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살

세탁기배수구에서누런물이흘러나왔다.
아침부터부산을떨던아내는땀에전채소파에앉아있다.

엊저녁내베갯닛이더러워졌다고궁시렁대던아내는,아침준비를끝내자마자
그일부터챙겼다.한김이었을까,소파방석컵까지재다벗겨내고있었다.
잔뜩안고세탁기로가는것까지만봤는데,그세탁기배수구에서누렇고이상한물이
흘러나오고있는것이다.이상타.

마침아내가다가오길래,그걸가리켰다.
그게그리도놀랄일이었던가.아내는자지러지는듯했다.
그리고미안함과씁쓸함이뒤섞인표정.
베갯닛대신베갯속을세탁기에넣은것이다.베갯속내용물이뭔지는모르지만,
그게씻겨지니누렇고이상한물이안나올수있겠는가.

예전같으면한소리했을것이다.이마누라쟁이라면서…
그러나나는아무소리도하지않았다.
건망증이면어떤가.
아기같은아내의이런증상을나는보듬어주고싶다.

며칠전아내는버팀목을잃었다.
친정할머니가돌아가셨다.
아내는몇날을그할머니와함께묵묵히보냈다.
안장하는날,가기싫어하는나를아내는역정까지내며데려갔다.
그이유를나는안다.
의정부송산땅.
친정아버지누워계신그곳에할머니를같이안장했다.
아버지가보고싶고,할머니가보고싶을것이다.
그래서그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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