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짓도 마다 않는 ..메밀 국수.

비몽사몽…

버스의웅웅거리는소음에,

여기저기에서울려대는카톡의도착알림소리가주변을꽈악채우는데,

어디선가귀에익숙한핸드폰벨소리가들린다.

‘누구야..왜이리안받는거야…’

음…그게…내핸드폰소리였다.

ㅠㅠ

눈을떴는지,감았는지가물가물한데

귀에바짝갖다댄핸드폰에남편의조용조용한목소리가들린다.

"어디쯤왔어?"

"나?…음..여기가어디더라아…쌍령동지났어.."

"그래?그럼모란역에도착하면전화해.."

"왜?"

"뭘..왜야..그냥전화해봐.."

남편의회사동료가늦장가를가는날,

남편은나를데리러오는하루를쉬는날이였다.

그래서미안했나?

나는괜찮은데…

버스가섬마을을지나모란역으로들어서는원을돌때에메세지를보냈다.

[모란역]

모란역에서갈아탈버스를기다리는데,

한무리의조선족아주머니들이분당선에서오는버스에서내리는것이보인다.

모두가피곤한모습들..

문득..그들이나나나별다를것없다는생각이들었다.

버스를기다리며서있는동안하루온종일서있던내두다리는천근만근의무게감으로다가왔다.

이러다버스에올라탈때에다리가내마음대로움직여주지않으면어쩌나..싶었다.

50번버스가내앞에서정차했다.

‘아싸아..기분이다.’

얼른올라타선평소엔절대앉질않던노란색표지의노약자석에털썩앉아버렸다.

엉엉울고싶을정도로고단한하루하루…울다가지쳐서일어나지않았으면좋겠다싶을정도의피곤함.

띠리리~!

남편의문자가도착했다.

어디냐고..그래서버스를탔고,한정거장남았다고..

예전구시청앞에서내렸다.

어김없이남편의전화가걸려왔다.

"얼른와…빨리..당신좋아하는것사다놨어.."

뭘사다놨다는건지..궁금했지만,

물어볼기운조차없었다.사실은…

터벅터벅걸어올라가는골목길을평소같으면한달음에올랐을텐데도

얼마안되는그거리를세번씩이나쉬었다올라갔다.

캄캄한골목길에서번쩍번쩍빛이나는…무언가가눈에들어왔다.

ㅋㅋㅋ

남편의민머리가가로등에반짝였다.

"거기서뭐해?"

"왜이제야왔어!한참이나지났쟎아..내린다고하면서몇시야?"

"아!미안미안..천천히걸어오느라그랬어.."

"아니야,미안하긴내가더미안해서그러지데리러가지도못하고당신피곤한데.."

"풋!"

내가메고있던작은손가방과책이든가방을뺏다시피가져가는남편.

퉁퉁부은내손을꼭잡고집으로걸어올라갔다.

현관문을들어서니아이들이우루루몰려나와선합창을한다.

그리고..큰탁자중앙에나를앉히고선정체불명의까만비닐봉지를올려놓는다.

"뭔데그래에..나옷좀갈아입자.씻어야해,냄새도나고.."

"괜챦아요.엄마..이것만먼저보세요."

"아니야,얼른씻고올게에..도저히안되겠다."

세수하고손발씻고다시자리에앉았다.

큰아이가묶여진비닐봉지를풀어내었다.

하얀포장그릇이눈에들어왔고,

남편이젓가락과약간의김치를접시에담아들어왔다.

"아빠가엄마좋아하시는메밀국수를사가지고오셨어요."

냉장고에있었는지차가운느낌이전달되는메밀국수포장용기.

"당신언제오나그래서자꾸전화한거야.시간맞춰서가져오려고.."

착하고단순하고마누라위한다면무대뽀가절반인울남편.

영업마감시간이열시인돈까스메밀국수집에서진을치고앉아진상을부리면서사온메밀국수.

하루종일굶고,하루종일서서일한마누라입맛을살려보겠다고,

무리하게진상짓을하는이바부탱이남편.

치아사이가다벌어진입을커다랗게벌려가며웃는모습에..가슴이찌릿해져왔다.

뒷머리가서늘할정도로시원한메밀국수를한그릇맛나게먹었다.

아이셋이서바라보는시선에서,

바부탱이울남편의시선에서..

나는참…복많은엄마고,마누라다.

점심값3,500원해장국을먹는남편이마누라입맛값으로7000원을사용했다.

3 Comments

  1. 벤조

    2013년 9월 9일 at 4:07 오후

    와우!남자넷의사랑이듬뿍들어간보약보다값진메밀국수!
    진아님,
    아무리힘이들어도사랑의뒷힘이있잖아요.
    멋지다,사랑의메밀국수!   

  2. mutter

    2013년 9월 9일 at 8:47 오후

    진아님
    많이힘들죠?   

  3. 무무

    2013년 9월 10일 at 6:54 오전

    진짜맛있었겠어요ㅎㅎ
    나도그런메밀국수먹고싶다아~~~~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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