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삶, 아비의 삶

어머님이동생집을나와우리집으로오시게됐다.천상큰아들녀석의방을비울수밖에없다.지동생이쓰고있는넓은방을함께쓰라고했더니,반응이신통찮다.그런데,어느날저녁,집엘오니지방이깨끗하게치워져있다.아내더러어떻게된일이냐고물었더니,큰녀석과함께방정리를했다는것이다.큰녀석이십수년간썼던침대는보이지않았다.버렸다는것이다.아내가큰녀석을조용히불러상의를했더니,두말않고방을치우더라는것.아내는말끝에덧붙인다.“얘가컸으면,큰얘답게상의라는것도좀하시우…”

큰아들녀석의요즘을보면참안쓰럽다.
학교졸업이아마도이무렵일진대,졸업에관해서는한마디도안한다.새벽마다나가고밤늦게들어와작은녀석방에서숨어지내듯한다.
어떻게지내냐고물어봐도대답을잘안한다.
아내더러물었더니,아마도졸업못할사정이있는게아닌가고되레반문한다.그러더니아내는흡사못할말을하듯이얘기를꺼낸다.졸업을앞두고취업을하려는데,학점이취업수준에맞지않는다는것.그래서한학기를더하기로했다는것.한학기등록금마련때문에고심하고있다는것.대충그런얘기다.
그얘기를하는아내의표정이나에게말한다.“내가당신에게이런얘기를한들무슨소용과도움이되겠는가”하는…
아들녀석이아내에게만내밀스럽게그얘기를한것도같은맥락일것이다.
이럴때나의아들녀석에대한안쓰러움은,말하자면참으로편리한변명감이다.역시나의아들녀석은자기할일은자기가알아서하는구나하는쪽으로가닥을잡아,나를합리화시키는쪽으로몰아가려는면피의수단이되는것이다.

“니알아서커라”
아들녀석이태어나시근이들기도훨씬전부터아마도귀에못이박힐정도로들었던말은바로이말이었을것이다.이런탓에큰녀석은지동생이태어나니까지도조그만놈이동생의귀에다대고이말을전수(?)할정도였다는우스개가우리집에있다.
웃어야하나,울어야하나…
그것때문이었을까.아들놈은그런대로별탈없이자라났다.공부도그럭저럭했고,말도잘들었다.생각해보면속한번썩인적이없었던것같다.나는주변사람들에게이런아들을자랑스럽게얘기해왔다.
요즘도해댄다.그런데좀공허하다.빈말을지껄이고있는것같다.
아이들에게천연덕스럽게씨부려대던“니알아서커라”라는말은,말하자면마누라가외식한번가자고,가자고,졸라대든끝에실랑이라도일라치면해대던말과맥락이같은것이다.
“집에밥이없나,반찬이없나”
지금생각하면등골이오싹해진다.참뻔뻔하기도했지만,어디서그런말을할수있는용기가났는지모를일이다.‘무지하면용감해진다’라는말이그에맞는표현인것같다.나는참뭘몰랐고무지했음을지금에야느낀다.좀억울하지만할수없다.
아들녀석에대한안쓰러움이라고했지만,기실그것은나에대한자책감과자괴감일것이다.자식에게해준것이없구나하는뼈저린회한까지는아니더라도,최소한“아,이런게아니었구나.이렇게했었으면…”하는것이다.
“이렇게했었으면”이라는자책감은특별한것에서비롯되는것이아니다.다른부모들이다하는평범한것들이다.이를테면어릴적에악기하나를배우게한다든가,학교다닐적에학원을다니게한다든가,혹은과외를받게하는등,보통의여느부모들이자식교육과정에서저마다하는,지금은지극히평범한과정으로치부되는일들이다.어릴적일찍부터아이의특성을알아,그에맞는가정과교육환경등을조성해주고하는류의,이른바‘극성부모’는아니더라도그정도쯤은해줘야하지않았었나하는후회스러움이다.

기억하기로나는그런것들을아들녀석에게시켜본적이없었던것같다.지엄마가시켰을수도있다.그럴지언정나는그런문제들에대해관심을가진적도없었던게아닌가싶다.경제적사정도그랬었겠지만,그저밥잘먹고부모말잘듣고하면국민학교를다닐것이고그래서또중.고등학교로갈것이다.그리고또그럭저럭공부하면여차해서자기에게맞는대학을가게될것이라는게나의평범하면서대범한(?)자식교육관이었던것이다.지금도나는큰녀석의토익점수가어느정도되고,다른어학수준이어느정도되는지모른다.그러나걱정은좀된다.취업이오죽어려운탓이다.생각같아서는체면불구하고어디아는지인들을찾아가부탁이라도해볼까하는생각도해본다.작은녀석은작년에제대를하고다시복학을했기에어느정도시간적인여유가있다.역시그녀석도어렵기는매한가지다.천안에다방을얻어자취를하면서주말껜일산의모처에서아르바이트를한다.

나는우리국민들을반으로갈랐을때그래도잘사는축에들고있다고생각해왔다.최소한우리나라사람들가운데생활수준이든,교육수준이든평균정도내지는그이상은된다고여겼다.그래서나는나의얘들과마누라도그러려니했다.그래서얘들도그리키웠고마누라도그렇게나와살아온것이다.나보다,우리보다못사는사람들이많고많은데,내가얘들을과외공부를시키고,학원엘보내고,줄창으로외식을할수있겠는가…
우리얘들이아무리그렇다해도대한민국의지나이또래들에비해서평균정도는되지않을까한다.우리얘들보다훨씬못배우고,못살고,부모없이사는얘들이그래도아직우리나라에는많을것이다.그에비하면우리얘들은그런대로살아가고있지않은가하는것이다.
나는이런생각으로살아왔다.지금은생각이좀바뀌었을수도있다.나이먹으며더러운꼴많이했고,또많이봐왔다.그리고세파에시달리면서닳을대로닳았고,그만큼의처세덕분이리라생각한다.그래도그생각은지금도현재진행형이다.나는나의이런생각이옳다고생각은하지만,그끈을가족들모두와같이들붙들고있을수없다는것을이제는잘안다.나혼자그끈을붙들고살아가는형국이다.언제쯤놓을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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