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을 들켜 버린 날.

2번버스를기다렸다.

오랜만에타는2번버스다.

버스도오래되고운전자의운전도험악한명성아닌명성을얻고있다.

그래서..어지간하면이버스를타질않는다.

다행히새차라는냄새가코를찌르는버스가정거장앞에조용히섰다.

교통카드도잘읽는다.(아무리들이대도읽히지않아서현금으로내고탔었는데..웬일?)

아이들이있을때에는나는아이들을먼저버스에오르게한후내가오른다.

그런데버스가정차했을때아이가열린문으로발을올리기직전에덩치가큰여자가

거의밀치듯이하며먼저오르려하길래나도모르게왼쪽어깨로그여자의행동을저지하고말았다.

앵그리버드처럼’화가났다!’

"뭐야아~~"하는여자에게눈을크게뜨곤매섭게노려봐줬다.

나도인상쓰면제법험악한인상녀가된다이거다…하는마음으로노려봤다.

"안녕하세요~!아저씨초등학생둘이요."

막둥이의교통카드가울린다.

복잡한모란역을지나치고말많던성남시청사를지나치고분당차병원앞에서잠시정차한다음

분당탄천을가로질러버스는목적지에도착했다.

소아과병원의점심시간은곧시작인지라아이둘을달리게했다.

병원안으로들어가간호사와눈인사를하고진단을받을아이의이름을적어놓고기다렸다.

아이둘을병원대기실의자에앉히고나역시자리를잡으려하는데

딱막둥이또래로보이는남자아이가계속해서입술을움직여가며뭔가를열심히외우는듯보였다.

가만히보니남자아이의손에연습장이들려져있고빨간볼펜으로씌여진글씨가빼곡하게차있다.

그러고보니수간호사와쉬지않고말을나누는여자가..아마도남자아이의엄마인것같았다.

"어느영어학원에보내요?우리애는도통뭘하라고해도제대로하질않아서내가미치겠어요."

"요즘다른엄마들도예,체능에목숨걸듯이시키고있는데,나는뭘할까?생각중이예요."

"도대체누가학교다니는지모르겠어요.나만속타요.속이타.."

"매일내가얘길해도그저그런가보다하고저렇게태평하게있어요.미쳐정말…"

‘태평하게?’잔뜩경직된얼굴로빼곡한글씨의연습장을들여다보면서외우고있는아이가?

작은간호사가막둥이의이름을부르고의사선생님의진단과처방과함께잠깐의상담을나눈후

진료실에서나올때까지도남자아이의엄마는수간호사와이야기를끝내지않고있었다.

수간호사의눈빛이무척난감해하는것같아보였다.

병원옆에함께붙어있는약국에들어가니연습장을든남자아이가엄마를기다리고있었다.

처방전을약사에게맡기고의자에앉아기다리고있자니그제서야남자아이의엄마가약국안으로들어섰다.

약사는먼저받은남자아이의처방전에대해엄마에게양해를구하고있었다.

"저어,이약은오늘오후에나..아마도늦은시간에도착할것같아요."

"어머?왜요?없나요?"

"자녀분도동남아…그쪽으로가나봐요?그래서그런지이약을많이처방받으셨는데.."

"그래요?예..맞아요.방학인데뭐해요.그런데도가보고..그래야죠.다른애들도다가는데

우리애만안보내면어떡해요.보낼때보내야죠.그나저나어떡하나.."

"지금이약은주변약국에도없다고하고,괜찮으시면저녁에다시나오셔야하는데.."

"그럼..뭐..하는수없죠.제가저녁에다시나와야죠.그럼일단주문해주시고도착하는대로전화주세요."

"네..이약은최소출국하기일주일전부터먹어야하는거라서요.거기다이약의크기가다른약보다

조금더크기도한데,아이가큰약을잘넘길수있는지걱정입니다."

"정말요?아이,그럼난감한데에..우리애가약먹는게힘들어서요.약을갈아주면안될까요?"

"갈아먹을수있는약이아니라서요.쪼개기도그렇고.."

"이약은굳이먹을필요가없는데요."

"아이참,저도그건잘알지만요.다른애들도다먹었다고하고먹는다는데우리애만안먹었다고하면

뭐라고하겠어요.호호호..그러니어쩌겠어요.싫어도먹여야하죠.뭐…"

병원에서부터거슬렸던’다른애들도…’라는그엄마의말이나는웬지싫었다.

그런엄마와약사의대화를듣고있는아이의얼굴이궁금했다.

그러나,아이는그런대화엔전혀아랑곳하지않고오로지연습장의글씨에집중을하고있었다.

약국안을일정한간격으로왔다갔다움직이며계속해서입술을움직이며외우는남자아이.

전화번호를남기고남자아이의엄마는아이의등을살짝밀며문을나섰다.

"야,빨리움직여..이러다가학원에또늦게도착하겠다.영어다음에알지..거기로곧장가있어"

급하다고재촉하는엄마와는반대로남자아이는여전히연습장을손에쥐고엘리베이터안으로사라졌다.

엄마의말에는어떠한대답도하질않고오로지연습장의내용에만집중하던아이…

비타씨사달라고자칭귀요미짓을하는막둥이를바라보면서나도모르게튀어나온말에

나역시..’다른애들도..’라는그무리에우리애를끼어놓고싶어할지도모른다는생각이들었다.

"녀석아,쟤좀봐라얘,저렇게열심으로공부하쟎니.."

"어어~!울엄마가왜그러세요.전그래도제가원해서공부해요.그게최고라고말씀하신것잊으셨어요!"

미안하구나아들아,나역시도어쩔수없는대한민국의욕심쟁이엄마인것을너는모를것이다.

뭐든해주고싶은마음,’다른애들’처럼…

그런욕심은내게도있다는것을,숨겨놓았던욕심을들켜버린날이다.

2 Comments

  1. 벤조

    2013년 7월 30일 at 4:45 오후

    막둥이가열이좀내렸나?궁금해서여기부터왔는데괜찮군요.
    그다른애,
    왜계속연습장만읽고있을까요?이상해…
    그애가동남아에가서신나게놀고왔으면좋겠습니다.
    계속연습장만보지말고…
    진아님,
    욕심낼게따로있지…ㅎㅎ
       

  2. Anne

    2013년 7월 31일 at 12:41 오전

    엄마노릇이힘들어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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