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소리라니요. 아닙니다.

기침소리가힘들게들린다.

한숨소리와함께울리는기침…

뵈었던분같은데?

우리매장에오셨던분같은데?

빨간색점퍼를입으신할머님이이곳저곳

한가한매장안을조용조용둘러보고계셨다.

옆매장안으로들어서신할머님이직원에게

가격과사이즈를물으신다.

질문사이간간이새어나오는한숨과기침소리가

자꾸만귀에거슬리고맴돈다.

겨울옷과봄옷을정리하느라아침부터부산스럽게움직였다.

이마위로땀이송글송글맺힌다.

내일에만집중하느라그할머님이우리매장으로들어오신것도몰랐다.

매장안작은의자에먼저털썩주저앉듯이앉아버리시는할머님.

"우리손자들이8살인데..이번에입학하는데뭐없을까?"

앉아계시면서도연신한숨과기침소리로말씀하신다.

"한녀석은보통체격이고또한녀석은좀커~!제나이보다크게봐!"

젊은엄마들이재차사가는점퍼두종류를보여드렸다.

"이런너무비싸네..좀싼것없을까?거기다이쁘기까지더좋고말이야~!"

‘하하하하~!’

한숨쉬시듯내쉬는소리가숨이차올라서나오는소리인것을가까이에서야

알수있었다.

"몸이어디안좋으세요?"

"아!나말이야!심혈관질환이래나뭐래나..다됐지뭐..이제갈때가된거라는거지.."

"무슨말씀을요.."

"아니..내가이게그냥생긴게아니고말이야…."

할머님의말씀끝자락이갑자기뭉클하게다가오는것이이상했다.

얼른사시고가시라는마음을품어서는안되겠다는느낌이강하게다가왔다.

이러저러한얘기를하시는중간에..

"어머님노래클럽이나노래하는동아리같은곳에다녀보세요."

"아!그거했어.내가오늘거기먼저등록하고오느라고힘이드네..거뭐야문화센터에서하드라고"

"아!정말이요.잘하셨어요.어머님"

"내가..이런말여기서하는게안되는거라는걸아느데말이야내가너무원통하고그래서말이지.."

할머님의말씀이이어질려는찰나에다른손님이매장안으로들어섰다.

미리겨울옷을준비하려한다는젊은여자손님에게잠깐응대하고있는사이

힐끗바라본할머님의모습이웬지쓸쓸해보인다.

70프로세일들어간거위털점퍼와바지를계산하는젊은여자손님이

할머님과나를교차해서바라본다.

손님이나가는사이할머님은마치준비했다는듯말을이어가신다.

"우리할아버지가말이야..하고..우리할아버지가작년7월에세상을떠나셨어..내가그래서.."

잠시…동안할머님이숨을참으신다.아니눈물을꾸욱참고계시는듯하다.

"우리큰손자가올해3학년인데작년에..기억하나모르지만우리할아버지가여기서걔옷을

잘사줬거든.작년에돌아가시기전에그녀석잠바를하나샀었어…근데..그렇게갑자기말이야…"

무어라답을해야할지잠시고민을했다.

일상적이고통상적인말이라도해드려야할것같았지만…

그저앉아계신할머님의손을끌어살포시잡아드리는것으로대신했다.

"….있지.우리할아버지가정말참자상하고자식들에게나내게나너무잘했거든..그래서말이야

지금…내가너무힘이들어..자식들이야..저거들하고같이살자고외롭고힘드니같이살자하지만말이야

지금…여기들어와지은집이우리할아버지가나편하게해준다고오래오래나이들어가면서재미나게

살자고지은집이거든근데…거길어떻게놔두고내가나가!나는싫다고했어.나는못가겠거든…"

"어머님…."

"다른것도아니야,차라리교통사고로돌아가셨다면내가지금내가원래병이란게없었는데

우리할아버지가돌아가시고나서이게생긴거야..속에서뭐가막터질것같은데……

우리할아버지가돌아가신이유가..참..내가기막혀서이런말해봤자누워서침뱉기지만..

내가…댁을보니까말하고싶어지네..들어줄사람이필요했어내가…"

"우리할아버지..참기구하게살았어.부모에게제대로사랑받지못하고자란사람이라

자기자식들에게만큼은자신처럼그런아픔을안주고했거든..근데말이야.

요즘사람들..왜그리이혼을쉽게하지..자식이있는데도..사람이살다보면말이야.."

"남과남이살아가는데..그게어디말처럼쉽겠냐는거야..서로가모자른부분을맞춰가면서

살아가는게결혼이라고나는생각하는데…우리자식중에..세상에..나는그런며느리보다보다

처음봤어.내가기막힐정도인데..그우리할아버지심정은어떻겠어."

"어떻게든자식새끼놔두고이혼만은안된다고해서해달라는거다해주고달라는거다주고..

그런데도아니라는거지…그게화병이된것같아.우리할아버지..참다참다…그래서

쓰러지셨어.그길로그렇게손도못대고..떠났쟎아…아이고..참…"

"내가별소릴다하고있지..그런데이속이말이지미칠것같아서..이해해주면고맙겠어.."

탁트인공간안에서할머님의고인눈물이너무나애틋하다.

목놓아우시고싶은데도그게여의치않으신것같았다.

"우리..큰애작은애다잘해두며느리들이아주잘했어.할아버지에게도내게도..지금도

잘해..근데..아이고어쩜그렇게..한사람을잘못들인것이이리…이렇게아플줄몰랐쟎아.."

"댁도자식키우쟎아.사람들이고나가는일..잘보고듣고…그래야해물론처음부터다알순없다지만

그래도..우리처럼우리할아버지처럼몽땅다해주고그러지말어.울작은아들이그러쟎아.

그냥이혼할테니까.더이상나보고힘들게견뎌내려하시지말라고지아부지그리된것보곤

지도더이상은힘든가봐나까지잘못되나싶어서더는못살겠대..아고영감.."

입학하는두손자의점퍼를골라드리고가방에따로따로넣어드렸다.

‘별소리를다하네..’하시며일어서시는할머님의손을다시잡곤

그저내가할수있는말이라는것이..

"어머님내일은춥대요.특히조심하셔야하는계절이니까요.내일은목도리도꼭하시고

장갑도꼭끼세요.다른사람옷차림신경쓰시지마시고,할아버님몫까지열심히건강하게

착한자식며느리그리고손자들자라는것다보셔야해요.아셨죠~!"

"고마워,고마우리..참별스런노인네라고생각할꺼야..그치만그저목마른사람목이나축이고

가나보다생각해줘..그리고들어줘서참고마워..이거울손자들사이즈넉넉하게산것맞겠지?

안맞으면지네집가까운곳에서바꿔도되나?"

"그럼요…000백화점에저희매장이있으니까요.사이즈교환얼마든지다되세요.걱정마시구요.

건강…노래도열심히하시고운동도열심히하시고…다음엔더건강한모습으로제가뵙고싶거든요."

……………..

화요일…그리고이튼날수요일하루쉬는날.

할머님의그말씀이머릿속가득하게맴돌았다.

오후아이들이학교에서돌아오는시간즈음에서

‘아~!’하며기억에떠오르는가족이있었다.

맞다.

유별나게’우리장손이야~!우리집큰손자야.내손자야~!’

그렇게말씀하시면서

비싼점퍼를계산하시던은발의할아버지와그곁에그날오셨던

모습과는조금달랐던할머님이떠올랐다.

할아버지가돌아가신후외모까지바뀔정도로충격이심하셨던할머님

‘울할아버지67에갔어.아깝쟎아.자식다키우고손자들자라는것보고재미지게살자고했는데..’

식탁주변으로아이들이둘러앉아맛나게밥을먹고있는모습을바라보면서

돌아가신분에게도슬픔에겨워살아가시는분에게도…짤막한화살기도를남긴다.

‘할머님건강하세요.먼저가신할아버지몫까지..아마도할아버진하늘에서할머님이제일많이걱정되실거예요’

봄날스산한바람이…무겁다.

3 Comments

  1. 데레사

    2014년 3월 6일 at 3:52 오전

    노년의쓸쓸한모습이떠오릅니다.
    그할머니오래오래건강하게할아버지몫까지사시다
    가시라고저도기도보탤께요.   

  2. 안영일

    2014년 3월 6일 at 3:53 오후

    글고맙게읽었읍니다이곳에작가라하여도손색이없는글입니다

    그영감이야기에미안하고눈물이남니다제경우혼자남은딸이나아침학교준비에에미의ㅣ막내우리둘이앉고있으니하큰손주놈이할매할배커피를2층할매방으로
    서빙을와서–속으로하이녀석다컷구나하면서오늘은무슨무슨날인지?
    두녀석치과같다와서오후에영화를에미하고보러간다나?그러면서두째놈의피아노소리아마에미가과제물인지?이리사는할베들인데너무나우리를슬프게하는이야기입니다그집아이들항상무탈하게자라고크라고항상생각하는이웃입니다,
    건강들하십시요,   

  3. 노당큰형부

    2014년 3월 7일 at 10:22 오전

    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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