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를넘기는데,표지안쪽에이렇게적혀있다.
"비오는날,막사에서새벽잠에서깨어날때申兄을추모하다.1975년6월"
신동엽시집이다.아마도그전날늦게까지시집을읽다가잤고,시인을꿈꾸었고,새벽빗소리,잠에서깨어났을때시인을생각한것이다.
그때이후아마도한동안의무덤순례가시작됐을성싶다.시인의무덤이부대인근인파주월룡산에있다고그시집에적혀있었기때문이다.
주말이면출장증을끊어나갔다.시인의품성으로보아,그때만해도화려한특정종교공원묘지에갔을리가없다는생각에그인근의공동묘지를찾아다녔다.
몇주를그렇게다녔는데,찾을수가없었다.봉지에사갖고간소주와명태는혼자마시고오기가일쑤였다.그러다시인의무덤을찾는다는,원래의뜻이슬슬소멸되가는것을느꼈다.무덤이즐비한공동묘지가참편하다는,해서아,이곳이좋구나하는생각을하게된것이다.그렇게나의말년군생활을보냈다.
오늘,4.19기념일을맞아어느방송에서신동엽시인을다시내보내고있었다.그시인의모습은옛적그모습이다.파리하고야윈얼굴에영롱한눈.
"내가야윈것은내가착하기때문이다.우리나라가헐벗고못사는것은우리나라가착하기때문이다."이싯귀때문일까,그얼굴을다시보니슬프다.
오늘새삼알았다.그의무덤은그의고향인충남부여,금강변에있다는것을.그럼이장했다는것인가.
그의무덤,화려하고번잡하지않고단촐하다.그의모습을닮은무덤이다.시비가서있다.’금강’의어느구절이씌여져있을것이다.
한동안잊고살았는데,새삼신동엽이그립다.누구말맞다나,신동엽은우리의정신적인영토를지키는초병같은시인이었다.잊고살아온것이미안하고부끄럽다.
그리운그의얼굴다시찾을수없어도
화사한그의꽃
山에언덕에피어날지어이.
그리운그의노래다시들을수없어도
맑은그숨결
들에숲속에살아갈지어이.
쓸쓸한마음으로들길더듬는行人아.
눈길비었거든바람담을지네
바람비었거든人情담을지네.
그리운그의모습다시찾을수없어도
울고간그의영혼
들에언덕에피어날지어이.
(‘산에언덕에’시집’阿斯女’196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