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술꾼 이야기 (1)

70년봄이었을것이다.마산에내려와있는데,어느날저녁,상철이형으로부터전화가왔다.그곳신문사신춘문예시부분에붙었다는것.상금이3만원인데,같이쓰자는것.망설일이유가없다.청자다방으로갔더니,웬대머리신사한분이같이앉아있다.신문사문화부장이고,고교선배라고했다.

서둘러자리를옮겨선창가목로주점에앉았다.상철이형의文才에대한칭송이쏟아져나오고,그즈음시에대한담론도나오고,또그게안주가되고…소주병은점차쌓여갔다.어느순간그문화부장선배의행동거지가좀이상하다싶었다.불문학을전공했다는데,간간이불어도읊조리더니,샹송도불어제친다.그러더니육두문자가입에붙는다.어느순간얼굴앞에손가락이왔다갔다한다.편집국장을씹더니,사장도씹고,마산시장도씹는다.그리고는운다.

나이든선배앞이라어쩔수가없다.술은점차깨어간다.그사이그선배는가고있다.축늘어져가고있었다.그선배의집은자산동에있었다.동사무소올라가는길의모서리에조그마한가계가딸린집이었다.아주머니는밤늦게까지그가계를지키고있었다.

가계앞에있는평상에다시술상이차려졌다.이선배양반,집가까이오면서술에서점차깨어나더니,집에와서는완전히깨어난것처럼보였다.후배,후배하면서연신술을따라준다.또술병이쌓여갔다.

무슨일로상철이형과그선배간에말싸움이시작되었는지모르겠다.그만큼취해있었다는얘기다.그선배가상철이형을일으켜세우더니다짜고짜뺨을후려갈긴다.이배은망덕한자식.하늘높은줄모르고운운.상철이형은대책없이맞고있다.내가나설수밖에.엉기적거리며일어서려는데,아주머니가말린다.그냥모른채빨리가라고한다.그래도그럴수가있나.말렸다.그러나말려지지않는다.그선배의기세는더거세진다.힘이장사다.대머리가힘이세다더니.그사이나도뺨을한대맞았다.눈에별이보였다.

어느새상철이형은한발떨어져뒤에서있고,내가그선배에게멱살잡힌형국으로되어있었다.요런새까만후배새끼가,건방지거로오냐,오냐하니까인자막-물라고.이제는완전히주먹이면상앞을오갔다.안되겠다싶어그선배의어깨죽지를잡으려했다.그순간,나는갔다.별이번쩍하는데,이건좀달랐다.혜성같은별이흘러내리는것같았다.한4-5초정도정신이갔다는얘기다.그선배는그대머리로나의얼굴,보다구체적으로얘기해서는나의코의한가운데부분을박아버린것이다.막말로헤딩이라고하는것.

정신을차리고보니아무도없다.상철이형도없다.그런데,어둠속에서누군가잰걸음으로내빼고있는물체가보였다.그선배였다.내가뻗어버리니까겁이났던지,도망치고있었던것이다.잡으러나섰다.그당시,세기서림으로내려가는왼편에하천이있었다.그선배는그하천에숨어있다가,일차로잡혔다.그기서한번패대기쳐졌다.그래도대선배인데,하고잠시숨을가다듬고있는데,그선배가갑자기하천바닥을거슬러기어올라가더니뛰기시작했다.

나도뛰었다.3.15탑쪽으로뛰더니,신문사로간다.나도따라갔다.수위가가로막았지만,뿌리치고끝까지추격했다.드디어두번째로잡혔다.3층인가4층에서.다음얘기는하지않는것이좋겠다.

나는그날집에들어가질못했다.남성동친구집에서잤다.아침이되니난리다.내코는하루밤사이에엄청부어올라있었던것이다.안그래도큰코가아니던가.친구어머니는그래서그와중에서도웃었던가.

푸석한얼굴과부은코모습을한나의모습에어머니는할말을잃은듯했다.나는결코싸웠다는말을하지않았다.거짓말을했다.경남은행신축공사장을지나고있었다.공사가얼마나진척됐을까하고꼭대기층을쳐다보려는데,시멘트조각이떨어졌다.그게바로내코에맞았다.어머니는나의거짓말에일언반구의코멘트도하지않으셨다.저기씨락국끓여놓았으니,밥묵고한숨자거라.


그대머리선배와나는정확히7년후재회했다.그신문사에입사했을때였는데,짓궂게도나는그때일을얘기했다.그러나그선배는목소리를쫙깔았다.“나는잘모르겠는데요.”언젠가상철이형한테도물었더니,잘기억못하고있었다.이즈음,나도솔직히좀헷갈린다.내가취했나,그들이취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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