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것이 따로 있지…

분홍빛이감도는안경테가분주하다.

우리막둥이학년정도되어보이는여자아이가가게의냉장고문을연신열었다,닫았다..

우유와오렌지쥬스와짜요짜요등을계산대위로나른다.

갖다놓으라는말은없이,왜자꾸꺼내냐는여자아이의엄마는시끄럽게목소리만높인다.

계산대앞에서계산을하려던아이의엄마가,

음식물쓰레기봉투중에서가장큰용량을찾는다.

-두장만주세요.에휴우~~~

=어째그집은주기적으로봉투를사갔는것같아..

-아휴우,말도말아요,짜증나니까..

=왜,시골에서뭐올려보내는것이많은가보죠?

-우리시어머니가또김치를올려보냈다고연락하시쟎아요.

먹을사람도없는데,괜찮다고해도계속올려보내니,어떡해요.

버려야지..

놔두면냄새나고,그렇다고누구에게줄수도없고,아이참귀찮아서정말…

가게아주머니나차례를기다리는나나,입이딱벌어졌다.

=그럼그보내는것그냥다버리는거예요?세상에너무아깝다.

차라리그럴거면나나줘요.지져먹고,부쳐먹고,끓여먹고하게요.

웃으면서말하는가게아주머니의표정이엉망이다.

나역시도뭐라할말이없었다.

차라리..

필요한사람에게나눠줄수있는푸드뱅크같은곳에연락하면가지러올터인데..

알려주려다가,고만두었다.

계산을다끝내면서진짜갖다주면먹겠느냐며,재차확인하는여자아이의엄마.

아이가무엇을배우고있는지자신은지금모를것이다.생각만해도소름끼치는행동을

아무생각없이한다.

내게할말이있는것같은가게아주머니의표정을읽고조금기다렸다.

계산을끝내고아이가골라놓은먹거리들을잔뜩들고나가면서재차확인한다.

진짜로갖다주려나보다….

가게아주머니는손을들면서잠깐기다리라는표시를보인다.

나누는말소리가들리지않을것같은거리감이생겼다.

안으로돌아선아주머니는내게기다리게해서미안하다고말하면서..

=나랑나눠먹어요.저집내가잘아는것은아니지만,시골에사시는시어머님이

김치종류대로모두보내시는것같아요.난여지껏버리는것은몰랐는데,

어쩐지주기적으로큰용량만찾는것이혹시나싶어물었구만,세상에….

=그농사짓는것이얼마나어려운데,거기다다듬어서양념해서묶어서보내는그마음

어머나,세상에..울친정엄마생각하면눈물이다나는구만.

그집남편은그사실을아나모르겠네요.세상이어찌돌아가는지…원..

조금전에택배에서바로가게로전달되어왔다는연락을받았다.

버리는것보단낫다생각했는지,앞으로도그곳으로물건을받겠다는연락까지왔다면서..

가슴이습한날씨만큼이나갑갑하고무덥다.

버릴것이따로있지,어머님의그마음을버리다니…

3 Comments

  1. 봄날

    2010년 6월 18일 at 2:01 오후

    아…..
    그아주머님제발…..
    우리동네로이사오소서.

       

  2. 해 연

    2010년 6월 19일 at 9:11 오전

    ㅎㅎㅎㅎㅎ
    나도봄날님하고같은말하고싶어요.ㅋ

    못된며느리같으니구!!!   

  3. ᅟᅟᅟᅟElliot

    2010년 6월 22일 at 4:21 오후

    좀답답한집안이네요.
    묻지마무뎁으로보내는시어머니도
    보내지마시라확실하게말하지못하는며느리도
    세상을다자기눈으로만바라보니…..

    정말상대방을위한다면상대방의의사부텀존중하는게가장중요한것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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