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한권에 미칠까봐?

-고비

고비사막에가지않아도

늘고비에간다

영원히살것처럼꿈꾸고

내일죽을것처럼살면서

오늘도죽을고비를겨우넘겼다

이번이마지막고비다

-충분한불행

나는이미충분히불행하다

불행이라도충분하므로

혹한의겨울이찾아오는동안

많은것을잃었지만모든것을잃지는않았다

죽음이란보고싶을때보지못하는것

보지못하지만살아갈수록함께살아가는것

더러운물에깨끗한물을붓지못하고

깨끗한물에더러운물을부으며살아왔지만

나의눈물은뜨거운바퀴가되어

차가운겨울거리를굴러다닌다

남의불행에서위로를받았던나의불행이

이제남의불행에게위로가되는시간

밤늦게시간이가득든검은가방을들고

종착역에내려도

아무데도전화할데가없다

-시집

어느날

무심히책상에앉아졸고있다가

문득시집이꽂혀있는책꽂이를바라보았다

임영조시집[시인의모자]

박정만시집[잠자는돌]

정채봉시집[너를생각하는것이나의일생이었지]

김남주시집[나의칼나의피]

천상병시집[귀천]

조태일시집[자유가시인이더라]

신현정시집[바보사막]

뜻밖에

앞서거니뒤서거니세상을떠난시인들의시집이

마치묘비명처럼

나란히서로추운듯몸을바짝기대고꽂혀있었다

생전에내가만나보았던

함께차를마시고밥을먹었던시인들의시집이

물끄러미

졸고있는나를쳐다보고있었다

나는슬그머니그옆에다

[사랑하다가죽어버려라]내시집을갖다꽂고

다시눈을감았다

-밥값

어머니

아무래도제가지옥에한번다녀오겠습니다

아무리멀어도

아침에출근하듯이갔다가

저녁에퇴근하듯이다녀오겠습니다

식사거르지마시고꼭꼭씹어서잡수시고

외출하실때는가스불꼭잠그시고

너무염려하지는마세요

지옥도사람사는곳이겠지요

지금이라도밥값을하러지옥에가면

비로소제가인간이될수있을겁니다

-정호승시집[밥값]

………준혁이생일선물사주기위해성남교보문고점을들렸었다.

석찬이와진웅이는음반이있는곳으로

준혁인재밌게도하이틴로맨스가있는곳으로ㅋ

신간이뭐가나왔나?

조선북스에서소개한책들을메모한것도두루두루찾아보고또슬쩍열람도하면서

그러다가만난시집코너,

만난적없는시인이지만,꽤반가운이름발견

창비시선에서정호스시인의시집이새로나왔다.

[밥값]

애들처럼엄마눈치볼나이도아닌데ㅎ

살까?말까?

고민하다가눈딱감고질러버렸다.ㅋ

손에쥐고돌아서니실눈으로날바라보는석찬이녀석^^

결국엔아이셋모두원하는책들을한권씩나처럼손에쥐고기분좋게룰루랄라~~

제대로털린날이었다.

밤마다시집한장씩을넘기는기쁨이소름돋게좋다.

내가아무래도미쳐가나보다.

제대로미쳐가야할텐데말이다.

늦은잠을자도

불편한꿈꾸지않고잘잔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