먹곤하는데…검게변할때쯤이면아주달아서바나나를얼려먹어도맛이있답니다.
    어린아이들간식으로는괜챦으실겁니다.
    이것캐네디언들은일부러얼려먹는사람들도많이있답니다.   

  3. εlli°T™

    2008년 12월 16일 at 7:27 오후

    좋은이웃을두셨군요^^

       

  4. 담원

    2008년 12월 16일 at 7:53 오후

    사람사는세상의참모습을보는듯합니다.
    할머니는진아님가족의사는모습을보면서,그옛날자신이어렸을때를생각하는지도모르겠습니다.
       

  5. 노당큰형부

    2008년 12월 16일 at 10:07 오후

    할머니의마음이사람사는모습이죠^^
    김진아님의마음도곱구요…
       

  6. 우아

    2008년 12월 17일 at 2:03 오전

    ~(*ㅡ+)앙!!!!!!!

    몇사람을울리는거야,
    이거…   

  7. 광혀니꺼

    2008년 12월 17일 at 3:15 오전

    작은것에감사할줄아는삶이
    흔하지는않습니다.
    겪어볼수록.

    까맣게된바나나좋아해요~
    아주브드러워서요.
    우리집앞마트에서제가좋아하는줄알고
    가끔은공짜로도주십니다.
    ㅎㅎ
    훨씬달고
    훨씬부드러워좋아해요~
       

  8. Beacon

    2008년 12월 17일 at 5:26 오전

    지금은전,,바로현관마주하고있는앞집아줌마얼굴만알아요..마주치면인사하구..

    앞집,뒷집,건넛집까지대소사소상히꿰던옛날이그립네요..   

  9. 데레사

    2008년 12월 17일 at 6:12 오전

    진아님.
    바나나는까매져야맛있는데요.

    참정다운이웃이네요.그런정이오가는동네가그리워요.   

  10. 아멜리에

    2008년 12월 17일 at 12:09 오후

    아참정말좋다앞집할머니,그렇죠뭔가를나눈다는일이야말로진짜행복한일이거든요.제가그래요.받는것도무쟈게좋아하지만,뭐라도하나나누어줄수있을때
    더기분이좋거든요.저할머니참잘사시는거예요.

    우리주인집할머니처럼무뚝뚝하시지도않고,주인집할머니는아무리내가인사해도
    못들은척하시길래..나도이젠,더이상살갑게인사못해요.

    옆집할머님은아주단정,깔끔하시구요.새벽마다도토리주으러다니시고,
    그대로그아들이(아저씨)할머님하고똑같아요.부지런하고단정하고깔끔한것.
    할머니는외출다녀오실때마다보행기를닦으세요.
    그리고마당한구석에놓아두고들어가시는데..전그모습도인상적이고,

    진아님집은아이들이많으니까저할머님도그게좋으신거라.
       

  11. 피 - ta

    2008년 12월 17일 at 4:19 오후

    여러분이남겨주신따뜻한댓글한줄이큰힘이됩니다!

    할머니는진아님이익은과일을
    맛있게먹는법을알고있음을
    아시고늘과일을익혀서주시는군요.^^

       

  12. 소리울

    2008년 12월 17일 at 6:01 오후

    따스한정이느껴지는분위기…아이들과할머니.
    감사합니다.
    가진것없이얼마나많은것들이나누어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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