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잘다니던인사동의한술집.
옥호는’시인과화가’다.주모가자칭시인(엄밀히말하자면지망생)이라서,그에걸맞게지은이름인데,간판글씨는내가써줬다.
이술집에는어린술꾼들은들어올수가없었다.최소한50세이상이돼야만,어느정도행세할수있었다.나는나이를좀속였다.마흔네살때,쉰살이라고둘러댔다.
한창때의이술집분위기는참좋았다.장관을지냈던이모씨는술이얼큰해지면손나팔연주로익살을떨기도했고,원로가수인반야월씨손바닥반주가겻들여진흘러간옛노래가흘러나오기도했다.
이집에는낡은손풍금이있었는데,주모가치는손풍금에맞춰모두들같이노래를부르기도했다.
언젠가는장면박사의조카가이쁜미국부인을데려다놓고술에취해세레나데를부르기도했다.
이술집은이제없다.그자리에는천상병시인의부인인문여사가’귀천’이라는찻집을하고있다.어쩌다한번씩인사동엘나가게되면옛생각이난다.
변영아주모는지금쯤어디서무엇을하고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