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이유가 없다.

STH79901

설겆이를 즐길 줄 몰랐다고 한다.

아니….

이리도 자주 할 줄은 몰랐다는 것이 정답이다.

귀챦은 일이지만 해야 한다는 것을

남편은,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다.

‘즐겨야 한다….’라고,

내겐 세 아들과 한 남자가 있다.

남편은 영원히 내겐 남편이면서 내 편이고,

세 아들은 영원히 내 자식이면서

곧 다른 누군가의 영원한 그네들 편이 될 것이다.

고로…

내게서 유일무이한 내 편은

한 남자…남편일 수 밖에 없다.

고루하다고?

ㅎㅎㅎ

살아가다보면

더 이상 나쁠 일 만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면,

나는 현재의 결혼을 좋다 싫다라는 표현으로 갈음할 수가 없다.

치열하게 살아왔다.

내 삶의 그 치열함 속에 내 편인 남편은 파고들어왔고,

그의 치열함과 나의 치열함은

극강의 곤궁함의 가난으로 덮쳐왔다.

그래도 …………………..,

눈물 콧물 범벅이로 된 얼굴에 희미하게 번지는 미소,

삐긋하며 느껴지는 뻐근함의 허리 통증에도

잠깐씩 번지는 미소,

열 손가락 손끝 가지 벌어진 틈곳마다 맞닿으며 느껴지는 통증속에서도

노크하며 다가오는 미소,

가스요금 마감 날짜에 맞춰 날라오는 고지서의 압박 메세지를 받았을때

이미 입금 완료됨을 보여주는 은행 명세표를 들고 있으면서 퍼져가는 씁쓸한 미소,

수 많은 형태로 늘 내 주변에서 맴돌아온 미소들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그저 묵묵하게 살아 온 것이 지금 이 시간 까지이다.

이젠 나 보다 더 많은 시간을 주방에서 보내는 영원한 내 편인

남편은…

오늘도 내게 화가 난 듯 톤을 한껏 높여 잔소리를 한다.

“놔둬! 설겆이는 내일 해도 되니까! 누가 본다고 그래? 우리 집인데!!!!”

나는 또….미소를 짓는다.

이유는?

그냥이다.

내가 행복해서?

아니다.

그럼…

고단해서다.

삶이…

너무 빨리 쉽게

주눅들까봐서다.

ㄴㅐ 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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