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한 조각을 채워주는 그들에게..

-"이거랑..그리고저거랑..아,이게몇살까지입는다고했죠?"

"아,그럼이것까지놔두세요."

"저기..할머니가와서계산할거예요."

@@

"야아,그래도그렇지야,할머니가..헛참,계산한다고그러냐!"

체격이건장한?여자와반대로날씬한남자가아동매장에서실컷고른옷을계산대위에올려놓으면서

하는말이들려왔다.

그만큼목소리가컸다.

조금은어이없어하는남자의목소리..그러나말리지는않았다.

그리고내게로다가온여자와남자.

몇살인지를물어왔고,사이즈를알려주었다.

여러가지옷들을살피고사야할것등을결정했다.그리고그’할머니’계산해주신다는분이나타났다.

언뜻티브이에서많이듣던성우목소리처럼들리던말꼼한목소리의곱게화장한멋쟁이할머니였다.

"자아,여기..이것만계산하고,그리고저쪽에도계산해주면되는거야.."

어이없어하는표정은여전한남자는그래도역시나할머니의계산은끝끝내말리지않았다.

"이렇게많이사는데,뭐?서비스도없나요?양말한짝이라도줘야되는거아니예요?"

…사은행사가끝나서남은양말도없고,어쩌죠?죄송합니다.다음에들리시면챙겨드릴께요..

내가할수있는대답은여기까지였다.

"그럼..이거라도?"

계산해준다는할머니가’이거라도?’하며들어보인것은아동용매장에서사용하는플라스틱옷걸이였다.

보이지않는헛땀을흘리면서"허허헛~!무슨..말씀을요.죄송합니다.정말죄송합니다."

그리고계산을마쳤다.

맨처음계산대위에올라두었던매장에서도역시나할머니가계산을마쳤다.

그곳엔신규오픈행사로남겨진양말이있었는지,아동용양말이힐끗보였다.

한개를주던직원의얼굴의묘한모습으로일그러졌다.

아래로사라지던직원의모습이다시보였다.직원의손엔세개의양말이잡혀있었다.

-"저기죄송하지만일부취소를하시게되면영수증이필요합니다.영수증을주시겠어요?"

"어?어쩌지?버렸는데에…"

"한시간이안되었는데요..그래도혹시모르니찬찬히생각해보세요.어디차안에라도두신것이아닐까요?"

젊은부부가이제두돌된아이의옷을샀다.

그런데세가지옷중에스판바지하나가마음에들지않았는지,교환을하러왔다.

그러나원하는옷의사이즈가없었다.하는수없이일부취소를할수밖에없었다.

사이즈교환이나다른물건의교환은영수증이딱히필요가없지만,

카드,현금이든취소나환불에있어선영수증이필요하다.

판매할때역시도이점에대해선꼭설명을덧붙인다.

영수증이없어난감해하던젊은부부를보자니안되겠다싶었다.

막내동생에게전활걸어영수증없이도취소할수있는지를알아보았다.

정확한날짜와금액대면할수있다는말에중앙관리하는곳여직원에게부탁했다.

금액대와사용한카드를확인했다.다행히일부취소가능하였다.

나도웃고,그젊은부부도웃으면서서로인사하며헤어졌다.

참다행이였다.

-첫째아이가여자아이,둘째와셋째가남자아이였다.

아이셋을데리고늦은시간에아울렛에들른삼십대후반의부부.

그런데..

아이들의행동이불안해보였다.

기본도없이자란아이들처럼흡사제동장치가고장난듯한느낌마저들었다.

부창부수라고했던가?

여자는열심히고르고,남자는열심히아이들을불러세우곤옷을입혀보았다.

한아이를불러다옷을입힐때면,불리우지않은두아이는그복잡한아울렛매장안에서

숨바꼭질에달리기에온갖장난으로정신을혼미하게만들고있었다.

참다못해한아이의손을잡고는조용히’안된다’고타일렀다.

그모습을삼십대후반의그부부가동시에바라보았다.

기분나쁘다는표정이역력했다.

그런데도아이들을향해어떠한제지도하질않았다.

아이들은그야말로제세상인것마냥,제집인것마냥매장전체를휘둘렀다.

5천원에서50프로행사하는매대를부부와아이들은부진런히헤집으며부지런히입혀가며옷을골라갔다.

무려20만원이넘는옷을구입했다고한다.

나도아이셋을키우지만그렇게많은돈을들여서세일제품을사들여본적은없다.

물려받을것을생각한다면점퍼정도로기왕이면제대로만든옷을구입하면구입했지..

솔직히기십만원을들여서이월상품을그리많이한꺼번에살필요는없을듯했다.

사람마다다른생각과계획이있다지만,

아무튼…

불가사의한부부와아이들이였다.

-안경을낀검게그을린체격좋은남자가빨간구두를들어사이즈를묻는다.

몇사이즈를찾는지를되물어보았다.

"이아이가신을건데요….자세히몰라서요,얼마정도신을지아시나요?"

대충보자니190에서200정도의사이즈였다.

두가지의사이즈를비교해서신어보면정확하게알수있겠다하니,찾아달라고한다.

구멍이숭숭,빛바랜상의와흙먼지표식이드러나보이는청바지를입은남자의행색이그리넉넉한

형편은아니것같아보였다.

사이즈를찾아박스를뒤져보고있자니,조용한물안개같은목소리가내등뒤로들려왔다.

"00이가원하는것찾았어요?괜찮다고하던가요?좋아하던가요?"

그목소리가어찌나좋았는지,목소리의주인공이궁금해얼른뒤를돌아보였다.

몇년은되었음직한남자가입을만한헐렁한면티셔츠를입은여자가두손을잡곤검게그을린남자에게

다소곳하게물어보고있는모습이보였다.

남자가나를가리키니,물안개를닮은목소리를가진여자가나를향해다가왔다.

"사이즈가있는가요?"

"00아,괜찮니?네마음에드는거니?"

까만색면바지에색이다빠진운동화를신은여자의얼굴은꽤진지해보였다.

여자의곁으로옹기종기아이셋이붙어있었다.

아무소리도나질않아,아이들이그리많이있는줄도몰랐다.

"구두가격이..가을신규상품이라다소비싼데요.."

"…얼마인가요?"

"4만9천원입니다."

"….."

"아이에게한번신어볼수있게할수있을까요?"

"네!그럼요."

의자에아이를앉히고신고있던운동화를벗겼다.

뒤꿈치가다닳은..양말을신고있는아이의발이드러났다.

반짝반짝윤이나는빨간색의새구두를신겨보았다.

아이의얼굴이윤이나는구두보다더밝아졌다.

"00아!마음에드느냐?괜찮은거니?"

아이는대답대신크게고개를끄덕여보였다.

"00아빠!00이가마음에든다고합니다.괜찮은가요?"

"저기..그리고이아이가입을만한청바지도하나주시겠어요."

마침50프로하는제품중에착용감이훌륭한제품이있었다.사이즈도있었다.

부부모두가흡족한모습을보였다.

그시간동안곁에있던아이들은조용히자리를지키면서새구두와새바지에신이난

00이와같이즐거워하는모습을보이면서도삐진모습이나칭얼거리는모습을보이지않았다.

7만1천원의결제를하고,구두를넣어주었다.

"감사합니다.이쁜옷을골라주셔서고맙습니다.그럼안녕히계세요.얘들아인사해야지!"

"안녕히계세요.!"

올망졸망한아이셋과00이는배꼽손을하며내게인사를했다.

빛바랜헤진옷을입은부부역시도매장을나가는순간까지인사를남기는데,

나역시도그들의등뒤로깊은고마움의인사를보냈다.

….

그들을바라보며나는또내인생의한조각을채워가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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