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진에 걸렸다.

‘엄마,이제신촌안가는거야?’

막둥이녀석,고녀석머릿속이가면갈수록궁금하다니까?

재작년부터신의진선생님의진료병원이바뀌는관계로,

신촌에서강남세브란스로다녔다.

서운한듯하면서,언제신촌으로다시가냐고물어보던막둥이녀석이요즘도

얼마나기간이남았냐며물어온다.

그이유야뻔하다.^^

요맹랑하고,이쁜녀석이,

신촌역에서내려,연대세브란스올라가는출구쪽계단에보면,

거의매번같은옷에같은계단에서만나는허름한아저씨?가있었다.

머리며발끝까지,전혀손을댈수없는..가끔은술냄새도풍기곤했었는데,

어느날부터인가,

제녀석주머니속에들어있는동전이며,사탕이나껌같은것들을그아저씨의손이나

아님내미는바구니,어느날은종이박스같은것을내미는데그곳에다집어넣는것이다.

특징이라면,내가이녀석을숨도못쉴만큼크게안아주는이유중하나라면,

나이가어리지만,어디서그런기특한생각이났는지,

동전하나라도소리를내지않게조용히내려놓는것이다.

갈때마다거의떨어지는소리를내지않는것이의아해서물어본적이있었다.

‘소리가나면창피하쟎아.글고아저씨가싫어할것같아서..’

..

그아저씨는기억하지못할지도모르지만,진웅인지금도가끔지하철에서하모니카를불며

지나가는맹인부부의바구니에동전을몇개넣더라도절대소리내지않는다.

두손으로돈을넣고,공손하게고개숙여인사까지하는아이를볼때마다,

자신을야단치는할아버지에게도,한편으론서운하면서도,

뒤돌아서면자신보다더끙끙속앓이를하실지도모른다며막둥이녀석은못난엄마를일깨워준다.

고런이쁜진웅이가,

농가진에걸렸다.단순하게손가락끝이나뭐,그런농가진이야집에가지고있는상비약만으로충분히

치료할텐데..

연이틀전에다니던학원친구들과함께가까운물놀이장을다녀온후,

예민한녀석의피부가옥수수아이스크림과만나면서온몸에바둑알만한크기로갑자기퍼져나갔다.

얼마나놀랬는지모른다.

자칫하면큰합병증도동반될수있는농가진이였다.

심한만큼주사를맞고,항생제로상처를치료하고,

먹는약으로스테로이드제를처방받아먹었다.이틀만에고약한농가진의모습들이하나둘씩사라져주고있다.

물론,당분간은혹시모르니,

아이스크림은여름내내먹지못한다.오징어알레르기공포에서이젠아이스크림까지냐며,

내인생은어찌이리고달프냐고푸념하는욘석의입에어제실컷땀을뻘뻘흘려가며감자전을부쳐먹였다.

좋아하는부추를겉절이로겸해서까지…

한시도조용할날없고,차분한날도없는우리집,

이더운날빨래를하고옥상위에세줄로된빨랫줄이가득하게널어놓으니,

농가진으로덕지덕지반창고붙인막둥이녀석,

‘엄마!빨래안삶아도되겠다~~햇볕이무지하게잘삶아주는구만..뭐어’

엄마얼굴이땀으로범벅이가된것은눈에도안보인다이거지이,너어~~~!!

ㅎㅎㅎ

1 Comment

  1. 무무

    2009년 8월 15일 at 10:28 오후

    어려운처지의사람을배려할줄안다는건
    사람사는일중에가장기본이되는일.
    알면서도행하지못하는어른도있는데
    어른을일깨워주는기특하고영민한아이네요.
    워낙부모님이성실하시고좋은본보기이니
    다그밑거름덕에그렇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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