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를 일이다.

우리집앞버스정거장에서내가가야할목적지로향하는버스는200,220,2,50번이다.

그중에서도자주,아주바쁘지않다면부러기다렸다가타고가는버스는50번버스와220번.

2번버스는운전하시는분에따라다르지만..대체적으로조급한운전이불안해서타질않게된다.

오늘은어제의행사마무리로피곤할동생의교대를일찍해주기위해서둘러나왔다.

마침버스도내가즐겨타는220번이도착했다.

승객도별로없지만,중간정거장마다사람들이올라타기에가급적맨뒷좌석으로가는데..

검은뿔테안경을쓴이십대후반의청년이얼핏듣기에도심각한내용의통화를하는것이다.

주변의번잡스러움에자칫통화가매끄럽지않게되면어쩌나하는혼자만의오지랖으로

중간자리에앉아버렸다.

가끔목소리가너무커서버스안에서의통화로일면식한적없는사람의시시콜콜한집안일을듣게되는데

오늘역시도너무나차분한버스기사분의낮은라디오볼륨으로인하여

그청년의통화내용을뚜껑없는열린귀로듣고있을수밖에없었다.

-야,너그럼그여자를책임질수있다는꺼야?

(어머나책임질상황의친구인가보다…)

-조카라던애가그럼니가결혼생각하는여자의애라는것을언제알았는데?

(허꺽~!숨넘어가는줄알았다.조카가자식이라고?뭐야드라마야?진짜야?}

-뭐!7년이나사귄남자였다고?야!너안꿀릴자신있냐?

(뭐야?당장그만두라고할줄알았는데..이청년대단하다)

-니,자신있냐?너결혼하면그조카라고하는아이도네가책임져야하는거야?

-야,정말대단하다.대단해..어쩌냐그여자가너아이를임신했다는데…

그다음이솔직히궁금해졌다.

그런데이미버스는제일시장을지나좌회전을하고있었다.

버스내림버튼을누르고친구와의통화에몰입하고있는검은뿔테안경의청년을조심스럽게바라보았다.

낡았지만정갈한느낌의청바지와색을맞춘라운드티셔츠에단순한봄점퍼를입고있었다.

무엇보다매우잘정돈된헤어스타일이눈에들어왔다.

버스는이윽고내가내려야할모란고개에도착을했다.

500-1번버스에올라탔다.

자리에앉아흐릿한차창밖을바라보면서…

‘세상은요지경이군’하며,
버스안이라는공개된장소라는것도잊은체로통화에열중하던청년을떠올렸다.

과연그청년은친구의이야기를모두듣고난이후,

친구에게어떤결론을이끌어주었을까?

만약,친구가아닌형제였다면.

만약,그자신이였다면…

그럼…나는?

내자식이였다면?

모를일이다.

5 Comments

  1. 데레사

    2012년 3월 30일 at 9:39 오전

    버스나지하철에서우연히엿듣게되는통화가기가막힐때가
    더러있지요.
    참세상은모를일이에요.
    결과가궁금하지만우리가알수는없고….

    주말,잘보내세요.   

  2. 도리모친

    2012년 3월 30일 at 10:44 오전

    그렇죠.
    모를일이죠…   

  3. 주은택

    2012년 3월 30일 at 5:11 오후

    요즘세상흔히있은일아닙니까?
    그정도는미국에서라면’고전’에속합니다..하하
    기가막혀웃는거에요..옛날엔안그랬는데,했었거든요.
    그런데예날엔정보통신이란게없었기때문에그랬을뿐이지..
    알고보니,예날에도그런일이비일비재했었나봐요..그거마져
    듣지안힉를잘했습니다..결론은뻔한것아닙니까..   

  4. Lisa♡

    2012년 3월 31일 at 1:05 오후

    진아님.

    재밌어요~~   

  5. 무무

    2012년 4월 4일 at 4:32 오전

    드라마보다더드라마틱한일들이주변에너무흔해진건
    그런드라마에너무익숙해지다보니별거아닌것처럼
    받아들여지는무감각때문일가요?

    연하나연상도절대안되고
    외국사람과의결혼도절대안되고
    혼전임신은절대안되고하던시절이
    있었다는…
    전설로만남으려나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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