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그때나 지금이나

냉장고가비었다.

익은김치와전날만들어놓은반찬이두어가지정도..

한창자라는사내아이셋과조카까지,

뭘먹어도늘상허기진나잇대의아이들.

까칠공주를앞으로안고나와같은평일날이휴무인남편과함께

햇빛이방실방실웃는오후낮길을걸었다.

가로수은행나무잎은노오랗게변해버렸고

구청앞작은쉼터의나무들의잎사위도가을이다.

나도좋은데안겨있는까칠공주도이심전심인지

내리겠다고나부댄다.

삐약삐약~!삑삑이운동화를신고귀여운걸음마를하는까칠공주

그런까칠공주가그저이뻐서벌써부터할아버지노릇을하느냥남편이웃는다.

아기띠를두른체로왼쪽어깨엔기저귀가방과지갑을들곤

내앞섬에서걸어가는두사람을바라본다.

평화다.행복이다.그순간만큼은…

……저어만치까르르웃음이넘어가는두사람이먼저비껴가는그중간에서

한눈에보아도노숙인으로보이는사람이가게앞에서있다.

한발짝두발짝따라움직이면서가까이에서본그노숙인은노인이였다.

간신히버티고있는모습처럼위태로울정도로깡마른노인은내가지나치는동안에도

한참을그가게앞에서있었다.

‘두마리에8천원’저녁장사를위해부지런히준비하고있는작은치킨가게.

아마도…뭐라도먹을거리를줄것을기대하는것같았다.

하지만가게주인은그런노인에게눈길조차주질않았다.

드르륵드르륵…

노인의뒷짐쥔손에달려있는손수레가무겁게느껴졌다.

"할아버지가배가고프신가봐…"

남편이까칠공주를안아올리면서말한다.

자꾸만뒤돌아보고뒤쳐지는나를보면서…

"응…."

그러면서다시뒤돌아보았다.

노인이보이질않았다.그대로가면될것을혹시나하는마음에자세히바라보니

파란색공용쓰레기봉투가있는곳에노인의굽은등이보였다.

쓰레기봉투를뒤지고있었다.

버스정거장이였다.버스를기다리는사람들사이에서거리낌없이가느다란손가락으로헤집고있었다.

"아무래도안되겠어..당신먼저올라가요.내가금방뒤따라갈게요.."

잰걸음으로노인이있는곳으로발걸음을옮겼다.동시에노인도움직였다.

뛰었다.

노인을부를새도없었다.따라잡을수있을것같았다.

노인이뒤적이던쓰레기통이있는버스정거장뒤로큰편의점하나가있다.

간판청소를하느라부산한사람들틈을큰소리로"잠깐만요!"밀치듯안으로들어갔다.

고민도생각도필요가없었다.

문을열고들어가니제일먼저눈에들어오는것은따끈한호빵이였다.

"호빵주세요!두개!아니세개모두요."

"야채..단팥이랑피자맛인데요…다드려요?"

"네..네!!!"

호빵주문을하곤사이다를꺼내어계산대에올렸다.

뭔가가빈약한것같아서바나나맛우유를두개올리고직원에게재촉했다.

"빨리요.계산요.빨대도두개넣어주시구요.큰거랑작은거랑.."

"호빵은따로넣었.습니…."

인사를받을겨를이없었다.노인이사라지면어떡하나하는걱정뿐이였다.

그냥아래로뛰어내려갔다.

카센터를지나고미용실을지났다.24시간배달전문족발집을지났다.

노인이보였다.

새로오픈한칼국수전문점앞에서..조금전처럼가게안을무심히바라보며서있었다.

"할아버지!"

불렀다.

안들렸나보다.노인이움직였다.

"할아버지!"

또불렀다.

드르륵드르륵..

"저기요.할아버지!잠깐만요.할아버지!"

지나가는사람들이바라본다.

그러거나말거나였다.내눈에자꾸만멀어지는노인밖엔안보였다.

세번째로불렀을때야비로소노인이가던걸음을멈추고두리번거린다.

숨이차서말이제대로나오질않았다.

설마자기를불렀는가싶은얼굴의깡마른노인의모습에울컥했다.

빨간색나일론노끈으로허리춤을묶은..정말한줌도안될것같은생각보다너무마른노인이..

새까맣게때가오른얼굴에촛점이흔들리는눈동자로나를바라보았다.

까만비닐봉지두개를들고선노인의손을덥석잡았다.

"이거요.이거받으세요."

손에쥐어준비닐봉지두개의내용물을본노인이희미하게웃는다.

"….어이구,고맙습니다."

"아니예요.할아버지…천천히드세요.한번에드시지마시구요.갈께요."

"….감사합니다.고맙습니다…"

얼른그자리를벗어나야했다.

깡마른노인을마주한순간..웬지그노인이오래이세상에계실수없으리라는느낌이

강하게다가와서였다.

울면안돼…길거리에서울고그러면안돼..

안으로눈물을삼켰다.그냥그냥슬픔이자꾸만안으로비집고들어왔다.

내가뭔데…하는생각이맴돌면서슬퍼왔다.

2010년1월30일.

-새점을치며

정호승

눈내리는날

경기도성남시

모란시장바닥에쭈그리고앉아

천원짜리한장내밀고

새점을치면서

어린새에게묻는다

나같은인간은맞아죽어도싸지만

어떻게좀안되겠느냐고

묻는다

새장에갇힌

어린새에게

………………………….놀이치료가끝나고모란역지하도를지난다.

술냄새지린냄새가스며든다.

버려진쵸코렛박스를내밀고차가운바닥에무릎대고구걸하는한사람

작은아이가주머니에서천원짜리를꺼내어무릎꿇어박스안에담아놓는다.

바로앞에고추며,고구마를펼쳐놓고장사하는할머니’쓸데없는짓!’소리친다.

………………………….흘겨보는작은아이의두눈엔뜨거운눈물이고여있다.

할머니의소리’또소주사다마시는겨,뭐하러쓰잘데없는짓을하누!’

50번버스뒷좌석에서작은아이의말에가슴이쓰라려졌다.

‘빈속보단소주라도찰것아니야,죽더라도고통없이죽을것이아니야!’

7 Comments

  1. mutter

    2014년 10월 29일 at 5:02 오후

    ㅠㅠ
    같이울고싶어.   

  2. 데레사

    2014년 10월 29일 at 11:38 오후

    진아님
    잘하셨어요.그할아버지잘잡수셨을거에요.
    고맙습니다.   

  3. 해 연

    2014년 10월 30일 at 3:33 오전

    고마워요!!   

  4. 김세정

    2014년 10월 30일 at 7:39 오전

    ㅠㅠ고맙습니당..   

  5. 이형직(마라톤)

    2014년 10월 30일 at 8:22 오전

    잘하셨어요감사합니다.   

  6. 모찌롱

    2014년 10월 30일 at 5:19 오후

    와.진짜마음이따뜻하시네요.감동입니다.저도그런경험을만들어봐야겠어요.그경험은마음에오래남을것같네요.   

  7. 양송이

    2014년 11월 1일 at 3:30 오후

    오늘석탄박물관앞에서성주산단풍축제를했답니다.야간엔폭죽도터뜨리고…초청장이왔지만가지못했어요.석탄박물관지날때마다생각나는사람들…아이들많이컸지요?언제시간이나서내가그대들을다시한번볼수있을까.흐르는것은세월이아니고가슴속아련한그리움은아닐까…그런생각을합니다.세상을보는눈이너무여리면자꾸눈물로만대답하려는것이인생살이입니다.좀더대범하시고,큰소리에귀를기울이시면작은일로가슴졸이는일은자연적으로좀줄어듭니다.주정뱅이가비렁뱅이입니다.앞에서고추파는할머니말이맞을수도있습니다.늘건강하시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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