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짜나 짠해서…

토요일.

전날아이들이먹기편하도록음식을만들어냉장고를가득채웠다.

단맛나는무우와오뎅을넣어서맑게끓여놓고

좋아하는두부조림에콩나물볶음과고사리시금치..

고구마조림까지..돈까스도튀겨놓았다.

^^

먼지쌓인매장안을부지런히청소를하고

헹가에걸려있는상품중에서빠진것들도채워놓고있을때..

전화벨이울렸다.

"엄마?"

..응?막둥..

"저어기..음,저어기엄마?"

…응..말하렴..

"엄마!우선너무놀라지마시구요.."

…뜸너무들이는구나..

"음..발가락에서..피가올라오고있는데요…."

…오잉?…

큰형은?…아직안일어났는데요?

작은형은?…뭔일인지화장실만들락거리고있구요.

그럼?너혼자?

…..네…

"저기엄마?무슨약을발라야할까요?"

…약?안돼..기다리렴.

"엄마!그래도..피가좋아보이질않아서요.."

…어이구,이녀석아..

"헤헤헤…"

"엄마!작은형아나왔는데요.바꿔드릴께요."

…준혁아!

"네에…엄마..응..무슨말씀인지알겠는데요..우선저좀먼저살려주시겠어요?"

…오잉??????

…넌왜?

"제가지금화장실을열번이상들락거렸어요.저기엄마?저부터살려주세요."

…@@@@@

막둥이엄지발가락이말썽을부렸다.

학교에서밟히고유도장에서긇히고하더니만

발톱근처부터발갛게부어오르기시작했다.집에서할수있는

응급조치를하긴했는데…아무래도상비약으로만대처하기엔조금늦은것같았다.

느낌이라는것이…꼭그렇게난처한상황에서딱맞아떨어질게뭐람,

토요일..남편도출근하고나역시출근을하고

아이들만있는상황에서

큰녀석은뭔과제물제출이그리많은지날밤을세운지라

아침잠속에서헤어나오질못하는…꼭잔소리듣는행동하는고상황은

꼭밉상형그대로…

거기다가작은녀석마저도평소두유라면거기다검정콩두유라면사죽을못쓰는

요녀석이욕심껏먹더라니..탈이난것이다.

엄지발가락에서피가퐁퐁올라온다면서도날보고진정하라는

이못되먹은막둥이..병원에가보자해도괜찮다고버티더니만날곤란하게만드는데는

제형들과똑같은…밉상군.

할수없이자잘한상처들때문에자주다니던외과로전화를돌렸다.

이차저차해서이만저만한상황인지라아이혼자보내노라고

언제부터이고무슨약을발랐고하는기타등등의말을수간호사에게알리고

막둥이에게다시전화를걸었다.집에서나와반대편정거장에서몇번버스를타고

병원엘가면의사선생님이알아서처치해주실거라고..

혼자….갈수있겠느냐고가아닌,

혼자서가야한다고말했다.

막둥인알겠다고.어떡하겠느냐고혼자가야지…그런다.

…한시간여가지난후걸려온전화

"엄마!병원에갔더니선생님이의자에앉아봐라하셔서앉았어요.

양말을벗어서피가올라오는곳을보여드렸더니쿡!찔러요.

그러더니절보고딴데를바라보래요.그래서딴델보고있었더니

아플거래요.그럼마취를좀해주시면안되냐고말했죠!

근데요.안하는게좋대요.괜찮다면서1분도안걸린다면서

그러더니제엄지발가락발톱절반을잘라서는그냥…"

"인정사정없이뽑아버리셨어요.와우~!우리선생님짱!"

"저요?제가왜울어요?..아근데주사를맞으래요.엉덩이주사를요.

아니..어떻게이다큰남자에게것두여자간호사앞에서엉덩이를내밀어요.

하!그래서선생님이놔주세요.했더니…’웃긴다임마..’그러시면서

아직덜큰녀석이래요.하…기막혔어요."

….산이아니배가산으로가고있었다.

ㅋㅋㅋ

결국막둥인발가락아픈곳을치유하는과정보단

엉덩이주사맞은것에대한심히유감스러움에더열이나있었다.

요녀석대체뭐가될러는건지

어찌되었든혼자서엄마도없이아빠도없이형도없이

병원을가고아픈부위를마취도없이처치를하고주사를맞고

약국에들려..제작은형지사제까지모두사들곤

절뚝거리며집으로돌아왔다.

퇴근해집으로들어와녀석의발에칭칭감겨놓은붕대를바라보는데

어찌나시큰하던지….

발톱의가장자리부분이찢겨져나갔었는데그조각이

피부사이로박혀들어갔고곪았던것이라는선생님의말씀

조금만더그냥그상태로놔두었으면조금골치아프게됐을수있었다는데..

제대로보아주지못한것같아많이마안하다.

월요일..도혼자병원엘가야하고울막둥이우짜나..짠해서..

3 Comments

  1. 소리울

    2014년 3월 16일 at 6:39 오후

    그러면서한단계성장했네요
    우짜나짠해서가아니고그러면서크는겁니다.
    자라면서그만한상처는견디면서그러면서더강한남자로거듭나는거지요.
    나중에저네들이이야기할때
    나도서러움이있었다면있었던거다.
    뭐그러면서
    지금마흔살넘은내아들들이이야기하듯이….
    이야기꺼리하나보태는거지요
    진나씨너무짠해하지마세요.   

  2. 데레사

    2014년 3월 16일 at 6:59 오후

    세상에나~~
    그래도대견합니다.혼자서병원가서아픈처치도받고형아의
    약까지사들고온막둥이등두드려주고싶어요.

    아이들이강하게잘커고있으니너무짠해하지마시고
    힘내세요.   

  3. 김정수

    2014년 3월 23일 at 5:21 오후

    진아님가족의모습이눈에선합니다.
    조금더근사하게사는것같은사람들이나,
    분주하게사느라여유없는것같은사람들이나
    사실은다를게없는것같습니다.

    가족간에마음을나누고,
    부대끼면서서로의존재를이해하면
    훗날세상을떠날때에도
    슬프기만하지는않을것같습니다.

    봄이오는데도,
    종종마음이스산합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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