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산책길에서..

몇년전부터인가…

전화도주고받곤했는데…

연락이끊겼다.

동사무소아래,파리바케트앞횡단보도에,

한달에두어번은어스름한시각에

노점을열곤했었다.

남편이잠깐동안학원을운영했을때

고등학생이였던그녀를잠시나마가르쳤던적이있었단다.

워낙에사람과사람사이의인연을한번맺으면

상대방이돌아서지않고서야끊지않는남편은,

성남시에서오래살아서인지,시내를한바퀴돌다보면

알아보는사람들을자주마주치게된다.

그수많은인연들중에서도,

남편선배의여동생인그녀는

내마음깊숙한곳에서

물그림자처럼담겨져있다.

집안에서반대하는결혼을했고,

딸아이둘낳으면서얻은병으로인한우울증에

심약한그녀는결국

입원과퇴원을자주하면서집안생활은날로힘들어지고

그래도성실한그녀의남편은집이며,가게며팔아가면서

그녀의몸과마음의병을치유하려참많이도애썼다.

옆에서지켜만봐도가슴속눈물이철철흘러내린다.

오늘저녁이른식사를끝내고,

방과후수업에넉다운이되버린준혁이만남겨둔채,

저녁산책을나가기로했다.

우리작은아이준혁인방과후수업두시간을받는다.

몸무게47킬로,막둥이랑3킬로밖에차이나지않는다.

중학교1학년,초등학교3학년인두아이의키와몸무게가별반다르지않다.

그래서인지우리준혁인요즘키크기위해서라면

먹지않는음식도부러더먹으려든다.

그렇지만,워낙체력좋은막둥이에겐여지없이지게된다.

파리한얼굴을한채,녀석이일찍잠자리에들고싶다면서

괜찮다고한다.왕투덜이큰녀석은왜빨리안나가냐고성화다.으이그..

준혁이잠자리봐주고,큰녀석은자전거를끌고,

막둥이는아빠손을잡고신이나서발걸음을옮겼다.

어둑해진골목길사이사이의작은선술집마다,

오늘은빈자리가안보인다.

기분좋아서마시는술이라면참좋을텐데,

다들재개발,집주인,토지공사,성남시장기타등등

갑갑한이야기들이메뉴로올라와있음은골목을가득메운

한숨소리로알고도남음이다.

종합시장우체국쪽으로넘어가는희망대공원길을올라넘어가서,

맞은편중원구쪽으로옮겨갔다.

골목길보단더크고화려한음식점들과

구석구석작은여관들이뒷짐진동네를구경하면서

오가는사람들도구경하면서

그렇게시내를돌아보았다.

다시발길을시청쪽으로옮기고,

중간고개정도밖엔안되는고개를헉헉거리며오르는데..

낯익은1톤트럭이눈에들어왔다.

[5천원달디단수박]

박스에매직펜으로쓰인수박가격이보이고,

전에보다절반밖엔안되어보이는야윈얼굴의

그녀의남편얼굴이..그곳에서오가는사람들에게

열심히수박을사라외치고있었다.

아니,사달라고외치고있었다.

….

누가먼저라고할것도없이이내서로를알아보곤

반가움에두손을잡았다.

어찌지내셨냐고,왜이리말랐느냐고,

어디로이사간줄알았다고,어째서그리오래보이지않았느냐고

그녀는…

건강은어떠냐고..

…..

애들엄마가3년전에떠났습니다.

열살,일곱살,두아이가남았지요.

아침엔할머니집에가서식사하고학교가고,

저녁엔고모집에가서식사하고,내게로옵니다.

죽자마음먹자니그게더힘들어서다시나온게얼마안됩니다.

살아야지요,애들보아서애들엄마도그걸원할겁니다.

….

충격이었다.헉!숨이탁막혔다.

그래도그런일은없을줄알았는데,사람일은모르는거맞나보다.

그리살려고애쓰고그랬는데…

떠난그녀,애들때문에어찌눈을감았을까싶다.

전화번호바뀐것을서로가나누고,돌아오는길..

남편이,술한잔해야겠단다.

….

5 Comments

  1. 데레사

    2010년 5월 19일 at 7:58 오후

    마음아픕니다.
    아이들이잘자라야할텐데,괜히눈칫밥먹는것같아서
    마음이아픕니다.
    그아버지꿋꿋이버텨나가야할텐데….   

  2. 산고수장

    2010년 5월 19일 at 10:49 오후

    유명인의말씀보다도이름난작가의작품보다더가슴에와닫는게
    살아가는이야기이지요엄마들은누구나가족사랑으로세월보내는게
    가장행복한모양이지요.
    좋은글보았습니다.좋은날되십시요.   

  3. Lisa♡

    2010년 5월 20일 at 1:17 오전

    그아저씨애들을봐서라도
    꿋꿋하게잘살겁니다.
    여러가지일들이주변에서일어나지요.
    그녀는하늘에서잘지켜볼겁니다.   

  4. 비비아나

    2010년 5월 20일 at 1:19 오후

    아!진아님벌써들어갔나요?
    빠르기도하네요.

    씨앗보다당장은크겠지만그작은씨앗이얼마나큰나무가되고
    큰기쁨을줄꽃을피울텐데요.
    참의미깊은선물이셨습니다.
    한순간먹어없어지는것이아닌.두고두고잎사귀의아름다움과꽃의
    아름다움을보고또씨앗을받아서또내년에도심고…….
    길이길이설악초와함께진아님을기억할겁니다.2010/05/2022:17:37   

  5. 무무

    2010년 5월 23일 at 2:43 오전

    비는추적거리며오는데
    …….마음이짠…하네요.

    볼멘소리가목그멍을타고넘어오다가도
    이런이야길들으면그냥삼키고맙니다.
    건강한것만으로도감사하다생각해야지…싶기도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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